인터뷰

작가, 웹툰을 말하다 4 - '미지의 세계' 이자혜

스튜디오농담 | 2015-12-01 00:20

 

작가, 웹툰을 말하다
vol. 4
 
[미지의 세계] 
이자혜ㅣ레진 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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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웹툰 작가가 되기까지

 

Q. 중학교 때 이미 유명세

A.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그렸다. 학교에 만화 그리는 애들은 늘 있지 않은가? 나도 그런 부류 중에 하나였다. 부모님들께서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만나 결혼하셨을 정도로 (지금은 다른 일을 하신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신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그냥 노트에 혼자 끄적이거나 만화책을 보면서 따라 그렸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림을 예쁘게 그리려면 만화책 보고 그리는 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중학교 때부터 비툴 커뮤니티 등을 비롯한 인터넷에 내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욕망이 있는 애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들끼리 서로 품평해 주니까 도움이 많이 됐다.

 

그 중 주로 디시인사이드 카툰 연재 갤러리 만화를 그려서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이렇게 그려도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생각했다. (당시 그렸던 만화 중 하나가 온라인에서 유명한 만화, ‘산낙지를 잘 먹는 아이’다.) 내 그림체가 독특하다고 이야기 많이 하시는데 아마 이때 만화책을 보고 따라 그린 것들이 많이 들어 있을 거다. 단지 원래 내 스타일이 하나만 집중해서 파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어떤 특정 스타일 하나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

 

Q. 대학과 진로 고민

A. 대학 전공은 예술학과를 선택했는데 (현재 마지막 학기만 남겨두고 있다.) 미술 실기를 하기엔 돈이 없었고, 또 좋아하는 미술사를 공부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실제로 전공 공부가 도움이 됐다. 미술을 어떻게 보는지에 관해 많이 배웠다. 디시 카툰 연재 갤러리 만화를 계속 올리긴 했지만, 몇 년 전까지 딱히 (만화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생각을 별로 안 했다. 이걸 업으로 잘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섰다. 그러던 중, 휴학을 하면서 앞으로 뭘 먹고살아야 하나,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가 등을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아는 분이 레진에 연재 문의를 한 번 넣어 보라고 알려줬다. 그래서 미지의 세계 (실제 연재분과 조금 다른) 초기 버전을 만들어서 이메일을 보냈더니 담당 피디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래서 컬러를 입히는 등 몇 가지 수정 과정을 거쳐 연재를 하게 되었다.

 

Q. 미지의 세계 탄생

A. 사실 2012년쯤 그린 초기 버전이 있다. 평범한 삶인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 살면서 보거나 느끼는 것들이지만 말하기엔 좀 이상하고… 누구나 하는 생각이지만 꺼내지 못하는, 그런 것들을 만화로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는 엄청 못생기고 인기 없는 여자 아이의 삶을 그려보고 싶었다. 미지의 세계는 거기서부터 출발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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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업 방식에 관하여

 

Q. 작품 제작 과정을 자세히 소개해 달라

A. 처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노트에 적는다. 시나리오 같은 느낌인데 한 에피소드 이야기를 적기도 하지만 낙서처럼 그림도 그리고 간단한 메모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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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바탕으로 A4 용지에 샤프로 밑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 위에 마하펜(혹은 비슷한 중성펜)으로 스케치를 하고 지우개로 샤프선을 지운다. 그리고 그걸 스캔한 다음 포토샵으로 컷을 나눈다. 그리고 채색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한 화 작업이 끝나면 (혹은 작업 도중에라도) 제목과 표지를 고민하고 표지를 그린다. 표지 그림은 100% 디지털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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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 하다가 아이디어가 막힐 때 어떻게 하나?

A. 안 그래도 쌓아둔 아이디어가 요즘 많이 떨어지고 있다. 뭔가 안 떠오를 때는 캐릭터들이 처할 상황을 상상해 본다. 지금은 미지의 세계 처음에 비하면 캐릭터들이 많이 고정되고 성격이 잡혀 있으니까. 얘네라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할 것이다 식으로 다양하게 생각해 본다. 주인공인 미지 캐릭터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 가지고도 이런 생각을 많이 해보는데, 다양한 성격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짜는 게 어렵다.

 

Q. 작업이 하기 싫어질 때는 없는가?

A. 아직 작업하는 것 자체가 싫어진 적은 없다. 요즘은 미지의 세계를 끝내고 빨리 새로운 작품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Q. 다음 작품 구상은 어떻게 하고 있나?

A. 완전 19금을 해보고 싶다. 에로적인 요소가 많은. 제대로 된 BL물도 해보고 싶다. 헨타이 망가 형식에 남자들이 능욕당하는 만화. 또 BL말고 노멀을 한다면 여자들이 남자들을 성적으로 유린하는, 남자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강화시킨 그런 만화를 하고 싶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둔 다음 작품은 없다. 다음 만화는 아마 주인공이 없이 완전히 에피소드 형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뭔가 상황적인 것들을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살을 입히는 쪽으로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타입인 것 같다. 미지의 세계도 그랬고 예전에 그렸던 단편들도 그랬다. 아이디어가 나오면 우선 그걸 노트에 글로 쓰고, 그걸 토대로 연습장에 몇 번 대충 그려보는데, 또 그리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Q. 연재 중 일주일 작업 스케줄은 보통 어떤가?

A. 수요일이 마감이다. 마감 후 토요일까지는 주로 논다. 일요일부터 콘티를 짜기 시작한다. 그리고 월, 화 열심히 그리고 채색해서 수요일에 마감한다. 내가 엄청 게을러서…… 그리고 사실 미지의 세계는 그렇게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품은 아니다. 그래도 돈 받고 하는 일이라 약속을 어기고 싶지 않아서 아직 한 번도 마감을 어긴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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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작품에 관하여

 

Q. 제목이 참신하다. 중의적 표현 같은데?

A. 그렇게 깊게 생각하고 짓지 않았다. 그냥 주인공이 미지라서 미지다.

 

Q. 캐릭터들이 너무 신선하고 독특하다. 어떤 식으로 캐릭터 정리를 하는가? 또 작품 시작 전에 얼마나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들어 놓고 시작했나?

A.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 때, 이런 캐릭터는 이렇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몇 번 그리고 나면 그 캐릭터가 정해진다. 연재 진행하면서 이 캐릭터는 이렇게 되겠다 상상하면서 발전시켜 가는 정도지 크게 정해놓고 대단하게 설정하지는 않는다.

 

연재 처음에는 미지 캐릭터 말고는 정해둔 캐릭터가 하나도 없었다. 연재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그때그때 추가한다. 그리고 연재하면서 조금씩 잡혀가는 부분도 있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캐릭터라면 이 캐릭터가 이런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겠구나 상상하면서 만들어간다. 그래서 새로운 캐릭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많이 다르다. 지금도 많은 등장인물들이 (처음과는) 많이 바뀌어 있다. (웃음)

 

예전에는 짜둔 것들 모아둔 것들이 있어서 쉽게 그릴 수 있었는데 점점 아이디어가 고갈되면서 힘들다. 그래서 콘티 짤 때 제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사실 지금은 내 스스로 (캐릭터나 내용이) 비슷비슷하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연재를 이런 식으로 계속하다가는 자기복제가 될 것 같아 싫다. 그래서 이제 빨리 (연재를) 끝내고 싶다. 뭘 그려도 이미 내가 그렸던 것 같은 느낌이 오고 있다.

 

Q. 미지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잡았나?

A. 미지는 내 과거의 영혼 같은 캐릭터다. 작품을 하면서 예전에 내가 느꼈던 기억들을 끄집어내고 풀어내는 방식이다. 미지와 내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많이 (기억들에) 이입하는 편이다. 아까 누구나 하는 생각들을 말하고 싶다고 했는데 사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한 것들을 꺼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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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과거라고 했는데, 지금은 본인 스스로 느끼는 것이 달라졌나?

A. 사실 지금은 많이 유해졌다. 미지는 꽉 막힌 게 있고, 피해 망상적인 것도 있고… 뭔가 더 추한 인간을 나타내고 있는데 나는 미지처럼 생각하지만은 않는다. 과거의 영혼 같은 미지를 그리는데, 지금의 나는 벌써부터 그때의 나를 많이 잊어버렸다.

과거 내 단편 작품을 다시 보면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했는지 심지어 전혀 기억이 안 나는 부분도 있다. 좀 답답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래도 이런 거라도 남겨서 다행이다 생각한다.

 

Q. 표현이나 주제가 상당히 충격적이고 센데, 대중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A. 별로 없었다. (충격적이거나 센 이야기는) 단편 만화 시절부터 늘 해왔던 거고 항상 그런 반응들을 들어왔던 거라 특별히 부담스럽지 않다. 과거 디시에서 활동할 때 악플이 많이 달렸는데 그래서 내성이 생겼다. 그 때는 내 인신공격성 댓글도 많았다. 연재 초반에는 내 작품을 검색도 많이 해봤는데 지금은 만날 똑같은 소리가 나와서 별로 안 찾아본다.

 

Q. 대사가 좋고 참 재미있다. 

A. 그냥 작품 하면서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들을 쓴다. 평소에 생각하는 구절이 있으면 적어두기도 하는데 딱히 그런 게 많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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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캐릭터들은 어떻게 만들어내나?

A. 옛날에 만났었던 사람들을 섞어서 쓴다. 사실 그들에게 이입을 잘 못하겠다. 걔들 (다른 캐릭터들)은 내가 경험하고 느껴보지 못한 것들을 느끼는 거라 이입을 잘 못한다. 그래서 그저 얘는 이럴 때 이럴 거라고 상상하는 하면서 그리는 정도다. 나는 내가 아예 겪지 못한 것은 못 그리는 것 같다. 물론 BL 같은 부분은 완전한 나의 상상이라 오히려 괜찮은데 드라마 형식의 만화는 못할 것 같다.

 

Q. 단순 에피소드형 작품으로 봤는데 상당히 스토리 전개가 있다. 이런 부분을 미리 계획하고 연재를 시작했나?

A. 그렇지 않다. 처음엔 그냥 에피소드로 생각했다. 쌓아둔 아이템이 좀 있어서 이거만 다 소화해도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점점 뭔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스토리가 생겨났다. 스토리가 있는 거를 독자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스토리가 끊기다가 다시 스토리가 연결되는 화가 나오면 그 부분을 독자들아 더 좋아하더라. 그래서 하고 싶을 때 조금씩 스토리 전개하고, 또 다른 에피소드를 그냥 넣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람이 살다가 한 스토리 안에만 들어 있지 않으니까. 살면서 중간에 다른 감정들을 느끼기도 하니까, 그래서 다른 모습들도 조금씩 보여주려고 한다.

 

이런 호흡조절이 사실은 지금도 어려운 것 같다. 첫 연재라 그런 것 같다. 다음 작품 때는 좀 더 열심히 기획해서 제대로 하고 싶다. (경제적으로나 기타) 여건만 된다면 처음부터 전체 기획을 해 놓고 연재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Q. 모든 게 다 고양이고, 고두러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특별한 이유도 의미도 없다. 원래 말장난을 좋아하는데, 초등학교 때 그냥 만든 말이다. 평소에도 고두러, 고두러 이런 말을 많이 한다. 고양이에 대한 애정은 내 개인 취향이다. 또 요즘 애들은 거의 다 고양이를 좋아하더라.

 

대부분 화가 마지막 3~4컷의 엔딩 임팩트가 상당히 좋다. 한 화를 어떻게 구성하는가? 엔딩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가?

사실 크게 신경 안 쓴다. 콘티 할 때 A4지 한 장에 4컷 정도 나오는데 한 화 분량을 A4지 17장에 맞춘다. 이렇게 느낌대로 콘티를 하다 보면 나오는 것 같다.

또, 한 화를 구성하려고 할 때 이런 이런 디테일이 나오면 좋겠다 싶은 것들이 있기는 한데, 콘티를 하면서 많이 바뀐다. 거기서 들어가면 넣고 아니면 말고. 그런 식이다. 또 노트에 적은 시나리오에서 콘티 단계로 오면서 많이 바뀐다.

 

Q. 매 화의 표지, 제목도 참 좋다. 패러디 하는 작품은 선정은 어떻게 하나?

A. 일단 작품을 완성한 후에 이 화는 어떤 제목이 어울릴까? 라는 걸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제목과 표지를 그린다.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작품들의 패러디이긴 하지만, 그게 내 안에서 연결되는 거라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앨범 재킷에서도 많이 따오고, 영화 포스터도 많이 가지고 온다. 알면 재미있는데 딱히 몰라도 상관이 없기는 하다. 원래 내 취향이 하나를 깊게 파는 성격은 아니고 얕고 넓은 편이라 다양한 장르의 패러디가 가능하다. 깊지는 않다. 

 

처음에는 그냥 미지나 등장인물 일러스트를 하려고 했는데, 제목을 생각하려고 하다 보니, 또 그 제목과는 이런 이미지가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러디 하는 것도 재미있고. 그래서 이렇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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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 포인트가 아주 독특하다. 이자혜식 개그랄까. 어떤 식으로 포인트를 잡는가?

A. 솔직히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어떤 포인트에서 웃을까 그럴 잘 알지는 못한다. 난 그냥 나한테 웃긴 부분을 표현할 뿐이다. 전체 이야기 그릴 때 개그적인 요소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그때그때 밑그림 그릴 때, 그때 텍스트도 같이 작업하는데, 그 때 떠오르는 걸 바로 적는다. 그냥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한 화에 어떤 내용을 중점으로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예를 들어 오늘은 미지가 뭐 하는 이야길 그려야지라고 생각하면, 미지가 어떤 상황에 처하는지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고 그리고 그것들의 순서를 조금씩 바꿔보고...... 그러면서 만든다.

 

 

Q. 지하철 자살 문구나 담배 표지 같이 깨알 디테일 하나하나도 재미있게 표현한다.

A. 나는 평소에 말장난 같은 걸 늘 떠올리고 있는 타입이다. 짧은 말장난이나 문장 같은 걸 떠올리고 있는데, 그걸 종이에 쓰기도 하고 주로 트위터에 올린다. 그런 것들을 (작업하다가) 떠오르면 쓴다. 이 공간이 비어있으니까 여기에 뭐라도 채워 넣으면 좋겠다, 이런 식이다. 자살 이미지를 예로 들면, 요즘 애들이 자살을 유머 코드로 많이 쓰는 것 같더라. 그걸 나도 공감하고, 많이 떠올리고 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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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트위터나 인터넷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작품에 영향을 받는가?

A. 나 스스로 인터넷 중독이라서, 항상 누군가의 글을 보고 있다. 트위터도 그렇고 특히 내 개인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많이 본다. 주로 10대, 20대들의 글이다. 연애 얘기, 집안 얘기, 예술 얘기 등 다양한 글들이 올라온다. 하루에 10개 ~20개 정도 올라온다. 직접적으로 뭘 얻지는 않지만 뭔가 요즘 애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많이 느낀다.

 

Q. 음악, 영화, 미술, 소설, 게임 등 문화 전반적으로 다양한 지식이 있어 보인다. 이런 것들이 작품에 도움이 되는가?

A. 그렇다. 내가 관심 갖는 것들이 예술작품인데, 많은 내 또래 아이들이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정신적 세계관에 도움이 많이 된다. 결국 그게 내 작품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런 걸 보지 않으면, 현재 흘러가는 것만 보면 너무 알 수 있는 게 적어서 그런 취향이 갖춰지지 않으면 뭔가를 만들기 어려울 것 같다.

사실은 그냥 원래 좋아한다. 말했듯이 깊게 파는 건 없고 얇고 넓게. 

 

Q. 34화 the doll's tea party 처럼, 간혹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도 있는 화조차 가만히 두지 않고 비틀어 버린다. 해피엔딩을 싫어하는가?

A. 그런 것 같다. 완전히 판타지적인 이야기 거나 그래야지 해피엔딩이 가능할 것 같다. 나는 해피엔딩을 만든 적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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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약간 비상업적, 비주류적인 작품이다. 대중적, 상업적인 작품을 할 생각은 향후 없나?

A. 사실 많이 하고 싶다. 미지의 세계가 경제적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다. 상업적인 것이라고 해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할 수 있으니까 열심히 해 보려고 한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상업적인 지점은 뭔가?

A. 연재물이라는 속성은 다음 화를 계속 궁금하게 하는 것, 계속 돈을 쓰고 싶게 하는 것이 필수인 것 같다. 그리고 눈이 즐거운 것도 중요하다. 나는 앞으로도 (어시를 쓰지 않고) 계속 혼자 작업하고 싶으니까, 마감을 지키면서도 적당한 퀄러티와 스타일을 겸비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 아직은 그런 지점이 완전히 갖춰진 것 같지 않다.

 

Q. 하리보가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만화가 조금 착해지는 부분이 생겼다. 

A. 내 인생에는 하리보 같은 캐릭터는 없었는데,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이렇게 저렇게 결합했더니 이런 캐릭터가 나왔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하리보 같은 인간이 있을 거다.

 

사실 내가 이입할 수 없는 캐릭터라 작가 나레이션도 없다. 가끔 미지가 윤리적으로 악한 생각을 할 때 독자가 거부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 하리보가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다. 미지와의 연애도 사실 충동적으로 나온 거다.

 

Q. 작품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A. 한 화 안에서 한 화의 완결성이 제일 중요하다. 한 화 안에 기승전결이 있고, 이야기의 진화가 있고... 그런 것들이 제일 중요하다. 

 

Q. 작품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A. 에피소드가 엄청 안 나올 때가 있다. 재미있는 게 안 나올 때 힘들다. 그럴 때는 아예 나중에 하려고 했던 에피소드를 당겨 쓴다.

 

꽤 오래전부터 만화를 그려왔다. 하지만 플랫폼에서 연재하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만화를 그리지 않으면 불안하고 자괴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단편이라도 그려야지 아니라면 내가 무의미한 존재이고 그런 느낌이 있었다. 요즘은 물리적인 시간은 있는데 미지의 세계 말고는 그리지 못하고 있다. 그게 불만이다. 예전에 해왔던 것처럼 그런 단편들을 계속 만들고 싶고 그걸 책도 엮고 싶은데 그러지 못 해서 불만이다.

 

사실 연재에 대한 고민이 많다. 나는 단편이 더 맞는 것 같은데 웹툰 시장에서는 그게 잘 안 된다. 내가 연재가 그렇게 어울리는 작가가 아니라고 느낀다. 단편은 내가 그리고 싶은 만큼만 그리면 되니까. 그때그때 뭔가 떠오르면 소모시키고 싶은데, 연재만화는 그게 안 된다.

 

Q. 본인이 꼽는 베스트 회차는?

A. 미지의 인간 세계. 결혼한 집에 찾아가는 회차. 연재 전에 이미 생각한 에피소드 인데 너무 좋은 것 같다.

엄청 세속적인 상황을 보면서 인간의 역사를 생각하고, 애를 질투하고, 거기다 애를 공격할 생각을 하고 ... 미지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압축한 회 같다.

 

Q. 전시회 같은 다른 활동도 하는 것 같던데.

A. 의뢰가 들어와서 했다.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들이 트위터로 주로 활동 많이 하시던데, 내가 거기서 많이 알려졌으니까 연락이 온 것 같다. 또 예전부터 다른 작가와 전시 콜라보도 하고, 미술 잡지에 만화를 내기도 하는 등, 그런 이력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된 것 같다. 내가 미술과 만화 사이에 어떤 지점에 있는 사람이라 그런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

내년엔 개인전도 하고 싶다. 미술적으로 어떻게 더 돋보이게 할 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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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자혜 작가의 추천 웹툰 3편

 

1. 자꾸 생각나 [송아람ㅣ레진]  

홍상수 영화 같은 느낌이 있다. 내 만화랑도 비슷한 느낌이 있고. 읽다 보면 재밌고, 엄청 찝찝한데 재밌다. 만화가 이야기라 더 이입이 되는 것 같다.

 

2. 먹는 존재 [들깨이빨ㅣ레진]

그림이 스타일리시한 것 같다. 기존에 없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서 끌고 간다. 미지랑 먹는 존재 캐릭터를 비교하는 인터넷 글도 많이 있다. 얘는 허세라도 있는데 미지는 자존감 제로다.

 

3. 혼자를 기르는 법 [김정연ㅣ다음] 

네이버 도전만화. 12월 4일부터 다음에서 연재 예정이다. 트위터에서 엄청 인기 많았다. 그림이 프로답고, 내용도 혼자 사는 여자에 대한 얘긴데 왜 혼자 살고, 엄청 힘들게 외롭게 사는 내용이다. 비꼬는 듯한 유머다. 그림이 귀엽고 완성도가 있다. 스타일을 많이 고민한 듯한 느낌이 있다.

 

인생 작품 혹은 정말 아끼는 작품이 있다면? 인생의 멘토 같은 작품 혹은 인물이 있는가?

딱히 없다. 다양한 것을 좋아하지만 딱 하나를 꼽기는 좀 그렇다. 깊은 덕질은 잘 하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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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보러가기작가 홈페이지

 

 

사진 

ZZING [@ZZING36]

인터뷰, 정리

황선태 [scarbo19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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