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가, 웹툰을 말하다 5 - '지하철도의 밤' 윤필

스튜디오농담 | 2015-12-11 06:29

작가, 웹툰을 말하다

vol. 5

 

[ 지하철도의 밤 ] 

윤필│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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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웹툰 작가가 되기까지

 

Q. 대학 졸업 후까지 남아있던 만화에 대한 미련

A. 어릴 때부터 영화나 소설보다 만화가 재미있었다.

어릴 때부터 맹꽁이 서당 같은 만화들을 좋아했고 또 특히 그걸 따라 그리는 게 참 재미가 있더라. 또 내가 그린 만화를 친구들이 재미있게 봐주는 것도 좋았고. 또 나름 미술을 잘하는 편이었다. 학교 대표로 나가기도 할 정도로. 그런데 신체검사 때 적녹색약 판정을 받았다. 사실 큰 장애도 아닌데, (현재 웹툰 작가 몇 분도 적녹색약 있으신 분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당시 의사도 미술은 하면 안 된다는 말도 했었고 해서 그냥 미술을 접었다. 그러다가 성적 맞춰서 그냥 행정학과에 갔다.

 

하지만 만화에 대한 미련은 계속 남아 있어서,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마음으로 한겨레 문화센터의 출판만화 코스를 다녔다. 결과적으로 이것만 하고 그만 해야지 생각했는데 더 미련이 생긴 결과가 됐다. 해 보니까 정말 재미있었고 (작가로서) 가능성이 있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졸업 후, 잠깐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는데, 더 늦어지면 만화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끝나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망하든 잘되든 한번 시작이나 해보자고 결심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시작하게 됐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그려야겠다고 결심한 게 29살 때였다.

 

Q. 디시 인사이드 스타 작가로

A. 당시 저의 선생님 중에 예전부터 가끔 단편 가지고 가서 보여드리고 했었던 이경석 작가님이 계신데, 그 분께 이제 만화를 본격적으로 그리려고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마침 사무실 책상 남으니까 오라고 하셨다. 거기서 선생님 작업도 살짝살짝 도와드리면서 내 작업을 했는데, 거기 같은 한겨레 문화센터 출신인 동생이 인터넷에 한번 올려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예전에 만들었던 단편 몇 개를 올렸다.

 

원래 커뮤니티 사이트 관심 없었는데, 올렸는데 반응이 있으니까 루리웹이나 디시 등에 계속 올리게 되었다. 그 친구가 조언을 해 준 게 꾸준하게 올려야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꾸준하게 했는데 이 때 연재 식으로 올린 게 야옹이와 흰둥이다. 반응이 꽤 좋았는데 특히 송래현 작가, 주호민 작가 등 작가들이 많이 봐주고 링크를 걸어주고 했다. 내가 재능이 있나? 생각도 들었다. 그런 작가들의 추천을 다음 피디가 보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흰둥이란 작품으로 다음에 데뷔하게 되었다. (이 부분은 '흰둥이' 작품 후기에 자세히 나와있다.)

 

흰둥이 후기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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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흰둥이부터 시작해, 야옹이와 흰둥이, 낙오여군 복귀기, 검둥이 이야기, 일진의 크기, 청둥아 진정해!, 안녕! 바북아, 지하철도의 밤 등등… 정말 꾸준하게 작품을 계속 해 왔다. 아이디어 고갈은 없나?

A. 어릴 때부터 산책하고 혼자 생각하는 걸 좋아했다. 아버지가 농담으로 민중시찰 간다고 했는데, 혼자 어딜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어릴 때 잠깐 이빨을 다쳐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혼자 있는 걸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혼자 상상도 많이 하고, 또 이게 계속 쌓이니까 생각하는 것이 재미있더라. 어릴 때 생각해둔 것들을 돌아보면 대부분은 유치하지만 여전히 그런 버릇은 가지고 있어서 지금도 한 줄이나, 단어 키워드 등을 메모장이나 다이어리에 적어둔다. 걸어 다닐 때는 디지털도 쓰긴 하는데 디지털은 소멸되는 것 같더라. 종이는 어디 처박아 뒀다가 우연이라도 보게 되는데 디지털은 그런 속성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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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방식에 관하여

 

Q. 작품 제작 과정을 자세히 소개해 달라.

A. 아이디어가 나오면 처음과 끝을 명확하게 정한다. 중간 중간 주요한 사건들을 구상한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맞는지 흐름이 맞는지를 생각한다. 이런 과정 역시 타이핑도 잘 안하고 다 손으로 쓴다. 노트 혹은 A4에. 연재를 하다 보면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주요한 사건들, 처음과 끝은 안 바꾸려고 한다. 그리고 회차를 나누는데, 내가 원래 단편을 좋아해서인지 (미리) 회차를 나누니까 흐름이 오히려 끊기더라. 옴니버스식의 구성을 좋아하시는 독자도 있지만 연결성을 좋아하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더라. 그래서 요즘은 미리 나누기도 하고 아닐 때도 있다.

 

그 다음엔 콘티를 짜는데 처음엔 낙서처럼 짠다. 그리고 콘티를 한 번 더 짠다. 여기서 대사도 다 넣는다. 시나리오 작업은 따로 없다. 여기에 밑그림과 펜 터치까지 하고 스캔해서 편집, 채색하고 웹 편집하고 올린다. 사실 아직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한다. 이것도 예전에 어느 직업전문학교에서 웹디자인 과정을 통해 배운 거다.

 

대사는 마지막까지 계속 고친다. 대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콘티에 썼던 걸 컴퓨터 메모장으로 옮겼다가 그걸 포토샵으로 얹히고, 그걸 또 수정한다.

 

지하철도의 밤 같은 경우는 출판을 염두에 두고 출판만화 원고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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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하다 아이디어가 막힐 때 어떻게 하나?

A. 미리미리 짜놓는 편이라 연재 중에 아이디어가 막힌 적은 없다.

 

Q. 작업이 하기 싫어질 때 없는가? 스트레스 받을 때 어떻게 하나?

A. 일을 쉬지 않고 계속해서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한숨을 쉰다. 후우~ 이렇게 큰 한숨을 쉰다. 사실 잠이 제일 좋지만 시간이 없으니까 한숨을 쉰다. (작업 관련해서) 고민이 많은 요즘, 한숨을 많이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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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글 작가만 했던 ‘일진의 크기’ 작업 과정은 어땠나? 

A. 비슷한 과정인데 콘티까지 하고 그림 작가에게 넘긴다. 그리고 그림 작가가 완성한 원고를 다시 보고 수정하기도 하고, 대사를 마지막으로 고치고 완성한다.

 

표현 욕심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더 좋은 부분이 있어서 기회가 있을 때 경험 삼아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아무래도 혼자 할 때 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대사에 욕도 많이 넣고. (웃음)

원래 나는 주제나 메시지에 더 중점을 두는 편인데 이 작품은 재미에 좀 더 비중을 둘 수 있었다. 처음부터 의도했던 건 아닌데 주변에서 이런 식으로 편하게 하라고 얘기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막 이상한 걸 하고 싶지는 않았다.

 

Q. 연재 중일 때 일주일 일과는 어떤가?

A. 시나리오, 콘티는 하루를 안 넘긴다. 작화도 많이 기술적인 느낌은 아니라서 보통 펜터치까지 하루 걸린다. 그리고 스캔과 편집 등이 하루 걸린다. 작업은 3일 안에 끝내려고 한다. 길어져도 4일 안에는 끝낸다. 그 외에는 주로 외주나 미팅 한다. 제일 오래 걸리는 건 역시 펜터치다. 그림이 생각하는 데로 잘 안 나올 때가 있는데 그때는 그냥 꾸역꾸역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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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관하여

 

Q. 예전 야옹이 흰둥이 때랑 작업 방식이 바뀌었나?

A. 작업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손이 익으니까.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은 구태의연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조금씩 변화를 주려고 한다. 4B 연필 했다가, 붓펜으로 했다가, 라이너로 했다가 또 (낙오여군 복귀기 작품 때는) 옛날 방식으로 펜으로도 그려보고, 컬러를 넣기도 하는 식으로 다양하게 변화를 주고 있다.

 

그래서 다음 작품에는 액정 타블렛을 써볼까 고민 중이다. 하지만 수작업을 기본적으로 좋아한다. 종이에 그리면, 그건 남으니까. 개인적인 생각인데 손으로 작업한 작품은 책으로 보면 좋은데 웹으로 보면 좀 덜하다. 디지털로 작업한 것은 그 반대의 느낌이 있다.

 

Q. 자전적 이야기 같다.

A. 자전적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대부분 살아온 인생이 비슷한 것 같더라. 그런데 그 시절이 너무 아깝더라. 더 재미있고 더 많은 걸 할 수 있는데, 그냥 흘려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것에 대한 공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Q. 96년 소품이나 시대상황 분위기를 디테일하게 잘 묘사했다.

A. 특별한 유년시절을 보낸 건 아니어서 대단한 것 없다. 나도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이고. 그런 내 추억과 기억을 넣었을 뿐이다. 사실 그래서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아시지 다수가 좋아하는 그런 공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뭔가 연예인이나 생활용품 같은 것들이 나와야 공감이 컸을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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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생물 선생님의 걸레 이야기 같은 걸 보면 과거 경험담에서 온 것 같다. 이런 에피소드는 어떻게 넣게 되었나?

A. 지금도 그런 부분이 남아있지만, 예전에는 남성들이 여성을 바라볼 때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이 있었다. 또 그게 사춘기 때 더 심했던 것 같다. 지금도 학생들이 그러지 않을까 생각해서 넣었다. 내 실제 경험이기도 한데, (이걸 넣음으로써) 나름의 작은 반항 같은 느낌도 있다. 이런 에피소드들은 (미리 짜놓은) 중요한 에피소드 중간 중간에 유동적으로 넣을 수 있는 부분이다.

 

 

Q. 10화 엔딩 같이 효과나 화려함이 없이 흘러가다가 아주 살짝 넣은 이펙트 하나가 크게 다가온다.

A. 대사가 포근한 느낌이라 햇살을 넣고 싶어서 넣었다. 출판 편집 할 때는 안 넣었다. 웹에는 맞는 것 같았지만 출판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사실 이펙트를 거의 안 쓰니까 하나 쓸 때마다 고민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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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문학작품 보듯 정제된 대사와 나레이션이 인상적이다. 작품을 할 때 감정 조절이나 표현에 대한 조절을 따로 신경을 쓰나?

A. 일단 손 가는 데로, 말이 앞뒤가 맞든 안 맞든 무조건 쓴다. 그리고 뺄 건 빼고. 가급적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한다. 그게 맞는 것 같고 좋아한다. 보통은 다듬어서 가는 편이지만 어쩔 때는 한 번에 괜찮은 게 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때 마음에 드는 나온 것들을 보면 대부분 간결 하더라. 기본적으로 담담한 어조를 좋아해서 그런 걸 표방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것도 요즘은 좀 잘 안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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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하지만 '일진의 크기' 작품의 대사는 많이 다르다.

A. 나 역시 10대 때 보던 만화들은 크로우즈 같은 만화들이고 그런 작품도 좋아한다. 그런 작품들을 봤던 기억들이 있으니까 가능하다. 또 학생들의 취향이 바뀐 듯 하면서도 근본적인 것은 비슷한 것 같았다. 나도 이런 걸 좋아하니까 독자들도 좋아하겠지, 이런 생각을 했다. 크게 계산하지는 않는다. 운이 좋게 된 것 같다.

 

Q. 주제가 약하지는 않지만 표현은 아주 부드럽다. 캐릭터들도 귀엽고. 이런 스타일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나?

A. 그림이나 표현은 바뀌더라도 전달하는 것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너무 강하면 반발심이 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건, 내가 가지고 있는 의도와 관련해서 아무 생각이 없던 사람들도 한번쯤 보고 생각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보기에 반발심이 날 수 있으니까 에둘러서 표현하는 편이다. 나 역시 반대의 의견을 이야기하는데 여지를 남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좋다. 아니면 거부감이 드니까.

 

Q. 그 시대를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사실 이 시대를 이야기하는 것 같이 느꼈다.

A. 지금도 2호선 끊겼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것이 현재와 상징적으로 연관이 있겠다 싶었다.

 

Q. 디테일에도 작가의 주제 혹은 사회를 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디테일 설정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가?

A. 시대적인 것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생일이 공교롭게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일이다. 생일날 일어났더니 그런 참사가 벌어져 있더라. 나중에 팽목항도 한 번 다녀왔는데, 삼풍백화점 참사가 생각이 났다. 그 때와 별로 다르지 않구나 느끼면서 그런 것들을 상기시켜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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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을 만들 때 주제적인 부분은 언제 확실히 정해지나?

A. 순차적으로, 복합적으로 오는 것 같다. 처음부터 이런 이야기를 해야지 결심하고 시작하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 소재 자체는 개그스럽게 하려고 했는데, 내가 만화적으로 그런 것은 잘 안되더라. 그래서 감성이나 방향을 좀 틀어서 진행하게 됐다. 사실 개그식으로 하려고 했을 때에도 엔딩에서의 느낌, 인생이나 역사가 순환하는 그 느낌은 넣으려고 했다.

 

사실 작품 하나 끝나고 나면 그 작품 생각 잘 안한다. 끝났구나 생각만 하고 다음 작품 생각을 주로 한다. 가끔 올라오는 댓글이나 리뷰를 보며 이 작품이 아직 살아서 돌아다니는구나 느낌을 받을 때는 있다.

 

Q. 한 회차 구성을 어떻게 하나?

A. 나는 손으로 쓰면서 정리가 되는 것 같더라. 그림의 형태와 대사 말풍선 등을 대충 그리면서, 또 칸 배치하면서 흐름이 생기고, 그러면서 정리가 되더라. 또 대사를 직접 (손으로) 쓰면서 생각하면서 정리가 된다. 전체적인 구성과 회차 마무리도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다가 쓰면서 정리가 된다. 가끔 학생들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는데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고 나중에 앉아는 정리를 하는 쪽으로 하라고 대답해준다.

 

Q. 마지막화 울림이 크다. 예전 작품보다 조금 더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진 느낌인데 작가로서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A. 사실 한계를 많이 느꼈다. 내가 뭘 잘 모르는구나. 아직 실력이 없고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막 자꾸 떠오르니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억지로 꾸역꾸역 하는 느낌을 받았다. 표현도 마음에 안 들고, 이야기 구조가 명확하지 않다는 느낌도 들고. 작품 중에서 힘들게 한 작품이다. 계속 이게 맞나 라는 고민을 했다. 그래서 이번 작품 끝내면서 고민이 많이 생겼다. 한계를 많이 느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직 더 많이 해야 되는구나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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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작품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A. 사람 그리는 것을 제일 신경 썼다. 내가 기본 데생이 잘 안되니까. 특히 여주인공 그리는 것을 신경 많이 썼다. 이상하고 비율도 안 맞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 그래서 요즘 누드 크로키 수업 같은 것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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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A. 표현의 한계도 느꼈고, 내용의 흐름도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걸 하고 싶어서 했는데 결국 기존의 방식으로 흘러가니까 답답했다. 좀 쉬었어야 했나 생각도 했다. 휴식이 중요하구나 많이 느꼈다. 한 두어 달 여유를 가지면서 비우면서 채우는 과정을 해야 할 것 같다.

 

Q. 작품에 관해 (질문하지 않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아쉽다. 참 좋아하는 작품인 은하철도를 표방했으면 비슷하게라도 했어야 하는데 미흡한 것 같아 아쉽다. 어떻게 보면 실패한 작품일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서 보면 다르게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은 있다.

내 이야기는 사실 있는데 ‘지하철도의 밤’을 하면서 많이 느낀 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거를 100 프로 못하더라. 그게 너무 아쉬웠다.

 

교육을 많이 못 받아서 요즘 크로키도 다니고 많이 배우려고 하고 있다. 최호철 선생님의 크로키 강좌와 우리만화연대에서 하는 크로키 강좌를 듣고 있다. 최호철 선생님 강좌는 주변 청강대 출신의 작가들도 많이 추천하더라.

개인적으로 체계적으로 많이 못 배운 것에 대한 갈망이 있어서 이제야 하는데, 사실 좀 늦은 감이 있다. 공부는 때가 있는 것 같다. 힘들다. 예전에는 혼자 공부했다. 미술 책, 크로키 책 많이 사보고 따라 그렸다. 톰보 4B로 많이 했는데 그게 손에 익어서 야옹이 흰둥이도 다 4B로 작업했다. 지금도 크로키 같이 듣는 학생들이 무슨 도구 쓰는지도 유심히 보고 배우기도 한다.

 

Q. 본인이 꼽는 베스트 회차는?

A. 16화. 왜 저한테 잘해주세요. 너무 외로워 보여서. 제일 마음에 들었다. 이런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필요 없으니까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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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음 작품으로 일진의 크기 같은 상업적인 작품도 고려하는가?

A. 그것도 사실 고민이다. (상업적인 작품을) 많이 안 해봤으니까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정도. 사실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잘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기존 내 작품의 스타일을 바꾸지 않으면 또 결국 (기존 작품의) 답습이 될 것 같고. 준비 기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만화 강좌도 했고, 학교에 강의도 나간다.

제의를 받으면 수익이 될까, 이런 생각보다는 안 해본 건 일단 해보고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여건이 되면 시도 해보는 걸 좋아한다. 안 해본 것도 해놓고 보면 다음엔 좀 더 낫게 나오더라. 경험해 보는 것을 좋아한다.

 

교육에 관심이 많기는 하다. 나 역시 그런 강좌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그런 자리에 참여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또 소수의 작은 자리라서 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안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하다 보니 생각이 자꾸 걸러지더라. 그러다 보니 할 얘기가 없더라. 특강이나 학생들 만나는 건 만남 자체가 중요한 거라, 긴장은 되지만 즐겁게 하는 편이다.

 

만화를 보면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메시지를 만화를 통해 한다는 느낌이 있다.

좋은 메시지, 다른 시선에서 보면 그게 안 좋은 메시지일 수도 있지만, 가급적 보편적인 사회에서 생각하는 좋은 메시지를 재미있는 만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하고 싶다.

 

일본만화, 도토리의 집이란 작품이 있는데, 중증 장애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만화로 인해 실제 도토리의 집이란 중증 장애인 기관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이 만화를 보고 밤새 울었는데, 다음날 운전을 했는데 마음이 너무 평화롭더라. 그런데 그날따라 차들이 자꾸 끼어들더라. 처음엔 여유롭게 대처하다가 자꾸 끼어드니까 나중에는 욕이 나왔다. (웃음)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음이 5분을 못 가더라. 하지만 그 전의 5분은 정말 좋았다. 그 때 느꼈다. 짧은 5분이라도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좋게 보는, 다른 관점을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작품이라면, 비록 그것이 찰나의 순간이 될지라도 좋지 않을까, 조금은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주 작은 이야기들을 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다. 물론 도토리의 집은 훨씬 큰 성과를 이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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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 작가의 추천 웹툰 3편

 

1. 시동 [ 조금산 │ 다음 ]

- 너무 좋았다. 일단 재미가 있고,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그 전 작품들보다 많이 순화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의도한 그런 것들이 잘 담겨 있는 것 같다.

 

2. 밤의 베란다 [ 이제 │다음 ]

- 문장이 참 좋다. 그림체도 좋고, 연출도 좋지만. 문장이 너무 좋고, 1부부터 보면 작가가 성장하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두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하다. 그게 연재만화에서 중요하다. 한 작품을 꾸준하게 계속 하는 것도 대단하다.

 

3. 채널뽁스 [ 뽁스 │ 다음 ]  

- 패러디 하는데 점점 재미있어진다. 예전엔 단순한 재미였는데 요즘은 주제를 넣으시더라.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게 볼 것 같다. 뒤로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웹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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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작품 혹은 정말 아끼는 작품이 있다면? 

 

1. 십시일반 [ 인권만화모음집 ] 

이 책을 군대 있을 때 봤는데, 너무 좋았다. 사회를 담는 만화가 있구나, 충격이었다. 이 작품집은 10분의 만화가들이 모여서 (인권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인데 이렇게도 만화가 되는구나 느꼈다. 그 뒤로 또 ‘사이시옷’ 이라는 다음 작품집도 나왔다. 나도 여기에 한번 참여해보고 싶었는데, 나중에 연락이 왔을 때 꿈이 이뤄진 느낌이었다. (윤필 작가는 3번째 모음집 ‘어깨동무’에 참여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요즘은 인권이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이지만 그 때는 인권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을 때였다. 이런 작품집이 인식의 전환에 영향을 미쳤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까 언급한 도토리의 집 역시 대단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하나의 만화가 현실화 되어서 좋은 뜻들이 모여서 실제 그런 시설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지 않은가. 만화를 보면 모금 과정이나 이런 것이 자세하게 나온다. 우리도 이런 작품 있었으면 좋겠는데 생각도 든다. 하면 또 잘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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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ZZING

@ZZING36

인터뷰, 정리: 황선태

scarbo19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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