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가, 웹툰을 말하다 6 - '딜리셔스' 김민소

스튜디오농담 | 2015-12-21 08:33

작가, 웹툰을 말하다

vol. 6

[ 딜리셔스]

김민소 │ 레진 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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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가 되기까지

 

Q. 보장된 삶을 내려놓다

A. 사실 초등학교 전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또 그리곤 했었다. 어머니가 화가시라 내가 그림 그리는 것도 많이 서포트 해 주시고 또 만화에 대한 거부감도 전혀 없으셨다. 아버지 역시 비디오 세대시라 주말이 되면 비디오를 많이 빌려 오시곤 하셨다. 사실 만화가로서 집안 환경이 정말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사실 대학에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공부도 그렇게 잘한 편도 아니었고. 하지만 부모님이 대학은 꼭 가야한다고 하셔서 알아보니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 대학에 갈 수 있는 특별전형이 있었다. 그래서 그걸 열심히 해서 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게 되었고 그걸로 대학에 갔다. 학교생활은 생각보다 별로였고, MBC에서 스토리보드 알바 등을 하다 군대를 갔다. 제대 후, 뭔가 제대로 공부해보자 싶은 마음에 유학을 결심했다.

 

사실 당시 만화에 대한 회의감도 있었다. 내가 재능이 있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유학 전공도 애니메이션과 디자인을 선택했다. 5년 간의 유학 생활 후 한국으로 돌아와 애니메이션 회사에 취직해 애니메이터로 2년 조금 넘게 정도 몇 몇 회사를 다니다 회사를 그만뒀다. 마지막 회사를 다니던 어느 날, 같이 야근 하는 팀장님을 보는데 10년 후의 내 모습이 모였다. 내가 하고 싶은 모습은 따로 있는데 생각이 들면서 뭔가 국한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속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결국 애니메이터 팀장 정도의 위치라는 이야기를 듣고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미래의 내 모습이 한계를 가지는 느낌이 싫었고, 뭔가 스스로가 역겨웠다. 그래서 과감하게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무 보장 되는 것도 없이.

 

당연한 얘기지만 당시 부모님들께서 엄청 화를 내셨다. 그래서 도피처 느낌으로 내가 스승으로 모시는 이상록 작가님의 작업실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이상록 작가님과는 고등학교 때 학원 선생님으로 맺어진 인연이다. 이 힘든 시절에 외주 작업을 주시기도 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와주셨다. 작가님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있지 못했다.

 

 

Q. 레진 공모전으로 데뷔

A. 그러다가 레진 공모전을 보게 됐다. 한번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준비하기 시작했다. 유학 시절의 사람들, 대학 교수님들께도 다시 연락하고 상담 받기도 했었다. 특히 유학 당시 학교에 날 많이 아껴주셨던, 스타워즈 스토리보드 작업을 하셨던 스토리보드 교수님이 계셨는데, 그 분이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셨다.

 

그렇게 공모전을 준비했지만 사실 그 당시 상황이 정말 좋지 않았고 뭔가 디프레스 되어 있는 상태였다. 공모전이 12월 말 마감이었고, 다음해 1월 말 발표였는데, 그 때 외주로 번 돈이 12월에 30만원, 1월은 하나도 일이 없었다. 그런데, 그 때 캐나다에 있는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애니메이터로 와서 일하라는 제안이었다. 연봉도 꽤 높았고 제시하는 조건들도 너무 좋았지만 바로 수락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공모전 발표 기다리는 게 있으니까 1월 말까지는 확실하게 이야기 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해 놓기는 했지만 사실 1월 중순부터는 은근히 이민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었다. (웃음). 그러다가 1월 말이 되기 전에 레진에서 전화가 왔다. (김민소 작가의 딜리셔스는 제1회 레진코믹스 세계만화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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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방식에 관하여

 

Q. 작품 제작 과정을 자세히 소개해 달라.

A. 초반 아이디어가 나온 상태에서 영상을 먼저 구상했다. 나는 시놉시스 등 글을 쓰기 전에 머릿속으로 영상적인 것만 계속 구상하는 타입이다. 예를 들어, 그 중에 하나가 1화에 나오는 당근 떨어지는 장면이다.

채식주의자인 이 친구가 (주인공이) 채를 써는데 그로스한 느낌이 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상상을 해 보니, 재료가 떨어지는데 그 아래에는 뜨거운 물이 있고, 들어가는 재료 자체는 맛있는 것이 들어가야겠고, 보이는 것은 그렇게 맛있어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이미지만 계속 추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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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연필로 스토리를 쓰기 시작한다. 주인공 이름도 없는 상태라 남주, 여주 이렇게 써 놓고, 남주로부터 파생되는 것들을 하나씩 다 써본다. 예를 들어 밤 11시에는 손톱을 무조건 깎아야 해. 성행위는 어떻게 해야 하고……. 등등 이런 식으로 쭉 다 써 본다. 여주 역시 이런 식으로 다 쓴다. 아예 이 친구의 초등학교까지 가 본다.

 

그리고 워드로 그걸 정리해서 쓴다. 워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상태의 글이다. 그렇다고 완전한 시나리오 느낌은 아니다. 이 상태에서 이제 매 화 콘티를 한다. 콘티를 4번 정도 짜는데, 그러면서 깎아가며 완성하는 스타일이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틀은 잡고 가지만 아주 구체적인 것까지 잡고 가는 것은 아니다. 딜리셔스의 경우 현실적으로 시간이 너무 없었다. 한 달 반 밖에 없었다. (앞으로) 이렇게 될 것이야, 라고 생각만 하고 1화를 만들었다.

 

연습장에 콘티 하고, 연습장에 한 것을 보면서 다시 덧붙이면서 콘티를 한다. 그걸 보고 또 덧붙이고… 이렇게 3번을 하고 4번째는 포토샵으로 콘티를 한다. 페이지 형식의 콘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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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같은 경우 일단 기본적으로 (워드에) 써 놓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완성되어 컬러까지 나온 상태에서 다시 쓰기 시작한다. 대사를 쓸 때는 반나절을 비워둔다. 콘티 상태에서는 대사 칸을 신경 안 쓰고 다 그린다. 내가 사용하는 작업실이 쉐어 오피스인데, 저녁 7~8시 넘어가면 다들 퇴근하시고 아무도 없다. 그때부터 연기를 하기 시작한다. 각 캐릭터 별로 톤을 바꿔가며 입으로 대사를 실제 말하면서 입에 붙으면 쓴다. 어떤 대사는 바로 안 나와서 엄청 오래 걸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3화에서 보험맨이 손톱 뜯으며 과일도 맛있을 때 안 먹으면 비리다던데……. 이 대사는 엄청 오래 걸렸다. 나레이션 역시 예를 들어, 과거 회상 장면에 영원하자, 영원하자, 영원하자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이렇게 3번 나오는 것도 입으로 곱씹으면서 계속 해 보니까 3번이 적당한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이건 예전 학교 다닐 때 연기 수업을 들었을 때 배운 것들이다. 사실 내가 체계적으로 만화를 배운 게 아니라서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짜깁기해서 쓰는 거다. 내가 스승으로 모시는 이상록 작가도 있지만 너 알아서 하라는 스타일이시라 (작업 방식을) 그냥 내 마음대로 했다. 1화 오프닝 씬 냉장고 부분은 이상록 작가가 나중에 피드백을 줘서 추가한 장면이다.

 

 

Q. 작업 할 때 사용하는 도구들은?

A. 타블렛은 공모전 상품으로 받은 22인치 액정 타블렛인 신티크로 작업한다. 컴퓨터는 아이맥 27인치를 쓴다. 프로그램은 포토샵만 쓴다. 내가 만든 브러쉬가 포토샵에만 쓰는 거라서 편하다. 차기작에는 마야 같은 3D 프로그램 등 다른 것도 시도해 볼까 한다.

 

Q. 작품 하다가 아이디어가 막힐 때 어떻게 하나?

A. 사람 많은 곳을 간다. 내가 소음장애증(?) 같은 게 있다. 시끄러워야 생각이 잘 난다. 잘 때도 시끄러워야 잘 수 있다. 이건 유학시절 생긴 버릇인데, 학교에서 엄청난 양의 과제를 끝나고 새벽 2시쯤 집에 오면 피곤하지만 영어 공부를 위해서 티비를 틀어놓고 잤던 게 버릇이 됐다. 지금도 작업할 때 영화든 드라마든 틀어놓고 작업한다. 안 보지만 귀만 시끄럽게 하기 위해 틀어 둔다.

 

Q. 작업이 하기 싫어질 때 없는가? 그럴 때는 어떻게 하나?

A. 보통 하루에 거의 12시간씩 작업을 하는데 혼자다 보니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공허하다. 그래서 부천 같이 작가들이 모여 있는 곳을 그리워한다. 그냥 옥상에서 담배 피고, 근처에 작은 뮤직바가 있는데 맥주 마시는 정도다.

 

Q. 쉐어 사무실이 불편한 점이 있을 텐데, 집에서 작업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A. 집에는 내가 좋아하는 게 너무 많다. 침대도 있고. (웃음) 집에 있으면 내 시간을 너무 빼앗긴다. 나를 무인도에 던져버리는 느낌으로 작업실에 간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고 타블렛과 컴퓨터만 있다. 그렇게 해야 작업이 잘 되더라.

 

Q. 일주일 일과는 보통 어떤가?

A. 기본적으로 아침 9시 반에서 10시쯤 출근한다. 그리고 밤 10시 반에서 11시에 퇴근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한 화 마감을 오후 12시쯤 하는데, 끝내고 점심을 먹고 바로 그날 시나리오를 쓴다. 이걸로 하루를 쓴다. 그 뒤로 이틀을 콘티 작업 한다. 그리고 이틀을 스케치 작업, 나머지 2~3일을 채색 및 대사, 편집을 한다.

 

다음 화를 위한 시작은 이전 화를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것이다. 나는 늘 영상을 떠올리면서 작업하는 스타일이다. 이번 화에서 이 캐릭터가 이렇게 끝난다면, 그걸 다시 내가 읽고 그 캐릭터에게 물어본다. 너 뭐 할래? 뭐하고 싶어? 어떻게 할 거야? 라고 물어본다. 그걸 쭉 연필로 쓴다. 이게 나에게는 시나리오다. 어디, 어디 까지 나오고, 타이틀 나오고... 이런 것들을 다 적는다. 머릿속에 나오는 것을 빨리빨리 해야 하기 때문에 막 갈겨쓴다. 그래서 시간이 꽤 걸린다.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아서)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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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관하여

 

Q. 딜리셔스 최초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건가?

A. 이상록 작가를 포함한 몇 몇 지인과 술을 마시다가 딜리셔스 작품의 기초가 될 만한 비슷한 아이디어 이야기가 나왔었다. 당시 내용은 남자 주인공이 베지테리언이지만 인간을 먹는 설정, 그리고 여자가 한 명 있는데 이 사실을 끝까지 모르고 있다가 마지막에 알게 된다 정도였다. 그 때, 제목은 딜리셔스가 어때요? 라고 내가 던졌다. 그 정도가 끝이었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레진 공모전 뜬 거 보고 딜리셔스 생각이 났다. 그래서 이상록 작가 등에게 연락을 해서 동의를 구하고 시작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당시 이야기했던 지인 한 분과 같이 작업을 했는데 (공모전용으로) 1화까지만 같이 내고 그 뒤로는 혼자 하게 되었다. 사실 그 이전까지는 단편 만화 작업 같은 것도 전혀 해 본적이 없었던 상태였다.

 

Q. 섬뜩한 소재를 꽤 담담하게 서술하는 연출 방식이 인상적이다. 

A. 이거는 사랑 이야기다, 라는 전제를 늘 깔고 간다. 나는 무조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연출을 할 때 늘 가지고 가는 거다. 그래서 연출 부분을 담담하게 가지고 갈 수 있었다. 표현, 스토리 모두 아름다워야 한다.

 

Q. 상상과 현실의 자유로운 컷 전환이 좋다. 자유롭게 내면이 흐름대로 콘티를 하는 느낌이다.

A. 사실 전략적으로 선택할 시간이 없었다. 그냥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거다. (시간상) 빨리 했어야 했다. 그래서 (내 스타일대로) 내추럴하게 보여주는 거다.

 

Q. 요리 아이템과 선정과 조사는 어떻게 하는가?

A. 요리 아이템 선정은 컬러부터 일단 생각한다. 이번 화의 컬러는 이랬으면 좋겠다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 여기에 맞는 채소를 조사해서 배열해 본다. 거기서 컬러나 모양을 본다. 재료를 선택한 다음, 이 재료에 대한 요리는 뭐가 있을까 생각하게 되고, 이 재료를 만들 때 주인공들이 어떻게 할까 고민한다. 인터넷으로 국내, 국외 다 찾아본다. 동영상도 보고. 그렇게 생각한다. 나오는 요리 대사들도 다 내가 생각한 것이다. 아까 말했듯이 직접 연기하면서. 내 스스로 사회자가 되어서 말하면서 대사를 만든다. 플레이팅 같은 경우도 기본적인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스스로 만든다. 특히 색은 내가 정해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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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경상도 사투리 대사 부분은 어떻게 했나?

A. 이런 디테일을 잘 못하면 전체 흐름이 아주 방해될 수 있기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건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내가 아는 대구 지인이 있는데, 그 분께 부탁 드려서 진행하고 있다. 내가 먼저 대사를 써서 보내면, 그 분께서 사투리로 수정해서 보내주신다. 캐릭터 중에 한 명 정도는 사투리를 쓰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건데, 갈수록 형사 비중이 커지면서 그 분께 미안함이 커지고 있다.

 

Q. 스토리 진행이 일반적이지 않고 독특하다. 기존 스토리를 비틀 생각을 가지고 접근 했나?

A. 딱히 그런 것들을 노리고 하지는 않았다.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그런 거라서 그렇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노리면 (독자들에게) 다 보인다고 생각한다. 내가 (인위적으로) 뭘 하면 걸린다. 멋있는 척 하면 다 그게 보인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나는 그저 이 친구가 흘러가는 데로 내버려두는 타입이다. 그런 원칙을 가지고 어떤 부분은 풀어주고 맞춰주고, 또 풀어주고 맞춰주고 그런 식이다.

 

Q. 순간순간의 느낌이나 찰나를 잘 포착하는 것 같다.

A. 컷과 찰나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정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가끔 한다. (연출적으로) 시간대를 변경 하는 경우도 같은 맥락인데, 순간을 조금 더 길게 혹은 짧게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순간은 길게 가고 싶다. 이런 것이 있다.

 

Q. 컷이 어떤 부분은 생략을 과감하게 하는 편이지만 또 감정 표현이나 강조하는 부분은 컷을 많이 쓴다. 컷 연출에 대한 기준 같은 것이 있나?

A. 어떻게 보면 내가 더 많이 말하고 싶은 것, 더 많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폭력적인 부분은 필요한 거니까 쓴다. 콘티 짤 때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구분을 한다. 그러면 조금 더 쉬워지는 것 같더라. 다만, 그 비율은 원하는 게 더 많이 들어가도록 한다.

 

Q. 영화적인 앵글, 연출도 보인다.

A. 아무래도 만화보다 영상을 더 많이 보고 공부도 했다. 처음 시작을 영상으로 시작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연출 자체도 그런 느낌이 있을 거다.

사실 초반에 두려웠다. 만화 자체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만화 연출을 안 해본 사람인데, 사람들이 과연 내 연출에 대해 공감을 해 줄까? 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독자들이) 재미있게 보신다면 정말 감사한 부분이다.

 

Q. 대부분이 독특한 캐릭터들이다.

A. 채경 같은 경우 내적으로 정상은 아닌데 보이는 것은 딱딱하고 냉철하다. 어떤 사람은 또 밖으로 보기엔 밝지만 안은 시커멓고. 그런데 세상은 겉을 보는 편이지 않는가? 그런 것들을 조금 생각했다. 이 캐릭터들을 겉과 안을 다 봤을 때 누가 정상인가? 라는 것들을 한번 던져주고 싶었다. 나중에 독자들이 채경을 살인마이지만 나중에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성적인 표현에 있어서의 작가만의 기준이 있는가?

A. 이것 역시 아름답다는 범주 안에서 표현될 수 있다. 그런데, 성적인 묘사를 본다면 어떻게 보면 정상적인 장면이 없다. 왜냐하면, 작품의 주된 부분을 그걸로 타겟을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황가라는 캐릭터라면 어떤 성적 행위를 할까, 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서비스 컷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황가의 캐릭터가 나와도 징그럽게 기억될 수 있도록 표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의미에서 성적인 표현도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Q. 장면 전환에 대한 연출 아이디어가 좋다.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가?

A. 신경을 많이 쓴다. 캐릭터 각자의 스토리가 있으니까 그걸 잘 보여주기 위해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특별히 아이디어를 어떻게 떠오르는 건 없다. 콘티 때 나올 때도 있고, 나중에 나올 때도 있다. 다행히 그런 것들이 감사하게도 잘 나오는 것 같다.

 

원래 내가 그런 것들을 재미있어 했다. 영화를 볼 때도 이런 부분(장면 전환)이 오히려 엑기스라고 생각한다. 다음 컷을 어떻게 넘기나, 라는 것들을 영화 보면서 많이 생각한다. 멋진 장면 전환이 나오면 혼자 감탄하기도 하고 심지어 이렇게 전환되겠지 라고 맞추기도 한다. 늘 유심히 생각하고 염두에 두는 부분이라 오히려 당장 한 컷을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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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토리 진행이 빠르진 않다. 한 회차 분량은 어떻게 정하는가?

A. 시놉을 쓸 때 3~4장 정도 나왔을 때로 한 화를 정하는데, 이걸로 콘티를 한다. 콘티를 하면서 분량이 많아지거나 적어지기도 하는 데, 분량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 편이다. 사실 스토리 진행이 늦는 거에 신경을 많이 쓴다. 담당 피디도 말을 해 주고. 하지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 표현해야 하는 것들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욕심 일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부분이 필요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에 이 캐릭터는 이런 느낌이었어 라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것들이 있다 보니 스토리가 천천히 가는 부분이 있다.

 

Q. 초반에는 설명적 대사나 나레이션이 거의 없이 담백하다가 뒤로 가면 대사나 나레이션이 늘어났다. 생각의 변화가 있었나?

A. 그렇다. 연재 하면서 너무 감추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장르 상 어느 정도 감춰야 할 부분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연재를 하면서 각 캐릭터들 하나하나씩 어떤 느낌인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나레이션을 넣게 되었고. 어떻게 보면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어주기 위한 장치로 쓴 것이다.

 

Q. (주제적으로) 이 작품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작품인가?

A. 주제는 사랑이다. 장르가 스릴러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장르는 멜로다. 어떻게 보면 리나, 채경의 캐릭터 모두 불행한 캐릭터이고 도끼도 불행한 캐릭터다. 하지만 이 캐릭터들이 사랑에 대한 것을 표현할 때는 굉장히 순수하게 표현한다. 사랑에 대한 부분은 보일 수 없지만, 안 보이니까 더 순수하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랑의 표현에 대한 것들을 말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작품의 모든 캐릭터는 어느 누구도 사랑을 가지고 이용을 하지는 않는다. 다른 걸로는 이용을 하되, 사랑을 가지고 이용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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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 진행하면서 처음 의도한 대로 잘 흘러갔는가? 잘 안됐다면 원인은?

A. 상업적인 부분에서 조금은 엇나간 게 아닌가 생각은 사실 조금 한다. 내가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더 많이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내 욕심을 가미하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그걸 알고 있으니까 타협을 하면서 가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건 이렇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라는 느낌을 주고 싶지는 않더라. 독자는 독자일 뿐이지 내가 강요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내 욕심을 작품에 어떻게 하면 잘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연재하면서 배우는 중이다. 그런데 레진 연재는 댓글도 없고 피드백 받는 창구가 부족해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Q. 작품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A. 아무래도 소통의 부재인 것 같다. 레진 시스템상 (피드백이) 힘든데, 무플보다 악플이 났다는 생각이 든다. (웃음) 겨우 소통하는 사람이 담당 피디뿐이라 아쉽다. 나는 정말 나 혼자다. 주변에 사람도 없고. 그런데, 그래서 더 단단해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아무도 없고 혼자라 내가 흐트러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는 부분이 있다. 예전에는 소통을 그리워했지만, 얼마 전부터는 휘둘리지 말고 혼자 가야 하는 거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Q. 본인이 꼽는 베스트 회차는?

A. 29~30화의 채경의 과거 에피소드. 이야기를 처음 할 때부터 기획 했던 부분인데 사실 이 부분을 다른 작가와 콜라보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업하면서 이 사람과 콜라보를 해 볼까? 저 사람과 해 볼까? 이런 생각을 계속 했었다. 담당 피디와 상의도 해봤는데 피디는 그냥 내가 하는 걸 원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하게 됐는데, 그래서 더 신경을 많이 썼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 작품 안에서 다른 작가와의 콜라보는 한번쯤 꼭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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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소 작가의 추천 웹툰 3편

 

1. 영원한 빛 [ 이상록 │ 다음]

- 대단하다고 느끼는 게, 정말 방대하고 난해한 이야기에다 SF인데, 너무 SF같지 않게 인간 사는 이야기로 잘 끌고 간다. 그걸 또 친절하게 가지고 가서 대단하게 느껴진다. 또 수작업을 하시는데 존경하는 부분이다. 워낙 그림도 잘 그려서 부럽기도 하다. 자료 참고도 거의 하지 않는다. 늘 많이 배우고 있다.

 

2. 랫츠 [ 고래우 │ 다음 ] 

- 쥐를 형상화해서 인간과 같이 표현한다는 것이 내 작품과 비슷한 맥락이 있다. 하지만 좀 더 상업적인 느낌이 있다. 2부가 되면서 스케일이 커졌는데,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다.

 

3. 꽃드림 [ 팀 샐러드레씽 │ 다음 ]

- 소재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 그것에 대한 존경이 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이런 것. 또 어릴 때의 향수가 떠오른다. 어린 시절 5시, 6시에 했던 만화영화를 보는 느낌이 있다. 분위기가 너무 좋다.

 

 

Q. 인생 작품 혹은 정말 아끼는 작품이 있다면? 

A. 영화 이터널 선샤인. 다른 어떤 좋은 영화를 봐도 이 영화는 언제나 1등이다. 이 영화도 장면 변환이 정말 기가 막힌다. 소재 자체도 너무 뛰어나다. 그런데 소재가 아무리 좋아도 이걸 풀어내는 것이 더 어려운데, 이 영화는 너무 담담하게 잘 풀어내서 좋았다. 마지막 장면의 okay, okay에서 느껴지는 울림이 너무 컸다. 이걸 위해 이렇게 달려왔구나 느꼈다. 이런 작품을 한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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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ZZING

@ZZING36

인터뷰, 정리: 황선태

scarbo19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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