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머지않아 밤이 온다 - 소년과 소녀, 밤이 왔을 때

박성원 | 2016-08-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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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소녀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언제나 결핍되어 있는 부분이 있고, 그만큼 발전할 여지가 더 많으니까요. 소년소녀가 성장하고 진화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도 드물겠지요. 창작물 속에서만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경우라면 더욱 그러한데, 물론 기술적인 정교함이 보태져야겠지만 소재는 분명 제 취향입니다.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도 뛰어난 편이라, 공모전에 맞춰 중단편 정도로 끝난 점이 아쉬울 정도네요.

 

‘머지않아 밤이 온다’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차별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위 이능력이라고들 하지요. 그런데 제 생각에 이능력은 이야기의 맥락 속에서 그 자체로 크게 중요하지는 않아요. 사실 이능력이라는 소재 자체가 메인이 되는 이야기는 보통 재미없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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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라는 삭막한 명칭으로 불리는 아이들은 매우 어린 시절에 능력을 각성하는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무서운 호전성이 수반된다는 데 있습니다. 당연히 자기 능력을 조절하지도 못하지요. 당연히 주변에서는 피해가 발생하고요. 연구진들의 언급에 따르면 F들은 하나같이 살인자입니다. 각성 과정에서 사람이 죽지 않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프로젝트 ‘귀가’는 이런 F들을 위해 탄생했습니다. 인류 최후에 대비한 노아의 방주 같은 거대한 시설에, 어울리지도 않는 백색가운을 걸친 ‘연구원’들과 그들에 의해 관리되는 'F'들이 함께 살아가요. 참고로 이 세계에서는 ‘가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애를 안 낳고, 독거노인이 늘어나고, 자꾸 혼자 살고, 뭐 그러다 보니 최종적으로 가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해체되었다고 하는데, 다소 극단적인 설정이 아닌가 싶은데, 하여튼 그렇습니다. 이제 엄마아빠는 과거의 그 부모가 아니라 생물학적인 모태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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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는 그런 현실 속에서,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는 현실 속에서 특별한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그런 것 치고는 단순히 사회에 위험이 되는 말썽분자들을 격리시킨 정도에 불과한 것 같지만, 표면적인 목적은 그렇습니다. 새로 온 연구원들에게 설명한 내용이에요. 물론 일반 대중에게 F들의 존재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장비이’와 ‘이토록’은 각각 귀가에 온 시기가 차이가 나는 두 명의 F입니다. 비이는 키가 작고 귀여운 외모이지만 성격이 몹시 사나운 소녀이고, 토록은 잘 생긴 탁한 금발의 소년인데요. 물론 둘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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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귀가에 ‘봄나’와 ‘석효’라는 두 신입 연구원이 들어오고, 비이와 토록이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이 오류를 일으키며 시작됩니다. 이 ‘훈련’이라는 것은 가상의, 그러나 물리적인 힘을 가진 괴생물체와 능력을 활용해 싸우게 시키는 내용입니다. 신입 연구원 봄나도 의문을 제기하지만 F들에게 도대체 왜 이런 짓을 강요하는지는 알 수가 없어요. 작품이 끝날 때까지도 모호하게 남아있습니다. 프로그램이 오류를 일으키며 몇 번 얻어맞으면 사라졌어야 할 (가상의)괴물은 계속 날뛰며 비이와 토록을 공격합니다.

 

장비이, 이토록, 이 둘은 이야기 속에서 전형적인 ‘F'이지만 동시에 현실에서 부당한 이유로 배척받는 아이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현실에서 우리가 겪는 많은 어려움들이 그렇지만, 미성년들 입장에서는 불가항적인 문제들이 많잖아요. 출생이나 배경, 타고난 능력 같은 것들이 특히 그렇죠. 비이와 토록을 비롯해 자신이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상처받은 아이들은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하지요. 이 해결책이라는 것이 사회친화적인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는 합니다만. 비이와 토록은 이렇듯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아 나섭니다. 그런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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