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뼈와 살 - 끝으로 치닫는, 그러나 멈출 수 없는

박성원 | 2016-08-19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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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와 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아름답습니다. 여성적인 아름다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예술품을 감상할 때의 그 ‘아름다움’과 유사합니다. 군살 하나 없이 탄탄한 근육으로 조밀하게 덮여있는 남성의 육체도, 풍만한 가슴에서 한 줌의 잘록한 허리, 골반으로 이어지는 여성의 몸이 이루는 곡선도, 누구에게나 아름답게 느껴질 것입니다. 인간의 육체미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공유할 수 있는 미(美)에 대한 관점이겠지요.

 

‘재하’는 잘 생긴 얼굴에, 낮에는 부모님이 원장으로 있는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고, 남은 시간에는 취미로 누드모델로 활동합니다. 취미가 취미인 만큼 그의 몸매는 탁월합니다. 그가 누드모델로 활동하는 미술 학원에 오는 ‘다미’도, 비록 그림을 그리는 입장이지만 재하가 한눈에 반할 정도로 매력적인 육체를 자랑합니다. 둘은 당연한 듯이 사랑에 빠지지만, 둘의 과거와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일반적인 사랑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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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름다운 사람들이기 때문일까요. 재하와 다미는 다른 누군가의 집착의 대상입니다. 동시에 다른 누군가를 집착하는 주체이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 그러나 가정적으로 결함이 있는 집안에서 자란 재하는 어려서부터 어엿한 전문직이 된 지금까지 어머니의 병적인 집착과 관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재하의 어머니는 욕심과 집착, 지독히도 자기중심적인 성격, 그리고 그 모든 비뚤어진 것들을 실현할 현실의 재화와 권력까지 모두 갖춘 탐욕의 화신과도 같습니다.

 

다미는 재하와 비교하면 다소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그녀 또한 어려서부터 가족의 집착을 받아왔습니다. 또 다른 점이 있다면, 그런 집착을 싫어하지 않는 것일까요. 다미의 언니인 ‘수미’는, 분명 동생을 사랑하는 좋은 언니이지만, 다미에게서 기묘한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자매인데도 불구하고 다미는 수미에 비해 훨씬 육체적으로 훨씬 아름답습니다. 수미는 그런 다미의 몸과, 몸의 성장을 탐닉하고, 자신의 것만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물론 그런 시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하게 실패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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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와 다미는 분명 피해자이지만, 동시에 가해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종류의 애정, 사랑, 사람과 사귀는 방식만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연히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누군가를 대하기 마련이지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그 둘이 만나서, 서로에게 마음껏 집착하고 소유욕을 드러내며 사랑한다는 점이겠지요. 그러나 비뚤어진 사랑은 비록 동류끼리 만났다고 해도 해피엔딩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잘못된 애정, 집착, 비뚤어진 사랑, 이런 것들은 분명 드문 소재는 아니지만, ‘뼈와 살’에서는 이런 소재들을 아주 설득력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창작물에서 흔한 소재라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 현실에서는 드문 일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이를 해칠 정도의 집착은 분명 현실에서 쉽게 접할 수 없겠지요. 따라서 인물들이 그런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묘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뼈와 살’에서는 필연적인 과거와 상황, 섬세한 감정묘사, 그리고 조심스러운 관계의 진전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적 파국을 독자들이 논리적으로 긍정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이런 배려는 아주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기 때문에, 어둡고 드문 감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는 것만으로도 작품을 감상할 가치가 있습니다. 조각상 같은 육체미를 자랑하는 남녀의 로맨틱한 정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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