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행의 발견 - 일상을 탈피하다

박성원 | 2016-08-2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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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여행의 발견’입니다. 그런데 인물들이 발견한 건 여행 그 자체보다는 여행하는 과정에서의 깨달음에 가까울 거예요. 굳이 여행하면서 뭔가를 얻겠다면, 보통 그런 형태인 경우가 대부분이겠죠.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나이대도 그렇고요.

 

다섯 명이나 되는 인물이 동시에 룩셈부르크로 떠납니다. 단체 여행 같은 건 아니고요. 각자의 사정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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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영’과 ‘진석’은 10년을 넘게 동거했던 장기 커플로, 1년 전에 룩셈부르크로 아주 늦은 신혼여행을 떠납니다. 10년을 같이 함께한 남녀는 사실 연인보다는 부부에 가깝겠죠. 인생 전체로 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단 한 사람과 같이 하는 것으로 따지면 매우 긴 시간이니까요. 둘의 결혼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결혼은 이루어지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10년짜리 사실상 결혼한 것과 마찬가지인 커플이, 그것도 하필이면 신혼여행을 가서 깨지는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 그건 정말로 어려운 난제인 것 같습니다. 룩셈부르크가 아니라 유럽이라도 스페인, 혹은 아예 태국이나 베트남처럼 뜨거운 나라로 갔다면 열기에 정신을 못 차려서 어물쩍 결혼했을 수도 있겠지요. 과거야 어쨌든 희영과 진석의 관계는 그렇게 파토 납니다. 한편 희영은 진석과 헤어진 다음 유럽에서 ‘민후’라는 다른 남자와 우연히 마주하는데, 물론 이 남자는 1년 후의 여행에 다시 등장하지요.

 

1년의 시간이 흐르고, 이제 희영과 진석, 민후를 포함해 5명이나 되는 사람이 동시에 룩셈부르크로 향합니다. 희영과 민후는 업무차 동행하게 되는데요. 희영은 일러스트레이터이고 민후는 베스트셀러 글작가입니다, 유럽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서죠. 진석은 ‘규현’과 ‘리나’라는, 마찬가지로 10년지기 친구인 커플의 결혼을 도와야 된다는 막중한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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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희영과 민후의 여행기입니다. 낭만적인 유럽에서 - 개인적으로 뭐가 낭만인지 잘 모르겠지만 - 잘 생긴 베스트셀러 작가와의 여행. 보다 범주화를 시키자면 성숙한 남녀의 단 둘이 함께하는 여행이지요. 유럽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 민후에게 호감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둘 다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희영은 잃어버렸던 설레는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일에 치이고, 관성으로 유지되는 연인 관계에 실망하면서 잃어버린 그 감정을 말이죠.

 

물론 진석도 가만히 있지는 않아요. 희영이 가끔씩 그를 떠올리는 것과 별개로 깔끔하게 과거의 인연을 털어낸 것과는 다르게, 진석은 아직도 희영에게 큰 미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룩셈부르크는 그리 크지 않은 나라라서, 둘이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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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소개를 보면 사랑과 결혼에 대한 잔혹한 현실이라는 표현으로 독자들을 위협하고 있는데요. 사실 결혼을 경험하지 않은 독자들이라도 크게 잔혹하게 다가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처음 만난 감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잖아요. 사람이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분명 불행한 일이지만 잔혹한 현실이라고 볼 수는 없죠.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여행의 발견’에서 인물들의 말과 생각을 통해 새삼 강조하는 사랑과 결혼의 현실도 그래요.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그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 생로병사와는 달리 -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는 선택권이 있다는 점이죠. 희영이 프러포즈를 받고 그 뒤에 있는 관광객들을 보며 어떤 깨달음을 얻은 뒤에, 프러포즈를 거절한 것처럼요. 물론 그 대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명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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