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녀도시 리린이야기 - 유서를 먹고 사는 마녀들

박성원 | 2016-08-2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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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도시 리린이야기’에는 제목과는 달리 마녀가 몇 명 안 나옵니다. 정확히 4명이에요. 이건 스포일러가 아니니까 걱정 마시길. 금방 밝혀지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마녀‘도시’인지 모르겠어요. 조심스럽게 추측하자면 ‘마녀 리린이야기’라고 하면 뭔가 너무 밝고 명랑해 보일 것 같아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마녀도시’하면 범상치 않은 느낌이 물씬 풍기니까요.

 

여기서 나오는 마녀는 인간들이 종種으로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필히 ‘사냥’해야 될 존재들입니다. 외형적으로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이들의 유일한 먹이는 인간의 ‘유서’인데, 쉽게 말해서 마녀들이 살아남으려면 사람이 자살하기 전에 남긴 글이 끝없이 필요하다는 의미지요. 구체적으로 하루에 몇 명 분량의 유서가 필요한지는 나오지 않지만, 삼시세끼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자살하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그중에 유서를 남기는 것은 일부겠고, 또 그 유서를 유가족이나 경찰들의 저항을 뿌리치고 가져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마녀들은 자연히 ‘능력’을 통해 꼼수를 부립니다. 정말로 죽을 만큼 아프게 만들어서, 죽음을 애원하는 사람들에게 유서를 쓰게 만드는 식이죠. 이건 주인공이라고 나오는 마녀도 마찬가지라, 사람을 죽이는 일 가지고는 이 작품에서 선역과 악역을 구분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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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네 명의 마녀는 하나 같이 피곤한 인생을 살고 있어요. ‘리린’과 ‘미르’는 작중에서 ‘언덕 너머 우는 집’이라고 불리는, 그냥 외딴 곳에 처박혀 있는 폐가에서 서로에게 의존하여 알콩달콩 나쁘지 않게 살고 있었습니다. 물론 리린은 둘의 식사를 위해 아동 성매매를 빙자하여 페도필리아들을 사냥해야만 했지만, 이건 둘에게 일상이라고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작품이 시작될 때만 해도 그랬는데, ‘실비아’라는 악질 새디스트 마녀사냥꾼이 둘을 노리면서 안 그래도 우울했던 인생이 더욱 어둡게 변합니다. 실비아는 자신이 마녀이면서 동시에 마녀사냥꾼으로, 마녀들을 잡아다 잔인한 고문을 가하며 쾌락을 느끼는 악질 중의 악질 싸이코입니다. 실비아는 이미 ‘페이지’라는 다른 마녀를 저택에 가둬서 실컷 괴롭히고 있어요.

 

리린의 존재를 알게 된 실비아는 그녀를 납치하기 위해 검은 양복과 선글라스를 낀 남자들을 잔뜩 보냅니다. 마녀 주제에 마녀사냥꾼이라는 것도 웃기지만 실비아의 주된 힘은 다름 아닌 금력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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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다 보고 나면 절로 “이런 수위의 작품도 돈 받고 연재될 수 있단 말인가?”하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10살 내외의 여자애들이 온갖 흉악한 날붙이들을 가지고 뼈와 살을 분리하는 장면이 난무하거든요. 마녀들은 초월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에 비하면 아주 약해졌습니다. 리린도 그렇고 실비아도 그렇고 싸울 줄 아는 마녀들은 모두 ‘무투파’에요.

 

날아다니는 빗자루 위에 앉아서 주문을 외우는 대신 식칼로 목을 베어버리죠. 특히 리린은 근접 전투에 특화된 능력의 소유자라, 쏟아지는 탄환을 맨몸으로 받아내며 칼을 휘두르는 터프한 스타일입니다. 싸우는 방식이 그 모양이고, 앞서 언급했듯 인간 청부업자들까지 잔뜩 등장하는지라, 초반을 넘어가면 화면에 피가 마를 날이 없습니다.

 

마녀들의 존재는, 그래요.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육식동물은 존재 그 자체로 초식동물들의 죽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육식동물들의 사냥을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요. 차이가 있다면 이들 마녀는 한없이 인간에 가까운 정서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마치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것 같은 생존방식을 요구 받는다는 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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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본능의 괴리만 해도 죽을 것처럼 괴로운데, 같은 마녀 안에서도 그런 고통을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며 살아가는 미친년이 등장해서 설쳐대니, 가혹할 정도로 피곤하고 힘든 인생입니다. 차라리 죽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해요. 마치 세상의 악의가 똘똘 뭉쳐 그녀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평범한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하고, 가끔씩 정말로 불행으로 덧칠된 삶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는 것처럼요. 또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그럴 것처럼), 마녀들은 서로에게 의지하여 힘겹게 살아가거나, 세상의 선의를 다시 한 번 기대하며, 혹은 그냥 그렇게 죽어버립니다. 그런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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