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LOVE FICTION - 사랑하는 연인을 정리하는 법

박성원 | 2016-08-30 09:16

 

 

표면적으로는 실연의 아픔을 견뎌내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정도는 맞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가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거의 전적으로 세 남녀(혹은 넷)가 연애를 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인물들을 소개하며 시작하는 쪽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lovefi.jpg

 

 

마철과 애순은 최근에 끝난 연인입니다.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이어간 것 같지만, 본질적인 성격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할까요. 일별하기엔 순애보의 애순을 나쁜 남자 마철이 차버린 것 같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마철은 인격과는 별개로 사회적으로 좋은 평가를 듣기 힘든 인물입니다. 직접 언급된 적이 없어 대화 등을 통해 유추해 보면, 미술대학에 다니고 있지만 휴학 중이고, (급전이 필요한 와중에도)전공을 살려서 알바를 구하는 것은 사절할 정도로 흥미가 없습니다. 집안 사정이 좋은 것 같지도 않고, 잘 생긴 마스크로 여자들을 전전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또 남자로서 존심은 있는데, 이건 남자라는 생물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이 아닌가 싶습니다.

 

 

K-003.jpg

 

 

애순은 회사에 다니는 순한 인상의 미인으로, 절친한 친구의 평에 의하면 ‘시녀병’에 나보다 타인을 위하는 그런 성격입니다. 마철에게 확 꽂힌 그녀는 마철을 집에 들이고(?) 알콩달콩 동거까지 했습니다. 애순은 비뚤어진 마철을 극진하게 대하는데, 이건 사실상 연인보다는 모자관계나 주인님과 하녀에 가까울 지경입니다.

 

어찌어찌 연인으로 잘 지내던 둘은, 애순의 지나칠 정도의 이타적인 성격에 질린 마철이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며 끝장납니다. 글로 써놓고 보면 잘 대해주는데 왜 싫다고 난리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 주워들은 정도에 불과하지만 - 지나친 이타적 성격은 정신병에 해당된다는 얘기도 있으니 마철을 탓할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진짜 문제는 ‘홍’이라는 제3의 인물입니다. 홍은 애순의 절친한 친구로, 처음에는 갈등하는 두 연인을 중재하기 위해 나섰지만 결국은 마철과 눈이 맞아버립니다. 홍은 애순과는 다른 성격과 매력을 지녔는데,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으로 성격이 똑 부러지고 자기주장도 강하며 아주 이성적이고 쿨한 여성입니다. 그런 홍의 매력에 끌린 마철은 금세 사랑에 빠지지만, 사실 현실의 연애라는 것이 마철 같은 남자에게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K-004.jpg

 

 

내용 자체는 앞서 언급했듯 사랑싸움입니다. 삼각관계라고 하기는 어렵겠군요. 질펀한 치정은 나오지 않아요. 가끔씩 실수를 하고 엉뚱한 일을 벌이지만 최소한의 개념은 있는 성인들이기 때문일까요.

 

제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 세 남녀가 벌이는 갈등입니다. 물론 청춘남녀가 싸우는 이유야 그들이 사랑하는 것만큼 다종다양한 경우가 있겠지만, 사실 물질적이고 물리적인 이유를 제외하면 사랑을 가로막는 첫 번째 원인은 바로 성격 차이겠지요.

 

마철, 애순, 홍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좋아 보였거나, 당연시했거나, 아니면 그저 신경 쓰지 않았을 그런 사소한 성격 차이가 관계에 균열을 일으킵니다. 물론 싸움에 누가 더 잘못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따져볼 수도 있겠지만, 민사소송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연인관계라는 맥락에서는 그런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K-005.jpg

 

 

독자들은 각 인물의 성격, 과거,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모두 전지적 시점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셋 전부가 일방적으로 비난받을 악한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러나 인물들은 그렇지 않죠. 현실에서도 아마 대부분 그럴 겁니다.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와중에도, 이렇듯 다층적이고 복잡한 인간관계의 갈등을 담아내는 것. 이 작품의 빼어난 장점입니다.

 

결말도 의미심장합니다. 마철, 애순, 홍은 각자의 결말을 맞습니다. 헤어진 연인은 그대로 끝이라지만 새로운 사랑을 찾은 이도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생각할 때 상대가 바뀌었을 뿐 달라진 건 거의 없어서, 비슷한 문제로 싸우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될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에는 모쪼록 잘 풀리기를 빌어줄 생각입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니 말이죠.

 

 

 

웹툰가이드 PICK
웹툰가이드 인기글

추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종달새가 말했다"
오지상 | 2016-09-13
오리우리 - 사람으로 변해버린 오리 한마리
namu | 2016-09-13
[레진코믹스] 저승GO(2014)
잠뿌리 | 2016-09-13
[레진코믹스] 웹툰창작실습(2015)
잠뿌리 | 2016-09-13
유혹 '가장가까운곳에 있었던 위험'
이십사센치 | 2016-09-12
그 판타지 세계에서 사는 법 - 판타지의 정석, 냉혹한 현실 반영
모붬생 | 2016-09-12
미미살롱 -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한 위장취업
위성 | 2016-09-12
고전적 비극과 사랑 "사랑의 슬픔"
오지상 | 2016-09-12
<마이너스의 손> 대학 최강자전의 수작, 네이버에 연재 시작!
앵두 | 2016-09-12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서 오는 쾌감 1 <한줌물망초>
패스좀해 | 2016-09-12
대최전 종료 기념 리뷰 - 그들에게 사면초가
므르므즈 | 2016-09-12
텍스쳐에 묻혀버린 전개 - 팬피터 [스포]
므르므즈 | 2016-09-12
방황하는 신 - 형사물과 판타지의 서늘한 조합
위성 | 2016-09-12
[레진코믹스] 여자 제갈량(2014)
잠뿌리 | 2016-09-12
[레진코믹스] 애완소녀들의 동향분석과 대응방안(2014)
잠뿌리 | 2016-09-12
열쇠를 줍자, 땅에서 문이 열렸다 "열쇠 줍는 아이"
오지상 | 2016-09-11
슈피리어 스파이더맨
김봉석 | 2016-09-11
비밀 줄리엣 - 고전 소설 모티브의 신선한 상상력
위성 | 2016-09-11
알게뭐야 - 진짜 슈퍼스타가 탄생하기까지
하월드 | 2016-09-11
유토피아 - 서로의 상처를 핥다
경리단 | 201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