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블로섬 데이즈 - 작은 꽃이 피다

박성원 | 2016-08-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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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섬’은 ‘꽃이 피다’, ‘만개하다’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블로섬 데이즈’라고 하면 ‘꽃이 피는 날’ 정도로 번역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꽃이 폈다고 표현할 정도로 밝고 화사한 일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블로섬 데이즈’는 기본적으로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요. 당연히 주로 등장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입니다. 학교라는 곳은 청소년 시절에 누구나 거쳐 가는 곳이니까, 그만큼 모두에게 익숙하고 흥미로운 소재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외의 무수히 많은 매체에서 학교를 배경삼아, 혹은 학교와 교육에 대해 다루고 있지요.

 

이 작품도 그래요. 학교에서 연애하거나 청춘을 불태우는 내용은 아닙니다.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실적인 학교에서의 위기’ 정도일까요. 사실 예나 지금이나 대중매체에서 비춰지는 학교의 위기에 비하면,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정도는 위기라고 부를 수도 없는 수준일지도 모릅니다. ‘블로섬 데이즈’에는 학교를 마음대로 쥐락펴락 하는 이사장이나 거대 권력을 뒤에 낀 부잣집 자제들, 거대한 음모, 극단적인 폭력, 강간, 살인, 불량배들의 패싸움, 폭력 비리 선생, 뭐 이런 것들은 없거나 훨씬 약한 모습으로 등장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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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줄곧 하던 생각이지만, 사실 한국의 대중매체에서 등장하는 학교는 그 배경이 굳이 학교일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을 거예요. 악의 정점과도 같은 도련님 아가씨, 보스의 수하인 악덕교사, 교장, 이사장, 이런 존재들은 간단하게 치환할 수가 있잖아요. 학교가 아니라 기업이나 국가 전체, 오버를 좀 하자면 세계 단위까지 확장해도 무관하죠. 현실성이 없고 단순 유치하다는 문제도 있지만, 학교라는 특수한 배경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패착이죠.

 

반면에 이 작품에서는 학교, 바로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덕분에 자극적인 여타 매체에 비- 학생이 자살하고 이사장과 교사들이 앞잡이로 나서 사건을 묻고 정의에 불타는 주인공이 얻어터지는 - 비하면 다소 지루할 수 있어요. 좋게 표현하면 아주 잔잔합니다. 사실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이라는 것들은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 경우가 많죠. 혹은, 과거를 그렇게 조작했거나요. 정작 그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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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두 명입니다. 새로 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온 ‘지원’, 그리고 그녀의 이웃집에 사는 고등학생 ‘산하’입니다. 지원은 산하 반의 부담임이고, 또 산하를 비롯해 형제와 제법 오랜 친분이 있습니다. 지금도 같은 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구체적인 줄거리나 개별 사건을 늘어놓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앞서 언급했듯 외부의, 제3자 입장에서 보면 크게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지원이 새로 교사로 오면서 생긴 변화도 아닙니다. 문제아는 훨씬 예전부터 계속 문제아였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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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와 산하의 친구들을 비롯한 일부 학생들, 그리고 지원, 다시 일부의 교사들. 학교의 구성원들은 끝없이 갈등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어요. 나이가 많은 교사들은 살아온 시대가 다르니 가치관의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어른이 생각하는 만큼 순수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물론 학생들은 순수하지 않죠)

 

하지만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이 학교를 대하는 방식에 따른 차이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개개의 미성년 학생에게 학교는 거의 생활이자 삶의 전부와도 같지만, 교사에게 학교는 직장입니다. 업무의 일환으로서 한 인간의 삶과 생활을 온전히 감당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죠. ‘가장 좋은 결과는 문제가 없는 것이다.’ 뭐 그런 이야기죠. 결국 학생이 처한 어려움은 제한적으로 수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교사가 애를 써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고, 그러다 보면 회의가 늘기 마련입니다.

 

지원은 보다 적극적이에요. 아마 새로 온 신입 교사이고, 나이도 젊은 편이며, 산하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덕분인지도 모르죠. 세태에 치이고 전혀 관계없는 학생의 일이라면 다른 교사들처럼 손 놓고 방관할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아마 그녀가 충분히 똑똑했던 것도 큰 몫을 했겠지만, 보다 노력하고 사려 깊게 행동함으로써, 어떤 경우에는 직장 생활을 하는 교사가 삶을 살아가는 학생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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