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창백한 말 - 1835년 프랑스 흡혈귀와 사냥꾼들의 이야기

namu | 2015-08-30 14:55

 

 

 

추혜연 작가는 뛰어난 퀄리티의 그림으로 유명하다. 물론 이 ‘창백한 말'의 스토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녀는 1835년 프랑스를 배경으로 시작되는 흡혈귀와 그 흡혈귀를 사냥하는 사냥꾼들의 이야기를 창조했다. 필자도 지인의 추천으로 오래전부터 구독을 시작하였는데 이 웹툰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것은 단 하나. ‘아니 어떻게 이 퀄리티에 이게 주간 연재가 가능하지..’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세이브 원고가 있다고 해도 정말 믿기지 않는 완성도였다. 거기다 동화 같은 스토리까지.. 그녀의 스토리는 아주 커다란 퍼즐을 조각조각 맞춰나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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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 웹툰의 주인공 ‘로즈'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 한다. 창백한 얼굴과 금색 실을 수놓은듯한 아름다운 머리칼, 장밋빛 입술과 뺨..흡혈귀 ‘로즈'에 대해 이제 좀 알 것 같다고 생각을 하는 찰나 그녀의 또 다른 과거가 한꺼풀 벗겨지고, 또 다른 인물이 나와 로즈에 대해 증언을 한다. 이 스토리의 중심인물이라 할 수 있는 로즈에 대해 알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억지일 수도 있겠다. 로즈도 그녀 자체에 대한 온전한 기억이 없다.

 

그녀는 사실 너무 오랜 세월을 살아왔고, 또 자신에 대한 증오와 환멸 때문에 모든 기억을 지우고 싶어 어린아이의 몸으로 다시 돌아가 기억을 모두 리셋 시킨다. 그러면서 일부 자신의 기억을 잃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의 본능대로 살게 되고 그럼에 따라 몸은 다시 자라고 또다시 자신을 환멸.. 얼마나 오랫동안 그 과정을 반복해 왔는지는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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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순수하기 때문에 잔인하다고 했던가. 로즈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순수하게 생글생글 웃으며 피에 대한 갈증으로 친구를 죽이는 그녀의 모습은 그냥 소름 그 자체다. 걸핏하면 마녀로 오인받던 시대적 특성상 주변에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더더욱 사교적으로 살고, 계속적으로 이사를 다녔을 터.. 한때 알파 빌의 forever young을 친구들과 진시황 송이라고 농담 삼아 말한 적이 있는데, 로즈를 보면 영원히 젊게 살수 있는 게 사실은 끔찍한 저주라는 생각이 든다.

 

몇백 년 혹은 그 이상, 세기의 변화를 목격하고 자신의 외모 때문에 호감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 필요에 의해 가차 없이 내쳐지거나 혹은 배신 (물론 로즈가 제일 변덕이 심한 인물로 나온다.) .. 대충만 생각해보아도 감정이나 감동이 아예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람으로서의 감정이 없어지는 것은 어쩌면 흡혈귀라서가 아니라 너무 오랜 세월 살아온 탓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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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한 인터뷰에서도 밝힌 적 있듯이 사회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이 만화를 시작한 것은 아니라 했다.

예술에 대한 순수한 그녀의 열정이 만화를 그리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고, 이미 짜인 큰 스토리 안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그려 나간다.

 

그녀의 인터뷰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 http://press.uos.ac.kr/news/articleView.html?idxno=7766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편인 것 같다.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여타 웹툰처럼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한국 웹툰의 주간 연재는 데드라인 개념이 없는 미국과 견주어보면 좀 심하게 잔인하다. 그런데도 그녀는 해낸다. 물론 잦은 지각으로 인해 독자들의 원성을 듣고 있긴 하다. 근데 그건 또 그녀의 완벽주의에 가까운 성격 탓이다. 주 2회 연재하는 식으로 하던가 해서 작가가 원하는 퀄리티를 뽑아내고 마감을 정확하게 맞췄으면 좋겠다는 게 독자들의 의견이지만..

 

글쎄.. 그러려면 다음에서 주간 연재를 격주 연재로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다른 작가들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필자는 남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에서, 누구보다 그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게 자신의 예술세계를 그려나가는 그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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