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포] 마찌롱 - 헤집은 판도라의 끝은 희망적으로 난해했다.

므르므즈 | 2016-03-19 23:50

 

 

 

마찌롱_미미_1.jpg

 

 

헤집은 판도라의 끝은 희망적으로 난해했다. 판도라의 상자 만큼 유명한 모티프도 없을 것이다. 

풀어선 안되는 마왕 봉인의 시초이자, 모든 봉인된 어쩌구를 상징하는 대명사인 판도라는 금기와 호기심을 상징할 때 항상 쓰이는 상투어 같은 것이었다.  그 안에 희망이 들어있음을 기억하는 이는 이미 아무도 없는 듯 하지만, 아무튼 판도라는 그렇게 쓰여왔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만 그럴 수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오늘 여기, 드디어 판도라 모티프에서 희망을 찾아 꺼낸 이가 등장했다. 마왕 봉인과는 항성만큼 떨어진 이야기인데다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괴상망측한 만화에다 대고 이런 거창한 모티프를 갖다 붙인 이 리뷰에 거부감을 느끼는 모두들 사실 나도 그래.

 

셔터 아일랜드 리메이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신착란적 요소가 가득한 어떤 마법 세계에 살던 마법사 마찌롱은 졸업 시험 과제로 탈주한 자신의 마음을 찾으라는 과제를 부여받는다. 이 과제에는 입 털다가 잘못걸린 재수없는 개구리 노예가 한마리 들러붙는데 자신이 잘난 줄 아는 이 개구리는 으레 그렇듯 친절한 아이고 주인공 마찌롱은 소심하면서도 강단있는 아이다. 

 

주인공들은 잃어버린 마음 조각들을 찾아 산넘고 물건너 세상 여기저기 널려있는 정신병자들에게 잃어버린 마음의 위치를 물어보고 다니는데 그 와중에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견디면서 주인공들은 성장한다. 

 

여기선 성장보단 레벨업이 더 걸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만 아무튼 성장한다. 앞부분의 판도라 뭐시기를 붙인것치고 보잘 것 없는 요약이지만,  작품의 성장 구성을 해석하기엔 심각하게 난해해서 사실 무슨 말을 써붙여도 다 맞는 말이 되는 법이다.

[매그놀리아]의 개구리 비는 그 장면 하나가지고 사람들이 뭐지 ??를 외쳤지만 여기선 매 장면마다 뭐지 ??라고 외쳐야 할것이다.

 

존나 의미있어 보이는 새끼들이 의미있는 것처럼 대사를 치고 사라지는 데 다음 순간 레드 썬을 외친 것처럼 다른 놈들이 다시 의미있어 보이는 대사를 치며 후훗하고 웃어댄다. 요컨데 생각할수록 뭐 같아지는 작품이라는 것인데 프로이트건 융이건 이드나 자아라는 단어가 리뷰에 등장하면 현기증을 느끼는 타입이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사춘기 소녀의 정신세계를 형상화한듯한 난잡하고 괴상한 전개에 갖다붙일 최대한의 칭찬은 '정말 독특한 작품이군요!' 하면서 가식적으로 손뼉을 쳐주는 것 뿐이리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정말 독특한 작품이군요! 캐릭터 디자인 하나는 감각적이고 개성적이지만 뒤로 갈수록 묘하게 패턴이 보이는 디자인에 자기만 아는 세계관을 가끔씩 생각난대로 풀어놓은 듯한 전개가 독자들의 뇌에 나사를 박아넣는다.

 

사실 마음을 찾아가며 그 마음과 대면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주인공과 꿈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것처럼 제멋대로 생긴 크리쳐들의 활약은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했고 감정 묘사나 등장 캐릭터들의 캐릭터성도 훌륭했지만 정말 꿈일기를 모티프로 만든 전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복잡미묘한 전개가 사람을 짜증나게 만든다. 직관적으로 보자면 아무것도 아닌 전개인데 거기에 의미를 마구 부여한 것처럼 묘사해놓으니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작품엔 무슨 말을 해도 다 그럴듯해보이고 무슨 말을 해도 다 부정할 수 있다. 그러니 한마디만 하자면 정말 독특한 작품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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