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민사형투표 - 정말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

앵두 | 2015-08-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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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서 법으로 심판할 수 없는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복수하는 스토리는 탐정물이나 스릴러물에서 끊임없이 시도되어왔다. 
 
그만큼 현실은 부조리로 넘쳐나기 때문에 이런 스토리들이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스토리 중에 가장 참신한 스토리가 최근 다음 웹툰에 나타났다.   <국민사형투표>가 오늘 소개할 주인공이다.
 
작년 2014년, 우리나라 영화계는 <명량>이라는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이순신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기이하다시피한 열망(?)이 전 사회를 강타했다.  과연 이 문화현상의 본질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리더십의 부재'이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리더십의 부재를 <명량>이라는 영화속의 이순신이라는 '기호'를 소비하면서 그 욕구를 채웠던 것이다. 
 
어느 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전 국민 대부분에게 하나의 이상한 문자가 도착한다.  재판을 통해서 무죄로 선언된 범죄자에 대해서, 유죄인지/무죄인지를 묻는 이 문자는 결과가 50%가 넘는다면 실제 사형을 집행하겠다는 충격적인 멘트가 첨부되어 있다.   첫 투표 결과는 '사형 집행'으로 나오고, 무죄가 선언되고 심증만 있었던 범죄자는 누군가의 완전범죄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 이후 사형집행의 완료와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는 '개탈'의 동영상이 뿌려지고, 사회는 큰 충격에 빠진다.  '개탈'을 응원하는 사람들과 법 없이 사형을 집행하는 '개탈'은 또 하나의 범죄자일뿐이라는 입장의 사람들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도 시작된다.
 
<국민사형투표>는 작품 그 자체도 기발한 설정과 스토리의 정교함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댓글이 엄청난 열기를 띄고 있다.   그리고 투표를 통해 살인을 지지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대해서 비판적인 독자도 있겠지만, 댓글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들이 오간다.  직접 한 번 보시기를 권한다.  
 
예전과 달리 소수 기득권층의 특권과 특혜가 숨겨지지 않고 SNS를 통해 널리 공유되는 요즈음, 그 무엇보다 우리 사회는 '불공정', '불공평', '유전무죄,무전유죄'와 같은 단어에 집착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 체계가 특권 계층의 도구로 사용되는 편향성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대해 분노하는 절대 다수가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민사형투표>는 그 분노의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낸 웹툰이다.  <국민사형투표>의 작가들은 불의와 불공평한 사회 체계에 대한 오갈데 없는 분노를 '개탈'이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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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회구조와 부조리에 대한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만화로는 <데쓰노트>와 <이키가미>가 있다.  <데쓰노트>는 너무나 유명한 만화여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분이 많으실 것이다. 조금만 설명하자면, 사신이 남긴 노트에 이름을 적으면 그 사람이 죽게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가지고 그 노트를 얻은 주인공과 다양한 인물들이 대립하면서 두뇌 싸움을 해 나가는 수작이다.  이 작품에서는 엄청난 권한을 가진 한 개인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자신을 합리화해 나가는 한 개인의 모습에 우리나라의 위정자들과 특권계층들이 오버랩되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끝 마무리가 미흡한 것이 못내 아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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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가미>는 미래의 일본에서 국가 번영법에 의해서 모든 국민이 나노 캡슐을 주입당한채로 태어나고 일정 시기가 되면 무작위로 '죽을 사람'을 선정하여 통보하고 나노캡슐이 죽음으로 이끈다는 우울하면서도 기발한(?) 설정의 만화다.   정기적으로 죽음을 통보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 공무원인 주인공이 죽게되는 사람들과 겪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사회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왜 이러한 부조리함의 틀(Frame)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살아가는지? 변화를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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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사형투표>는  앞에서 언급한 이런 만화들과 궤를 같이하며, 한국의 현재를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스마트폰이 전 국민에게 보급된 사회, 불평등과 부조리로 넘쳐나는 입법-사법-행정 시스템, 분노와 절망하는 에너지가 오갈 곳 없이 카오스가 되어 분출구만을 찾고 있는 사회, 그래도 사회정의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모든 것이 한국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투표에 참여하는 시민이 될 것인가? 아니면 '개탈'을 잡아 넣고 좀 더 공평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인가?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들이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계속 웹툰을 보는 동안 따라다니며 고민하게 되는 작품이다.  
 
웹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자극적인 이야기로 흐르게 되고, 섹스, 폭력과 살인으로 흐르고 있다.  이는 일본의 사례만 보더라도 만화라는 키치(Kitsch)적 콘텐츠의 큰 흐름이며 이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마치 정치에 순수함을 기대하는 어리석음 처럼, 만화에 엄청난 고귀함과 도덕성을 바라는 것도 무리이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좀 더 현명한 소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폭력과 살인이 있지만, 우리가 본질적으로 어떤 부분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지 큰 물음을 던져주는 좋은 작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여러 의미에서 <국민사형투표>는 독자들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웹툰이다.
 
만화 속의 사형투표보다 우리 사회의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답을 생각하고 거기에 마음 속 투표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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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웹툰] 국민사형투표 리뷰 - http://blog.naver.com/dhtnqor3/220300624568

[만화평론] <데스노트>와 <맨홀>의 비교를 통해 보는 <국민사형투표> - http://blog.naver.com/99bro/220371715733

['s toon] 엄세윤/정이품 - 국민사형투표['s toon] 엄세윤/정이품 - 국민사형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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