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포] 드라마로 풀어진 스릴러 - 그다이

므르므즈 | 2016-05-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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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곳에서 살인마를 만나 끔찍한 꼴을 겪게되는 영화 [호스텔] 개봉 이후, 슬로바키아로 관광을 떠나는 여행객이 급감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영화가 타국에 대한 공포를 잘 전해줬기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나름 좋은 비유다.  친절했던 사람이 사실 끔찍한 살인마라면? 그것도 타지에서, 그가 안내해준 친절한 숙박장소가 그가 고기 해체 파티를 벌이는 곳이라면? 참으로 끔찍한 상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영화가 나온지도 10년이 지났고 호스텔이 무서워서 슬로바키아엔 못가겠다는 말을 하면 호스텔이 무어냐는 대답이 돌아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듯 이제는 잊고 살만큼 성숙한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공포와 경각심을 주고자 나선 작품이 하나 있으니, 그다이 되시겠다.

 

  워킹홀리데이란, 국가 간에 협정을 맺어 1년 간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주로 일본, 호주 캐나다 등지로 자신의 꿈과 사랑을 찾아 많은 대학생들이 떠나곤 하며, 이들 중 상당수는 골병과 희망의 이지선다에서 하나를 골라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끔씩 이지선다 미표기로 화물칸에 실려 돌아오는 이들이 있으니 이들이 당한 끔찍한 일을 전해들을 때마다 우린 다시 호스텔의 악몽을 떠올리고 혹시나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쩌지! 하고 지레 겁먹어 방문을 닫고 안심한다. 그리고 마음을 달래보고자 웹툰을 킬 때가 있을 텐데, 그다이야 말로 그럴 때 보기 딱 좋은 웹툰이 아닐까 싶다.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다가 갑작스레 소식이 끊긴 누나 캐서린을 찾아 호주로 날아온 자이언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의 작화로 '내가 너네 누나를 회쳐버렸단다.'고 표현하는 한스를 만난다. 이 첫인상은 너무 티나고 대범해서 작품의 살인마가 누구며 주인공이 앞으로 누구와 갈등관계를 겪게 될 것인지,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큰 그림을 대강이나마 그려갈 수 있게 만든다.

 

  이런 방식은 스릴러에서 은근히 자주 써먹는 기법으로 어디에 있는 지 모를 범인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인물들의 드라마와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긴장감에서 재미를 주겠다 예고하는 포고문이라 할 수 있다. 사건의 전체적인 동세는 파악하게 해주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드라마로 써먹는 것이다. 작품 초반은 그 때문인지 한스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찾으려 애쓰는 자이언의 시점에서 다뤄진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작품은 주변 인물들을 병풍처럼 세워놓지 않는다. 어느 추리 만화의 등장인물들처럼 알리바이만 술술 풀어놓는 npc 보다는 자신들만의 드라마를 갖춘 하나의 인물로 활약한다. 자이언이 한스와 밀당하는 동안 이니미니는 마이트와 사랑 싸움을 하고, 필립과의 사이에서 갈등하며, 애런은 자신이 스마일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자각한다.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사건들은 막바지에 이르면서 하나로 뭉치고 이 사이는 그야말로 유기적이며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어째서 스마일리는 그때 이런 행동을 했을까? 하며 작품을 보다보면 이래서 그랬구나! 하면서 흥미로운 스마일리의 스토리가 이어지고, 다시 다른 부분이 궁금해질 때 쯤이면 그 인물의 스토리가 튀어나오는 식이다.

 

  덕분에 작품은 같은 시간대의 같은 이야기를 동시에 다루면서도 지루함을 배제할 수 있었다. 전혀 다른 이야기라 할 수 있을만큼 분리되면서도 치밀하게 연결된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개성적이면서도 깔끔한 작가의 그림체가 이런 작품의 몰입에 한몫하지 않았나 싶은데, 개인적으로 참 스마일리가 이쁘다고 생각한다. 꺄항항!

 

 

  하지만 이런 만화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면 바로 '폭력의 미화'일 것이다. 이 폭력의 미화란 어떤 역설적 의미도 없지만, 그 말 자체로도 폭력성을 가진다. 어떤 장면에 갖다붙이던 작가의 의도를 불순하게 만들 수 있으며 어떤 말로 비판해도 말이 되는 듯한 기묘한 설득력을 지녔다. 당장 여기서서, 이 작품의 피해자는 전부 여성이므로 작품은 여성 혐오적 성향을 띄고 있다고 주장하면 의외로 나름 설득력있는 주장을 가진 선동문구가 하나 완성된다.

 

 

  그렇다. 폭력만큼 자극적으로 그려지는 요소가 또 있을까. 모든 논란에서 항상 폭력은 중심이었고, 가정이었으며, 결론이었다. 자극적으로 그려진 장면은 항상 논란을 불러왔고,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어째서 이 장면을 이렇게 재미있게 그렸냐며 따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칭찬인가 싶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미화한다. 보기 불편한 장면이었다는 비판은 언제나 비난으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이런 의도에서 그다이의 폭력을 이야기하자면, 그다이는 참으로 불편하게 그릴 줄 안다고 할 수 있다. 살인마가 아닌 피해자의 구도에서 카메라가 움직이는 것으로 폭력을 묘사한 연출은 신선하면서도 덜 자극적이었고, 그러면서도 불편했다. 일방적인 폭력에 대한 불쾌감을 강조한 연출은 일찍이 [호스텔] 같은 영화가 받아왔던 '고문 포르노'라는 비판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  진보적인 연출이었으며 작품 분위기를 더욱 비틀어주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너무 칭찬만 하자니, 어느새 입에 가시가 돋힌듯 하다. 개인적인 불만만 적으면서 이야기를 끝내자면, 한스 캐릭터가 작위적인 느낌이 강해서 조금 심심했다. 게다가 후반 전개 역시 억지력이 너무 심하다. 피투성이가 된 옷을 입고 와선, 자이언이 날 치고 달아났쪄! 라고 주장하자 오 뭐 그럴수도 있지, 하면서 납득해주는 장면은 내게 '미안한데 지금부터 어떻게든 얘네들을 창고로 끌고가서 위기상황을 만들어야 겠어. 그러니까 이해해줄꺼지?'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잘짜인 드라마를 완성했지만 도리어 스릴러 요소에서 감점을 받았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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