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 - 조석이 그려내는 버라이어티한 생존일기
우리가 흔히 조석작가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는 개그라는 이미지 강하다. 아마도 그것은 단 한 번의 휴재 없이 천 회 이상을 연재해온 마음의 소리 탓이겠지만 사실 그 외에도 조석은 스토리 작품을 그리는 것에 출중한 재능을 보인다. 조의 영역이나 N의 등대 등을 보았을 때 그의 이야기는 어딘지 조석스러운, 그럼에도 매력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새로 나온 웹툰 문유는 조석다운 매력이 물씬 풍긴다. 맨 처음에는 이 웹툰을 보고 조석 작가가 이런 만화도 그리는건가, 하고 조금 놀랐지만 한 화 한 화를 보며 느껴지는 것은 역시 조석답다, 였다. 이 이야기는 사뭇 진지하다. 지구를 위협하는 행성을 막기 위해 달로 보내진 대원들 중 유일하게 남겨진 <문유>는 작전은 성공했지만 그럼에도 멸망해버린 지구를 목격하고 유일하게 남은 사람이 되고 만다.
그는 좌절한다. 그렇기 때문에 죽고자 한다. 하지만 그는 모든 방법에 빈번하게 실패한다. 목을 매고자 했으나 우주복을 벗을 수 없었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자니 중력이 방해를 했다. 그렇다고 우주복을 벗자니 온 몸이 찢겨 죽는 것은 겁이 났다. 그래서 그는 자기 자신을 학대하기 위해 몸을 혹사시키고, 잠을 자지 않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달은 너무나 완벽했다. 본래 백명이 넘는 사람이 있었기에 식량, 자원 등 모든 것이 풍족한 이곳에서 그는 좋은 몸을 가지게 됐고, 천재적인 지식을 얻게 됐다. 그럼에도 그 가운데에서 그는 정서적으로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외로움. 그것이 그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놀라운 이야기가 하나 등장한다.
피해를 입기야 했다마는 인간의 힘으로 이겨낸 탓에 일종의 재해 정도였던 위협은 지구를 멸망시키게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중 달에 남아있는 이들을 체크하기 위해 쏘아올렸던 인공 위성이 전파를 착지시킬 장소를 재해로 잃어버린 것이다.
그 탓에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전자기기로 그를 볼 수 있게 되어버렸고, 편집 하나 없이 그의 생활은 왜곡된 채 지구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제공되고 만 것이다. 마치 트루먼 쇼를 떠올리게 하는 이 이야기 속에서는 은근하게 개그 포인트가 드러나지만 그것은 작품을 흐트러뜨리지는 않는다. 개그와 진지함, 그 가운데를 잘 오가는 듯한 이야기는 사뭇 차분하다.
인간의 외로움, 혼자 남겨진다는 것. 그것과 상반되는 수많은 이들의 생각과 오해 속에서 과연 이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맞을 것인가. 조의 영역 이후 스토리로 등장한, 퀄리티 높은 이 이야기는 보는 이들에게 결말을 짐작할 수 없는 두근거림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