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같은 삶-선천적 얼간이들 리뷰
선천적 얼간이들 리뷰
누가 그러더라. 남자들이 모이면 가장 창의적으로 미친 짓을 하는 사람이 제일 인기가 많다고. 이 웹툰의 주인공의 친구들 중에서는 인기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것 같다. 다들 만만치 않게 미쳤(?)기 때문이다.
가스파드 작가의 <선천적 얼간이들>은 작가와 주변 사람들의 생활을 그려낸 일상툰으로 2012년 연재를 시작했다. 연재 초기에는 크게 임팩트 있는 에피소드가 그려지지 않아 그저 그런 일상툰으로 자리가 잡히나 보다 했다. 큰 기대 없이 보고 있는 와중, 점점 스펙터클한 경험담이 에피소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너무 스펙터클해서 진위를 의심할 것을 염려한)사실임을 증명하는 인증샷도 함께 올라왔다. 작품은 서서히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마음의 소리>는 일상툰을 가장한 판타지이고, <선천적 얼간이>들은 판타지를 가장한 일상툰” 이라는 말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이전에 작품이 없던 작가가 연재를 시작한 지 얼마 가지 않아 같은 장르의 전설로 불리는 작품과 투톱으로 뽑히는 것만 봐도 이 작품이 얼마나 재밌는지 알 수 있다.
▲ 실제 인증샷
자극적인(?) 소재와 더불어 주목할 만한 점은 차원이 다른 패러디의 활용능력 아닐까. 무수히 많은 작가들이 작품 속에 유머코드로 슬쩍, 패러디 장면을 끼워 넣는다. 이제는 웃음을 유발하는 안전장치 정도의 지위에 올려놓아도 괜찮을 정도로 패러디는 일상적이 되었는데, 가스파드 작가의 패러디는 실로 광범위하고, 딱 알맞게 사용된다. 그냥 지나가는 내용을 담는 버려지는 컷으로 있을 수도 있는 장면을 각종 패러디로 커버하며 유머 포인트로 전환시킨다. <북두신권>, 스타워즈 워프 LTE 광고, <매트릭스> 등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넘쳐나는 수많은 패러디들
게다가 작가 특유의 굵고 활력 넘치는 그림체 덕분에 웃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 없다시피 할 정도다. 물론 그 ‘썰’ 의 내용의 강렬함도 충분히 재미를 느끼게 하지만 그 경험담의 각색보다도 그림체를 사용한 시각적인 과장, 그리고 효과음의 과장으로 재미를 극대화 한다.
▲ 역동적인 그림체와 굵은 선 사용
최근 여전히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마음의 소리>를 제외하면 특별히 눈에 띄는 일상툰이 없었다. 소재를 찾기도 힘들고 좋은 소재를 찾았다고 해도 그걸 살리는데 여러 가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어디까지 나를 드러내야 하는지,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미처 알지 못한 실수로 구설에 오르지 않을지, 너무 민감한 이슈를 건드려 물의를 빚지는 않을지… 등 자기검열을 하다 보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일상툰이니까.
그 틈을 뚫고 <선천적 얼간이들>이 나왔다. 완결작 임에도 재차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생활이 지루하다면 이 작품을 보면서 즐거움을 찾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