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서 오는 쾌감 1 <한줌물망초>

패스좀해 | 2016-09-12 10:34

[웹툰 리뷰]한줌물망초 - 혜진양

영화, 소설, 웹툰을 보다보면 가끔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가장 기분 좋은 소름은 단연 경이로움에서 오는 소름인데, 독자들에게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이런 소름을 느끼기 위해서는 거의 정형화된 공식(?)이 있는데, 첫째가 잘 짜여진 시나리오요, 둘째가 잘 뿌려진 떡밥과 적절한 떡밥 회수, 그리고 마지막이 반전이다. 만약 해적왕이 꿈인 소년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웬만한 떡밥들과 그것의 회수에는 간에 기별도 안 갈 수 있다. 그러나 정말 기가 막히는 떡밥들의 연속과 그저 비슷한 이야기인, 옴니버스 식 구성(사실 다른 두 개의 작품이지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본 작품이, 사실은 연결된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그 순간은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며 감탄하게 된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하나인 듯 하나아닌 하나같은 두 작품이다.


 


나를 잊지말아요~(feat. 허각)

<한줌물망초>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 웹툰의 제목을 유심히 한번 보길 바란다. 사실 물망초의 꽃말은 다른 꽃들에 비해 잘 알려진 편인데, 바로 ‘나를 잊지 말아요’이다. 제목만 봐도 벌써 슬픈 예감이 드는 웹툰. 게다가, 이 웹툰은 웹툰 제 1법칙을 당당히 어기고 시작한다. 그것도 단 1화 만에...



[웹툰 리뷰]한줌물망초 - 혜진양

주인공은 절대 죽지않는다라는 생각을 여지없이 깨부숴버린다.

 

혜진양 작가의 잔혹성(?)을 미처 접하지 못한 독자들이라면 적잖이 당황할 법도 한 이런 전개는 아직 새발의 피일 뿐이니, 혹시라도 심신이 미약한 독자라면 무리하지 말길 바란다. 하지만 정말 추천하는 작품이기에 아직도 연재중인 ‘함정 속 치즈’같은 작품들을 보며 자신의 나약한 심신을 단련하고 오길 권장한다. 적어도 그 작품에서는 사람이 죽어나진 않으니...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feat 블락비)

리뷰에 앞서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면 웹툰을 먼저 보고 오길 바란다. 그리고 <한줌 물망초>를 <미호 이야기>전에 보길 권장한다.



[웹툰 리뷰]한줌물망초 - 혜진양

멍청한 선비놈!! 이때까진 도깨비가 귀여워 보였지...

 

이야기의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설정은 바로 도깨비와의 내기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수세기 동안 진행되어 온 내기인데,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사실 엄연히 말하자면 같은 사람이지만)과 비극을 지니고 있다. 혜진양의 웹툰을 보고 있노라면 혜진양이 도깨비에 대해 얼마나 x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가게 한다. <미호 이야기>와 <한줌 물망초> 속 도깨비는 내기를 좋아하는 개구쟁이 같은 면을 지녔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잔인한 개x끼다(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이야기의 초반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선비를 사랑하는 귀엽고 착한 생명체이지만, 귀여운 외관에 속아서는 안 된다. 여하튼 이 도깨비의 지랄맞은 성격과 내기 때문에 이야기는 흥미롭게 진행 된다. 처음 대부분의 독자들은 도깨비와의 내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작품을 감상한다. 그러다 이 이야기가 작가의 전작, <미호 이야기>와 이어져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리고 도깨비와의 내기 역시 <미호 이야기>에서부터 계속 돼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인다.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봐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지만, 이야기는 꽤 복잡하다. 이 이야기의 배경지식(전작 <미호이야기>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다고해도 스토리가 간단히 읽히지는 않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배경지식을 갖고 볼 때 이야기가 더 복잡해진다. 등장인물이 워낙 많기도 하거니와 각각 인물들의 전생(심지어 전생이 한번 등장하는 게 아니라 전전생, 전전전생도 등장한다.) 관계도가 친절하게 등장하진 않기 때문에, 작품 감상 중간 중간에 멘붕이 오고야 마는 것이다.


 

[웹툰 리뷰]한줌물망초 - 혜진양

이 관계도는 굉장한 스포가 될 수도 있으니 그냥 못 본 척 넘어가도 좋다.

 

 

그럼에도 <한줌물망초>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역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우선 복잡하지만, 납득 불가능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잡함을 이해하고 나서 밀려오는 쾌감은 아무도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했을 때 느끼는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또 전작<미호 이야기>와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것을 연재 중반이 넘어서 독자들이 깨닫게 하면서, <미호 이야기>를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소름과 함께 다시 한 번 <미호 이야기>를 정주행 하게 만들고, 그렇지 않은 독자들도 <미호 이야기>를 읽도록 만든다. 두 작품 외에도 번외 편, 외전 등을 만들어 작품사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으니 시간만 충분하다면 겁먹지 말고 도전해보자(심지어 <미호 이야기>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독자들에게 만화 속에 등장하여 사과하고 각 편마다 등장인물을 위한 설명 컷을 추가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도깨비에 대한 분노가 치미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연민이 가기도 한다. 사연 없는 악당 없다고 도깨비도 알고 보면 참 불쌍한 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도깨비나 인간이나 욕심 때문에 시작한 내기가 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같은 상황을 계속 반복했다는 점에서, 기억을 깨끗하게 잊어버리는 인간보다 상처를 계속 안고 가야하는 도깨비가 불쌍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도깨비는 나쁘다. 그리고 인연이도...(이름부터 이년이...)



[웹툰 리뷰]한줌물망초 - 혜진양

귀엽게만 느껴지던 도깨비가 무서워보이는 효과!!(근데 저거 겨터.......?)

 

 

끝으로

<한줌물망초>는 짧게 요약하기엔 너무나도 복잡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고, <미호 이야기>를 빼놓고 얘기하는 건 수염 없는 김흥국과도 같기 때문에 두 작품을 다 정주행 하고서 생각 정리가 필요한 작품이다. 리뷰를 쓰면서 잘 만들어진 등장인물 관계도를 찾다가 우연히 찾은 블로그의 주소를 남길 테니 혹시라도 <한줌물망초>와 <미호 이야기>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고 싶다면 한번 방문해보길 바란다(개인적으로 해당 블로그와 아무런 연관은 없다).


http://sangjin5256.blog.me/120178718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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