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숨비야 울어> : 소외당한 아이들의 섬

뚜뚜 | 2016-09-27 18:39


<숨비야 울어>

: 소외당한 아이들의 섬



  수많은 사람들이 소외당하고 배제당하며 산다. 어쩌면 사회는 전보다 좁아져서 규격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배척하는 방식으로 겨우 유지되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세계 역시 이런 비정함을 물려받았다. 우리는 학교에서 소외당하고 폭력에 노출되어 결국 스스로를 학교 밖으로 내모는 아이들의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소외된 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여기, 세 명의 아이들이 있다. 


<숨비야 울어> : 소외당한 아이들의 섬


한빈우, 달리아, 신현산.

 세 명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서로에게 큰 관심을 갖지 않으며 살던 아이들이다. 벙어리 한빈우는 목소리가 작고 대꾸도 잘 하지 않아 '벙어리'라고 놀림 받으며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이상한 아이로 취급받곤 한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목소리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한빈우는 선생님에게 크게 혼이 난다.


 

  이야기의 시작은 거기서 부터다.

 한빈우는 그 일 이후 학교에 가지 않는다. 한빈우와 조금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는 이유로, 선생은 현산에게 빈우를 찾아가는 중대한 일을 맡긴다. 찾아간 한빈우의 거처는 헌책방처럼 소담하고 안락한,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현산은 이곳에서 한빈우와 달리아를 만나고 그가 속해있던 세상과 전혀 다른 이질감을 느낀다.



<숨비야 울어> : 소외당한 아이들의 섬


학교와 사회라는 범주에서 아주 많이 벗어난 공간. 아침에 늦게까지 늘어져 자고, 일어나 책을 읽거나 놀고 싶은 만큼 놀고 밤에는 늦게 잠들어도 누구도 무어라 말하지 않는 곳. '열다섯 살의 현산에게 그들의 아지트는 매혹적인 공간이었다. 결국 여름방학, 현산은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아지트에 드나들며 셋은 우정을 쌓아나간다. 


  그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지니고 섬에 왔다. 섬이란 고립이요 바깥과의 단절을 의미하지만, 아이들에게 고립과 단절은 크게 불행한 것이 아닌 듯하다. 외려 그것은 그들에게 하나의 굵고 튼튼한 동아줄처럼 느껴진다. 주정뱅이 아버지와 이혼 후 엄마와 함께 섬에 들어온 현산, 가족과의 불화로 인해 점점 사회적으로도 폐쇄되기 시작한 빈우,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달리아. 셋의 유대감은 점점 두터워진다. 



특히나 계속해서 현산을 무시하던 빈우가 책을 통해 서로 가까워지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숨비야 울어> : 소외당한 아이들의 섬


 끊임없이 빈우와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현산이 결국 자신은 빈우를 좋아하는 거라고, 인정하는 계기이자 빈우가 현산에게 말문을 트게 되는 계기. 바로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이다. 작품에는 수많은 소설의 문장들이 인용되곤 하는데, 이는 한빈우라는 캐릭터의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빈우는 절대로 목소리로 소통하지 않는다. 그가 소통하는 방식은 책의 문장과 구절을 통해서이다.


 그래서 헌 책방은 고립된 공간임과 동시에 한빈우의 말들이 가득한, 빈우와 온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숨비야 울어> : 소외당한 아이들의 섬

'한빈우는 병을 불러 일으켜'


현산은 말한다. 그리고 어렸을 적 같은 반 동급생 남자애를 좋아해 스스로가 수치스러웠던 과거를 떠올린다. 한빈우에 대한 마음을 접기 위해 헌 책방에 더 이상 드나들지 않을까 고민하지만, 책으로 말문이 트이고 한빈우와 소통이 가능하게 되자 현산은 그저 빈우를 좋아하는 길을 택한다. 이 공간에서 현산의 사랑은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다.

빈우도 달리아도 그의 애정에 대해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소외당한 사람들의 섬에서 소외는 괴상한 것이 되어버린다. 아니, 소외당할 거라는 두려움에 숨겨왔던 진짜 자신이 제자리를 잡고 마음에 뿌리를 내린다. 세 명의 어린 친구들은 방학동안 한층 성장했고, 개학이 찾아온다. 



<숨비야 울어>의 서브 타이틀은 이렇다 : '동성애자, 몽상가, 가출 청소년 그리고 제주를 닮은 섬'.


세 단어 모두 ‘일반’적이지 않다고 치부되는 것들이다. 현실에서 소외당하는 것들이다. 이 만화가 다양성을 존중하며 평등해지자는 교훈을 주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스스로를 지우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울림이 되어 다가온다. 




<숨비야 울어> : 소외당한 아이들의 섬


'늘 세계가 이렇게 친절하고 다정했으면
책이 위로가 되고 누군가는 나를 긍정하며
긴긴 이야기가 있고 밤은 포근하고
나는 꾸고 싶은 꿈을 맘껏 꾸고 살기를'


이 견고한 성이 앞으로도 무너지지 않기를 기원한다. 소외된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 성에 들어와 빈우가 적어놓은 책 속의 문장, 달리아의 언어, 현산의 소리를 들으며 단단해지는 시간을 가질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껏 꿈을 꿀 수 있기를.


<숨비야 울어>는 네이버 베스트 도전 만화에서 연재되고 있으며, 한 번의 리메이크를 거쳐 시즌1이 끝나고 시즌2가 연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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