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참을수없는 가벼움 - 아메리카노 엑소더스

므르므즈 | 2016-09-27 11:10


[웹툰 리뷰]아메리카노 엑소더스 - 박지은


    당나라의 재상 풍도는 이런 말을 남겼다. '입은 화의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실제로 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휘두른 것은 사실이다. 던졌다고 표현해도 나쁘진 않다. 그저 언덕 너머에서 망원경을 치켜들고 연기 속에서 누가 일어나는지 지켜볼 따름이기에 걱정보단 긴장감이 앞설 뿐이다. 완결 칸으로 옮겨질 때 이 작품을 리뷰하려고 했지만, 혹시나 모를 복귀를 기다리느라 시간이 걸렸다. 3개월이면 요원한 시간이다. 이제 망원경을 거두고 눈을 감고 묵념하자. 여기 베인 사람이 있으니.


  설정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꼭 따지지 않고 따라붙는 말이 있다. '만화인데 뭐 어떠냐?' 이 부분에 대해 좀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한데,  예를 들어서 아이언맨이 현재 우리 기술력으론 만들 수 없는 아크 원자로를 몸에 달고 날아다니는 것. 이건 이 만화 속에선 가능한 일이므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없다. 이 만화에선 '아크 원자로를 끼고 하늘을 날 수 있다.' 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래 이 아크 원자로를 동력 삼아서 날던 아이언맨이, 갑자기 어떤 설명도 전조도 없이 자기 몸을 비행기로 접은 다음에 날아간다면 여기에 대해 의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쟤 저런 능력 없잖아요?" 



  <아메리카노 엑소더스>의 설정은 이런 맥락에서 내게 따지고 싶은 충동을 일게 한다. 작품은 세계를 유지하는 영지 나무를 위해, 탈주한 마법세계 주민을 잡아오는 거름회수단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한다. 이 거름회수단은 아직 마력이 한창 팔팔한 시기인 10대 초반 여자아이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서 정해진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쓸모없다고 판단되어  역시 거름이 된다. 즉, 영지 나무의 마력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란 것인데, 작중에서 이런 절박함은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 자칫하면 세계가 멸망하는데다 심지어 영지 중 몇몇은 이미 완전히 썩어서 아무도 못사는 불모지가 된 상황에서 하하호호하는 거름회수단의 모습은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다. 회수단의 은퇴와 결혼 개념 또한 매우 이상하다. 분명 할당량을 못 채운 단원은 거름 처리한다고 말했고, 이는 가장 중요한 인물인 단원조차 거름으로 써야 될 만큼 세계가 극한에 처했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단원들은 은퇴할 수도 있고 결혼하면 자동으로 일원에서 빠지게 된다. 은퇴하여 남은 빈자리는 대기하고 있는 귀족 가문 자제들이 채운다.

  내가 당연히 알아야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대기 인원들이 있다면 모조리 돌려서 탈주한 주민을 잡는 생각은 너무 위험한 걸까? 마법도 못쓰고, 수십 명이 모여도 귀족 가문 마법사 하나 이기기 힘든 세력이 마법 세계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세상은 멸망 직전이고 이미 몇 군데는 멸망했다. 이 상황에서 무능한 인원 둘을 포함한 거름회수단 7명으로 마력을 유지하려는 모습은 어색해 보인다.


  이 만화가 인기를 끌었던 가장 큰 이유는 미려한 작화와 캐릭터였다. 각 뿌리 지방의 딸들이 매력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기에 초반에 인기를 끌었던 것인데 작품이 진행될수록 이 캐릭터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릿지 웨이즈라는 캐릭터를 예로 들어보자. 이 캐릭터는 저주 계열 마법을 쓸 수 있고 막말하는 성격에 머리도 잘 돌아간다. 근데 이 캐릭터의 저주가 너무 강해서 마력차도 무시하고 무조건 적으로 저주를 건다. 무려 세뇌 기능이 포함된 저주인데, 그 뒤로 이 캐릭터가 악당과 상대할 때는 지팡이를 뺏기고 바닥에 누워 징징대는 모습만 그려준다. 

  또, 마리아 쥬플레르라는 캐릭터가 있다. 허당끼 있는 착한 바보 캐릭터였지만 딱 그것뿐이다. 어떤 입체적인 묘사도 없고 그냥 개그를 치기 위해 등장한다. 딱 일곱 명 밖에 없는, 세계 멸망을 막기 위한, 거름회수단의 일원이. 바보 외엔 어떤 캐릭터성도 입지 못한다. 나는 반드시 모든 캐릭터에 진지한 면모를 넣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는 캐릭터라면 그 캐릭터가 왜 거기에 있는지에 대해선 납득이 가는 묘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예쁘장한 캐릭터가 나와서 시시덕대는 게 작품의 흥행을 결정한다. 의외로 그렇다. 디자인과 설정이 받쳐주는 캐릭터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행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개연성과 연출을 도외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구체적인 맥락이 드러나지 않은 스토리는 독자들을 지치게 했고, 매 에피소드마다 조금씩 변질되는 캐릭터는 독자를 당황스럽게 했다. 조형에 몸빼바지를 입혀도 폼은 나겠지만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다른 옷을 입히고 싶다는 욕구에 몸서리를 치게 될 것은 당연하다. 이 작품은 아쉬움에 몸서리치게 만든다.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로 다른 작품에 비해 좋은 출발선에 섰지만 미묘한 전개와 늘어지는 연출이 뒷심을 부족하게 만들었다. 추후 보강될 더 탄탄한 세계관과 멋진 연출, 그리고 캐릭터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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