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검둥이 이야기 - 아름다운 윤필 작가의 세상

namu | 2015-09-03 10:01

 

 

 

현대문학을 읽는듯한 윤필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필자는 시인 윤동주가 떠오른다. 그의 작품은 너무도 투명하고 영롱한 빛이 난다. 윤동주는 자신이 부끄럽다 말했지만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너무도 투명하여 쳐다보고 있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그.. 윤필 작가와 윤동주는 이런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이 부끄러움은 가진 것 없는 이가 자신의 것을 나눠주는데서부터 시작한다. 윤필 작가의 작품들은 흰둥이와 최근작 지하 철도의 밤까지 공통적으로 작품을 꿰뚫고 있는 핵심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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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이의 원래 이름은 흑태. 북녘이 고향인 할아버지와 고구마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할아버지가 흑태를 데려오던 날. 할아버지는 엄마를 보며 울던 흑태를 보며 북에 두고 온 가족 생각이 난다며 작별 인사를 하게 해줬다.

 

 

검둥이2.png

 

 

 

‘동물과 사람은 언젠가는 부모 곁을 떠나게 되지만

그때 엄마와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려준 할아버지가 참 고맙다.’

 

할아버지는 항상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사람은 혼자 살 수 있다 믿어왔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니 가족이 필요한 것은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필요해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말을 한다. 흑태에게 자신이 죽으면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달라는 말과 함께.. 할아버지는 급속도로 쇠약해졌고 그동안 모은 돈을 병원비로 다 썼다. 집에 돌아오는 날 할아버지는 흑태와 산책을 나갔고 북녘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할아버지는 그렇게 숨을 거뒀다. 한 번도 울어본 적 없는 흑태는 바다 건너 땅까지 들리도록 있는 힘껏 큰소리로 오래오래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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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가장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흑태는 돈이 있어야 할아버지가 사람답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에 평소 자신을 눈독 들이고 있던 개 장수에게 자신을 팔고 그 돈으로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다. 새 주인의 직업은 밀렵꾼 흑태는 새 주인을 도와 밀렵하는 일을 도왔다. 얼마나 많은 짐승을 죽였는지 얼마나 많은 올무를 설치했는지도 모른다.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가 지금의 자신을 보면 뭐라 하실까.. 하는 죄책감에 흑태는 몰래몰래 올무를 잘라냈다. 올무를 잘라내는 흑태를 발견한 주인은 흑태를 마구마구 때렸고 개고기로 팔아버리겠다며 차에 실었다.

 

흑태는 죽음에 가까워지며 할아버지를 생각했고, 차 문이 열리는 순간 필사적으로 도망쳐 도시에 도착한다. 그리고 또 다시 친절을 가장해서 흑태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납치되어 불법 투견 농장에까지 이르게 된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돈 몇 장에 그들의 오락거리가 되어버린 불법 투견들의 삶.. 물고 물어뜯기고.. 흑태는 판이 커지고 자신이 이길 때마다 이게 마지막이기를 바란다. 곁에서 생명이 꺼져가는 개들을 애써 외면하며 흑태는 잠을 청하고,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며 할아버지가 말했던 개밥바라기 별을 쳐다보기도 한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할아버지와 개밥바라기별에게 말했다.

하루씩 하루씩 내가 살기 위해 노력하도록 더 오래 내 기억 속에 있어달라고..’

 

제일 큰 판돈이 걸린 시합 날 흑태는 상대를 쓰러뜨리고 할아버지의 말을 생각하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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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말했다. 가장 좋은 싸움은 싸움을 피하는 것이라고

만약 자기 의지로 피할 수 없는 싸움을 하게 될 때는 지지 않았어도 슬퍼하라고.’

 

다시 도망쳐 도시로 돌아온 흑태.. 흰둥이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흰둥이가 버려진 전자레인지를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에는 독백조차 없기 때문에 마음을 더 울린다. 흰둥이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밝게 살려 애쓴다는 독백이 있었으면 오히려 이 작품의 흐름 자체를 망쳤을 것 같은 느낌이든다. 그 전자레인지 뒤에서 헉헉대는 검둥이를 발견한 흰둥이. 검둥이는 흰둥이에게 마음을 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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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떤 스토리를 보고 나 자신의 상황을 대입시켜서 눈물을 흘리는 자신에게 환멸을 느낀 적이 있다. 나라는 인간은 순수하게 상대의 슬픔 그 자체에 고스란히 마음 아파하고 눈물 흘리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윤필의 작품은 볼 때마다 있는 그대로 나를 울리게 하는 유일한 작품이다. 나를 대입시키지 않고 그 상황 자체를 슬퍼할 수 있는.. 그래서 그의 작품이 더 인간적이고 독자 모두의 가슴을 울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소외된 삶을 대변하는 윤필 작가. 그의 작품에는 유독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동물이 가엾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 없고 힘없는 자들의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기에, 또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동물이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시스템 자체를 만든 인간과 그 시스템 안에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유 없이 이용당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생명들. 아무리 자연의 섭리라지만 스러져간 영혼들이 가엾다. 이렇게 윤필 작가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타의로 사회 안에 들어왔든 아니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가진 것 없는 자에게 내가 가진 것이 없더라도 베풀어 주면서 내가 더 많은 것을 깨닫는 보석 같은 소중한 삶. 돈으로는 살 수없는 값진 경험들이 된다는 것을 작가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우리 모두를 그의 작품 앞에서 숙연해 지게 만드는 웹툰. 자신의 한평생을 은혜를 갚기 위해 살다간 검둥이의 모습은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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