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성욕의 서술 트릭 - [스포] 삼인칭

므르므즈 | 2016-10-04 14:15


[웹툰 리뷰]3인칭 - 꼬마비


  


  예전에 어떤 시위를 다룬 뉴스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보았다. '내가 당신 앞에 나체로 서있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NO라고 말할 권리가 있다.' 그렇다. 당신 앞에 있는 누군가가 어떤 사람이든 당신이 원하는 걸 해주길 바란다면 부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는 그걸 거절할 수 있다.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나도 종종 까먹는다. 내 앞에서 무엇을 하고 있던 당연하듯 베풀어 줄 거란 기대는 버리는 게 좋은데.



  일본에서 만드는 기획물 시리즈 중에 남자 집에 여자를 초대하고 몰카를 찍은 듯 연출한 av 시리즈가 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묻지 말자, 내 취향은 아니었다고만 답하겠다. 아무튼 우연히 어느 한국인이 이 작품을 보게 되면서 만화는 시작한다. 일본 av에 대해 잘 몰랐던 남자는 이 작품을 진짜 몰래 카메라라고 오해하고 여자를 찾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일본에는 그의 친한 친구가 한 명 살고 있었다.

  친구에게 설명을 듣고 나서야 오해를 풀게 된다. 자신이 본 동영상은 진짜 몰래 카메라가 아니었다. av라는 걸 알게 된 친구는 여전히 여자를 찾는다. av 배우를 왜 찾으려는 걸까? 여기서 작품은 우리의 의식을 유도한다. av 배우, 그리고 찾으려는 동기, 이 모든 걸 먼발치에서 지켜보게 하는 것이다. 주인공의 생각은 여기에 개입하지 못한다. 제 3자의 시점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은 여지없이 수상하다. av 배우를 찾으려고 한다. 굳이 일본까지 와서 주소를 알아보고 거기 등장한 남자 배우까지 찾아보면서 필사적으로 찾는다. av 배우를 찾는다. 



  뭘 하려는 건지 왠지 상상이 되지 않는가. 작품은 우리를 끊임없이 불안한 방향으로 유도한다. 이 친구는 지금 이 av 배우에게 무엇인가 해코지를 가하려는 게 아닌가? 어떤 내면 묘사 없이 보여 지는 그의 모습은 범죄자와 같다. 어느새 우리는 남자의 동기도 심리도 알 수 없지만 그를 범죄자와 같은 위치에서 보게 된다. 그리고 작품은 우리가 이 친구를 완전히 깔아보는 때 진실을 밝힌다.



  남자는 그냥 여자에게 첫눈에 반했던 것뿐이었다. 그래서 일본에 찾아온 것이었고 하고 싶던 건 그냥 좋아한다는 고백일 뿐이었다. 우리는 지금껏 한 남자의 순애보를 보고 있던 것이었다. 작품은 이런 반전을 통해 우리 심리에 존재하는 왜곡에 경종을 울린다. 헤어졌다는 말에 왜 헤어졌는지 어떤 문제가 있다는 전제를 깔고 물어보는 친구의 모습에서 이를 제대로 확인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대상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는가? av 배우를 찾는다는 이유만으로 주인공이 추잡할 것이라 여긴 이들에게 부끄러움을 전해주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그냥 사랑일 뿐이었다. 만일 드라마의 한 장면에 등장한 엑스트라와 빠진 사랑이었다면 낭만적이었을 이 장면에 av가 끼어든 것만으로 왜곡된 방향으로 치닫는다.  av 배우를 낭만적으로 좋아해선 안 되는 법이란 게 있는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내가 당신 앞에 나체로 서있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NO라고 말할 권리가 있다. 그렇지. 여기서 어째서 내가 벗고 있는지 인과관계는 따지지 않도록 하자. 어떤 상황이든 나는 NO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만일의 가능성을 제시하면 그 사람은 암묵적인 흐름 아래서 파렴치한 사람이 된다. 작품은 이런 방식으로 비판을 배제한다. 오해할만한 상황이 아니냐고 말을 꺼내는 순간 작품의 결말이 그 입을 틀어막는다. "오해할만한 상황이라니 av 배우를 쫓으면 범죄자라는 건가요?" 물론 작품이 그렇게 말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작품이 유도하는 바를 이해하는 순간 전개에 대한 비판은 틀어 막힌다. 오해할만한 상황이 아니냐는 말도 꺼내기 힘들어진다.


  나는 av가 아니더라도 드라마 속 한 장면에 등장한 엑스트라를 찾기 위해 남자 배우와 똑같은 외모로 꾸미고 하루 종일 그 여자를 찾는 데 시간을 보내는 친구의 상태를 걱정할 용의가 있으며 친구의 의도가 정말 순수한지 의심해볼 용의도 있다. 그리고 내 이런 의심이 av배우라는 이유만으로 친구의 전 여친을 모욕하는 몰상식한 발언과 같은 위치에서 부끄러움을 느껴야한다는 점에서 아쉽다. 작품이 우리에게 던진 장면은 다분히 왜곡된 성향이 짙은 관찰자의 시점이다. 우리를 왜곡된 착각 속에 끌어들인 뒤 이 의도된 상황 아래서 벌어진 의심에 부끄러움을 느끼라 종용하는 작품의 전개가 다소 아쉽다.

  작품은 단편이면서도 깔끔하다.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하지 않고 전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작품이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게는 조금 아쉽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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