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함을 요구하진 않겠어요. - 카페 드 쇼콜라
어떤 문제든 간에 너무 진지해지면 피곤하다고 생각해요. 영화 <버드맨>(2014)이 국내에서 개봉했을 때 주인공이 했던 대사 중에 '김치 냄새가 진동한다.'는 한국인을 비하하는 대사가 있기에 인종차별 논란이 있었지요. 근데 여기 영화에 나오는 이 인물은 성격적으로 문제가 좀 있는 인물이거든요. 대사는 어떤 맥락에서 쓰였느냐를 살펴야 하는 것인데 대사 자체를 가지고 비판이 일어난 것이에요. 이런 종류의 진지함은 정말 진지하게 숙고한 뒤에 항의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이 게이를 어떻게 다루든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예정이에요. 뭐 어때요 가상인물인데.
작품이 어째서 등장인물들 끼리 연인이 되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지 않겠다면 저도 그 점에 대해 진지한 개연성을 물어선 안 되겠지요. 여동생이 너무 좋아서 상대를 꼬신다는 설정이야 그럴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런 내용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에요. 그러니 다른 이야기를 하죠. 다른 이야기를 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니까요.
작품이 가벼운 전개를 지양한다고 해서 대사도 가벼워야 될 필요는 없어요. 말끝마다 ㅅㅂ를 붙이면서 ‘초성체’와 유치한 대사를 남발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저는 모든 작품이 사극이나 철학 서적같은 현학적인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이 작품은 대사가 너무 가벼워요. 등장인물들은 전부 고급스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인데 대사는 중고등학생들이 채팅 치는 것 같아요. 개그 장면 하나하나가 전부 여고생 같은 말투로 대화하다 보니까 개그의 개성이 없단 말이에요. 캐릭터마다 대사에 그 개성이란 게 있어야 하거든요. 특정 캐릭터가 개그를 한다면 개그에도 나름대로 캐릭터성이 들어가야 한단 말이에요. 개그 만화는 이래서 어려워요. 캐릭터의 관점과 특징을 살린 개그를 잘해야 되거든요. 근데 이 작품은 모든 개그가 사람 배설물로 치환돼요. 매 대사마다 굳이 똥을 붙이고 똥 개그만 할 필요는 없거든요. <괴짜가족>도 적어도 똥이 필요 없는 구간에선 안 썼단 말이에요. 근데 이 작품은 화장실 개그를 너무 과하게 써요. 특정 대상을 웃기고 싶을 때 쓰면 좋기야 하지만 개그도 나름 캐릭터 어필에 중요한 것들인데 이걸 전부 화장실 개그로만 때워버리면 정작 캐릭터가 희미해지잖아요.
이 작품의 캐릭터를 한 번 봐요. 전부 단편적이에요. 캐릭터들이 전부 한 가지 규칙에 따라서 행동하고 매력적인 점을 꼽자면 외모뿐이지요. 잘생겼지만 개성이 없어요. 이런 캐릭터들은 확실히 무슨 상황에 넣어도 적당히 때울 수 있으니 좋기는 하지만 자기 매력이란 게 외모뿐이라 롱런하지 못해요. 다른 잘생기고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가 나오면 고유한 매력이 없기 때문에 팬들은 더 잘 그린 그림 쪽에 붙기 마련이에요.
이 작품은 확실히 매력적인 소재로 가득 차 있어요. 여동생을 위해 남자를 꼬시는 오빠라니 멋지잖아요. 만화적이고. 하지만 지나치게 편중된 개그와 캐릭터의 미묘한 개성이 작품을 아쉽게 만들었어요. 다음 작품에선 더 멋지고 개성있는 캐릭터를 보여줬으면 해요. 진지함을 요구하진 않겠어요. 하지만 매력을 보여주세요. 이 작품으로 당신이 노리지 않았던 독자까지 끌어들일 매력을 발산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