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의외의 충실함. - 안돼요 마왕님

므르므즈 | 2016-09-24 14:47


[웹툰 리뷰]안 돼요 마왕님! - 마로


  제목만 보고 어째 장르가 BL일것 같았다. ‘어이쿠 왕자님’ 다음가는 <안돼요 마왕님>이라니.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은가. 그런데 아니었다, 어이쿠.

  인터넷 소설을 읽고 일진이란 존재에 대해 환상을 품은 마왕님이 한국으로 와서 짝을 찾으려 한다. 듣기만 해도 다음 전개가 예상이 된다. 이제 멋진 일진이 나와서 이 캐릭터랑 밀당을 하다가 이모티콘과 초성체와 더불어 사랑을 속삭이겠지요. 근데 안 그렇다. 의외로 이 작품, 탄탄하다.


  일진이 등장하는 인터넷 소설만큼 서사 구조가 획일화 된 작품 시리즈는 없을 것이다. 여자주인공은 '흔녀'고 남자 주인공은 일진이며 둘은 어떤 계기로 처음 만나서 남자에게 최악의 첫인상을 남기지만 이내 끌리게 된다. 끌리는 과정에 따라 작품의 구조가 달라지는 법인데 불행히도 꽤 많은 수의 작품이 이끌리는 과정이나 반한 뒤 이야기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묘사하고 주변인들을 점점 들러리로 세우기에 재미가 없어진다.

  물론 이 작품 역시 똑같은 구조의 스토리를 따라간다.  여자가 남자에게 최악의 첫인상을 남겨주지만 남자는 반한다. 하지만 여기서 차별화되는 것은 주변 등장인물들과의 상호작용이다. 반해가는 과정에서 똑같이 남자를 좋아하는 다른 악녀 포지션의 여자가 등장한다치면, 이 악녀는 단편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주인공에게 우정을 느끼기도 하고, 친해질 상황에서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작품의 조연들은 입체적이다. 

  작품은 입체적인 조연을 단순한 들러리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한 사건이 일어날 때 그 여파가 어떤 조연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묘사한다. 그리고 이 묘사는 스토리를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커다란 줄기의 스토리가 강조되지 않지만 조연 행동 하나하나의 당위서오가 개연성을 부여함으로 작품이 알아서 움직이게 만들었다. 흔한 캐릭터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어서 작품 속 등장인물이 식상하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다만 마왕 쪽 사연이 등장하는 2부에 들어선 그림이 받쳐주지 못해 아쉬운 묘사가 자주 나왔다. 여전히 조연들은 매력적이고 전개를 무리하게 이끌어가지 않지만 힘 빠지는 작화는 작품의 긴장감을 한 단계 떨어트린다. 예컨대 집사의 정체 같은 것들은 더 멋지거나 무섭게 그려졌어야 했다. 각각의 클라이맥스는 더 무섭고 거칠게 그려졌어야 했고 마법은 더 위협적이어야 했다. 학원물 분위기로 이끌고 가기엔 많은 설정이 나와 있었고 너무 많은 위험성이 설명되었다.



  하지만 이는 사소한 단점일 뿐이다. 흔한 소재와 흔한 캐릭터의 배치로 이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역량을 칭찬하고 싶다.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훌륭한 솜씨다. 그러니 우리 인터넷 소설에서 벗어나 조금 다른 판타지 웹툰에 빠져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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