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란 원래 이렇게 복잡한가요. - [스포] 우리 헤어졌어요
이별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한다는 작곡가로 윤종신이 있다. 개인적으로 윤종신의 팬이라 팬클럽 공존도 가입했지만 그 이별 감성이 뭔지 정확히 이해하진 못했다. 연애를 못해봐서 그런 건 아니다. 연애를 안 해봐서 그렇다. 진짜다.
남자 여자가 만났고, 사랑했고, 헤어졌다. 사랑해서 함께 살았지만 헤어짐과 동시에 집도 처분하기는 물리적으로 힘들었다. 집세도 부담스러웠다. 로맨스는 끝났지만 현실은 남아 둘은 연인이 아닌 남자사람과 여자사람으로 동거를 당분간 이어나간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긴 하지만 동거하는 옛 연인 때문에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둘의 앞날은 꼬여만 간다.
다듬어지지 않은 서사를 가진 연애물은 독자 발암의 주된 원인이 된다. 특히나 남자 주인공과 라이벌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가당치도 않을 때 암세포가 많이 생성된다. 해결 방법은 없다. 이런 작품은 보통 끝날 때 독자의 뒤통수를 거하게 후려쳐서 뇌진탕까지 선물해준다. 운 좋게도 뇌진탕을 피한 당신에게도 선물은 있다. 바로 ‘어쩐지 찝찝한 기분’이다. 이런 작품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면, 이 발암의 원인이 대부분 여자 주인공의 심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내가 본 작품은 대부분 그랬다. 이유는 모르겠다.
앞서 말한 구도는 복잡한 사각 관계를 만들 것이고, 결국엔 꼬이고 꼬인 작품이 될게 뻔했다. 편견은 나쁜 것이라지만 편견 없이 다가 선 결과는 같았다. 캐릭터가 부실해서 감정선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확하게 해두자. 캐릭터가 부실하다기 보단 캐릭터가 이상했다. 여자 주인공은 작품 내내 현우와 남자 주인공 사이에서 갈등한다. 친절하고 매력적인 현우가 정말 좋은지, 남자 주인공과의 마음을 확실히 정리했는지 제대로 정하지 못해 이리저리 휘둘린다. 이런 모습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휘둘림'을 핑계로 한 행동들이 도를 넘었다.
현우와의 잠자리를 거부했던 여자 주인공은 이제 준비됐다며 현우에게 강원도로 1박 2일 여행을 제안한다. 하지만 잠자리를 가지기 바로 직전에 이건 아닌 것 같다며 거부하는 데 세상에. 잠자리라는 게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숭고한 가치는 아니지만. 자기감정을 이유로 남자를 가지고 놀아도 될 만큼 가벼운 위치도 아닌 듯한데, 여자는 이 행동에 대해 자기감정을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말로 변명한다. 저기요. 감정에 대해 잘 모르면 끌고가지 마셔야지.
여기에 하나 더, 또 다른 여자 캐릭터 윤나나는 작위적인 악역의 매력을 담뿍 담고 있다. 모든 상황 전개가 이 캐릭터를 악역으로 만들겠다는 듯 극한의 우연으로 짜맞춰지며 캐릭터는 그에 맞춰 최악의 상황을 연기한다. 설득력 있는 악역이 될 수도 있었건만 이도저도 아닌 캐릭터가 되고 말았다.
아쉬운 이야기다. 끝내주는 작품이 될 수도 있었지만 이건 그냥 아쉬운 이야기다. 치정에 얽히고도 재밌는 작품이 많았지만 이 작품은 매력적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