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더 헌터 - 역사의 격랑에 휩쓸린 민중

경리단 | 2015-09-03 22:46

 

 

 

전쟁은 언제나 사람들의 삶을 가장 극적인 형태로 파괴한다. 잘 훈련된 정규군과 ‘신사적’인 전쟁의 경우도 그럴진대, 정규 군대는 박살나고 민간인을 학살하고 코를 잘라 전리품으로 삼는 행위가 아무런 정치적 장애도 되지 않는 시대의 전쟁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더 헌터’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야만적인 전쟁이다. 일본군의 침공에 대항할 정규 군대는 흔적도 찾을 수 없고 국가의 최고 지휘관은 도주한 지 오래다. 그나마 외국의 지원군이 늦게나마 당도하지만 조선 양민들의 안위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일본의 군대는 민간인을 학살하는 데 아무런 도덕적인 가책을 느끼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 자연히 조선의 양민들은 스스로를 지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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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큰 줄기는 역사적 사실, 임진왜란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했으나 각 화의 말미마다 누누이 강조하듯 엄밀한 역사만화와는 거리가 멀다. 작중에서 등장하는 배경은 과거의 정확한 지명이 아니라 ‘일본의 어떤 성’, ‘남해의 바위섬’, ‘조선의 궁궐’ 따위로 모호하고 등장인물들 또한 그렇다. 주인공 ‘덕령’ 과 ‘조현’도 실존인물에서 어느 정도 모티브를 얻었지만 가상의 인물일 뿐이다.

 

이야기는 일본군의 침공과 함께 시작된다. 작가가 1부 후기에서 밝혔듯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은 백성이다’ 라는 주제에 부합하게 전쟁 이전의 정치적인 과정이나 일본군과 조선군의 대규모 교전은 등장하지 않는다. 작품의 초점은 깊은 두메산골에서 사냥과 백정일로 연명하는 덕령과 뢰 부자(父子)에 맞춰져 있으며 임진왜란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은 필요 최소한의 설명을 위해 언급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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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덕령과 뢰 부자가 마주하는 위기, 다시 말해 작품의 중심 전투도 임진왜란을 다루는 대부분의 창작물들과는 거리가 있다. 그들이 처한 위기는 부족한 군량, 내부의 다툼, 부실한 전쟁준비가 아니다. 물론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문제가 있지만 덕령, 뢰 부자는 군대를 이끌고 남해 앞바다에서 일본군 함대와 결전을 벌이는 대신 깊은 골짜기에 숨어서 함정을 파고 소수의 일본군 선봉대를 격멸한다.

 

싸움의 규모가 작으니 인물들의 갈등도 사적(私的)이고 민중적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군사적 훈련을 받지 못한 일반 백성들 사이에 매우 손쉽게 퍼진다. 조잡한 선동에도 극한 상황에 몰린 민중은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 일개 백정이었던 덕령 또한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숙하지 못한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아버지 뢰와 갈등하고 실수를 저지르지만 이를 ‘젊은 혈기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갈 만한 여건이 전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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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라는 가장 거대한 사회적 위기가 닥치고 공동체의 응집된 힘이 여기에 대응하지 못했을 때 공동체 개개인은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임진왜란이라는 중대한 역사적 사건을 여러 측면에서 다루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역사의 격랑에 휘말린 개개인을 다루는 작품 또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침략군의 위협, 조선 조정의 무능과 후퇴, 인물들의 세세한 내면 묘사까지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다만 한 가지, 주인공 ‘덕령’ 의 성장 과정이 아쉽다. 물론 덕령이 산골짜기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아버지와 사냥, 백정일만 하며 살아왔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설정과는 별개로 지나친 주인공의 무능과 무지는 독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기술적으로 좋지 않은 선택이었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시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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