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네이버] 여탕보고서(2014)

잠뿌리 | 2016-09-05 00:00

* 여탕보고서(2014) *


[웹툰 리뷰]여탕보고서 - 마일로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639604&weekday=fri&page=6


2014년에 마일로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시즌 1 전 50화로 완결한 목욕탕 일상 만화.


내용은 뉴욕커 패러디인 목욕커를 자처하는 마일로 작가가 가족, 친구들과 함께 대중목욕탕에 자주 다니면서 겪은 이야기다.


금남의 공간인 여탕의 은밀하고 신비스러운 이야기.. 라고 쓰고 실체 보고서라 읽는 게 걸맞는 작품으로 사실 여탕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한국의 대중목욕탕에 대한 걸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대중목욕탕의 유행/패션(목욕 방석, 헤어캡, 팩)부터 시작해 구조물(자동 수도꼭지, 폭포수, 자동 등밀이 기계, 어린이 욕조, 사우나, 바가지탕, 이벤트탕, 안마탕, 노천탕, 고온탕), 부가 서비스(세신/때밀이, 냉커피, 좌훈, 부항, 실 면도), 각양각색의 손님 등등 매우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작품이 처음 나왔을 당시 네이버 웹툰 사상 가장 노출 수위가 높은 작품! 이란 말이 나왔는데 사실 그건 개그성 광고 문구고 실제로는 목욕탕 배경에 알몸 캐릭터가 나오지만 그런 게 전혀 의식되지 않을 정도로 수위 조절을 잘했다.


순수하게 목욕탕 이야기만 해서 소재 활용의 밀도가 높다. 


대중목욕탕에 가본 사람 중 여성 독자라면 아마도 세대 불문하고 공감하면서 볼 수 있고, 남성 독자라면 남탕하고 조금 다른 환경의 여탕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단순히 성별의 문제 이전에 남탕과 여탕의 문화/환경은 다른 점이 꽤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탕에서는 목욕탕 커피 같은 건 거의 안마시고, 수건은 항상 수북이 쌓여 있어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거기다 보통, 5세 이하 남자 아이가 엄마 따라 여탕에 가도 5세 이하 여자 아이가 아빠 따라 남탕에 가지는 않는다. 세신비도 상대적으로 여탕에 비해 남탕이 더 저렴하고 헤어 드라이기 사용도 공짜다.


패러디도 적절히 들어가 있고, 웃음 포인트도 잘 짚어내고 있다. 수위 조절과 내용 전달력, 유머 감각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작가의 센스가 좋은 편이다.


이 정도면 해외에 수출해 한국의 대중목욕탕 문화를 세계에 알린다고 광고할 만하다. 또는 본작에 나온 소재를 모아서 목욕탕 경영 시뮬레이션을 만들어도 될 법 하다. (아니면 목욕탕 버전 심즈라던가)


다만,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마무리가 좀 싱거울 때가 있다는 거다. 본편에서 한창 재미있게 진행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약간 심심한 리액션으로 끝나는 경향이 종종 있다.


언제나 재밌고 빵 터지게 끝날 수는 없긴 한데, 그래도 최소한 이야기가 마무리 됐다는 느낌을 줘야 하는데 뭔가 중간에 뚝 끊기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야기를 끝내는 타이밍이 잘 맞지 않을 때가 있다고나 할까)


이 작품은 작가 후기에 따르면 본래 30화 분량으로 기획단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목욕탕 전반의 정보, 환경, 문화는 이미 30화 분량 내에서 다 나왔고 그 뒤의 20화 분량은 경험담 위주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 때문에 살짝 소재 고갈의 기미도 보였지만 무리하게 더 끌고 가지 않고 전 50화로 깔끔하게 완결을 했다.


네이버 웹툰 중에 근래 들어 이렇게 깔끔하게 시즌 1로 완결한 에피소드툰은 못 봤다.


네이버 웹툰의 비판점 중 하나인 소위 말하는 공무원 철밥통 웹툰과 궤를 달리했다.


에피소드 방식의 웹툰 중 네이버 공무원 만화로 ‘지강민’ 작가의 ‘와라! 편의점’을 예로 들 수 있는데 편의점 만화를 그리면서 중간에 독자의 사연까지 받아 근근이 버티다가 결국 소재 고갈에 시달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급기야 편의점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만 잔뜩 하며 2008년에서 2014년까지 장장 6년에 걸쳐 600화로 완결을 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일찍이 그런 작품이 있고, 그 이외에도 네이버 공무원 소리 듣는 작품이 현재까지 많이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소재 고갈이 되기 전에 끝내 박수칠 때 떠난 것은 충분히 칭찬할 일이며 후대의 에피소드 형식 웹툰에게 귀감이 될 만 하다.


결론은 추천작. 목욕탕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와 경험담을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냈기에 배경이 여탕인데도 남녀 불문하고 부담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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