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레진코믹스] 여자 제갈량(2014)

잠뿌리 | 2016-09-12 00:00


* 여자 제갈량 (2014) *


[웹툰 리뷰]여자 제갈량 - 김달


http://www.lezhin.com/comic/girlgongmyung


2014년에 김달 작가가 레진 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삼국지 만화. 2015년 1월을 기준으로 20화까지 연재됐다.


내용은 중국 삼국시대 때 군웅들을 보좌하며 책략을 펼친 군사들을 성별 반전으로 여자로 만들어 재해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화는 귀엽고 단순한 순정계 그림체인데 컬러링과 컷 구성, 캐릭터 묘사, 연출 등등 전반적으로 간결해서 가독성이 좋아 쉽게 읽힌다.


루리웹 연재분은 연필로 그린 원고였지만 레진 코믹스로 연재하면서 선이 깔끔해지고 컬러가 들어갔는데, 그림 전체에 다 색이 들어간 게 아니라 등장인물 머리카락과 복장, 배경 등 일부분만 색이 들어가서 오히려 눈에 더 잘 띈다.


스토리는 삼국지 원작의 역사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그 과정에서 벌어진 갖가지 일들을 여자 군사의 시점에서 보는 것으로 재구성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접근 방식이나 감정 코드가 지금까지 나온 삼국지 2차 창작물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작가가 여성 작가라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여성 작가가 삼국지를 다룬 건 드문 일이다. 내 기억으로 여성 작가가 삼국지 만화를 그린 건 1998년에 한미옥 작가가 그린 ‘뒤집어지는 삼국지’ 하나였다. (그 이외에 만화 중에 또 어떤 작품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같은 삼국지 원작을 재해석해도 남자와 여자의 관점이 달라서 기존의 작품과 차이가 있는 것이고, 그게 곧 이 작품만의 오리지날리티로 자리 잡았다.


작가의 패러디 센스도 좋아서 깨알 같은 웃음을 주며, 여성 작가라는 성별의 편견을 단번에 깨트릴 정도의 중중 삼국지 덕후라서 삼국지의 재구성 밀도도 높다. (특히 정욱 육포 드립은 삼국지연의만 하나만 봐선 알 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다)


루리웹 연재분 때 나온 간손미(간옹/손건/미축) 시스터즈 특별편이나, 조조특집의 인처 모에 노래 열창, 레진 코믹스 연재분 매 화 끝에 나오는 1컷 패러디가 특히 일품이다.


본작의 주인공은 타이틀이 말해주듯 촉나라의 군사 ‘제갈량’이지만, 원탑 주인공은 아니고 수경선생 사마휘의 여섯 제자들(순욱, 곽가, 가후, 방통, 사마의, 제갈량)들이 전체 이야기의 주역으로 나온다.


본래 그 여섯 군사들은 삼국지 정사나 연의에서는 다들 면식이 없는데, 홍콩의 만화가 ‘진모’가 그린 삼국지 만화 ‘화봉요원’에서 ‘수경팔기’라고 해서 사마휘가 길러낸 여덟 명의 제자로 원방(원소의 아들로 오리지날 캐릭터), 순욱, 가후, 곽가, 주유, 방통, 제갈량, ??(미등장)으로 구성된 책사 스테이블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군사가 주역으로 나온 삼국지 하면 PC 게임 중에 호쿠쇼가 1995년에 만든 ‘와룡전 ~삼국재패의 계략~’이 생각나지만 이 작품은 그것과는 또 다르다.


군사들이 지략 대결을 벌이며 신산귀모의 책략으로 군웅을 보좌해 천하를 재패하는 것이 아니라, 난세를 살아가는 군사이자 여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기당천’, ‘드래곤 시스터! 삼국지 백화난무’, ‘연희무쌍’처럼 단순히 성별만 바꾼 것으로 끝내지 않고 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여자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남성우위 사회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고 여자이길 포기하거나, 성별에 구애 받지 않고 난세에 화려하게 책략의 꽃을 피우고 사그라들고 싶어 하는가 하면, 고대 시대부터 여자들이 대를 이어온 가문의 차세대 가주로서 천하에 출사하는 것 등등 여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 스토리의 중심에 있다.


평소 때는 가벼운 일상 개그물로 진행되다가, 진지할 때는 진지하게 변하는데 그게 보는 사람의 감성을 은근히 자극하기 때문에 그 나름의 깊은 맛이 있다. 


본래 루리웹에서 연재할 때는 성별반전 코믹물인데 레진 코믹스에서 정식 연재하며 그 웃음 사이에 인간 드라마를 넣어 깊이를 더한 것이다.


주역이 다 여자다 보니 주요 커플링이 죄다 백합이란 특성도 있다. (제갈량x사마의, 순욱x곽가 등등)


여자 군사들이 주역이라서 상대적으로 군사가 모시는 왕인 유비, 조조를 제외한 나머지 남캐들은 비중이 낮다는 것도 본작만의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삼국지 2차 창작물에서 항상 주역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 여포, 관우, 조운 등의 맹장들도 본작에선 단역에 가깝게 나온다. 그나마 S급 네임드 장수는 단역으로라도 나오지, S급 이하의 장수들은 이름만 언급된다.


무력보다는 이런 저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아 소재가 넘치는 장수가 조연 비중으로 나오는데 하후돈이 그런 케이스에 속한다. (동생 하후연은 언급조차 안 되는 마당에)


이게 사실 또 본작의 신선함을 책임지는 요소 중 하나다. 


지금까지 나온 삼국지 2차 창작물은 대부분 남성 작가가 만든 것이다 보니 일기당천의 맹장이 무쌍난무를 찍고, 야망으로 가득 찬 군웅들이 할거하여 천하를 도모하는 마초물의 정점을 찍어서 주역 캐스팅이 다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이다.


루리웹 연재분은 제갈량의 삼고초려로 시작해 오장원의 별로 마무리되는 촉나라 중심의 이야기가 나온 반면, 레진 코믹스 연재분은 조조가 순욱, 곽가를 군사로 맞이한 190년 이후부터 시작하는 관계로 위나라 중심으로 진행된다. 연대상으로 보면 위나라<촉나라<오나라 순서로 주역이 교체될 것 같다.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대전, 출사표 순서로 주역 교체가 예상된다)


결론은 추천작. 삼국지의 책사들을 여자로 만들어 재해석한 삼국지 2차 창작물로, 단순히 등장인물의 성별만 반전시킨 것이 아니라, 여자의 관점으로 접근해 재구성한 이야기로 신선하게 다가오고, 웃음뿐만이 아니라 깊이까지 더해 여운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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