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낚시신공> - 병맛과 괴작의 경계선에서

생못미 | 2016-10-20 16:30

 [웹툰 리뷰]낚시신공 - 귀귀

귀귀, <낚시신공>

- 병맛과 괴작의 경계선에서

 

 

1. 만화 자체가 낚시

 

<낚시신공>은 네이버에서 완결된 <정열맨>에서 허새만의 아버지이자 낚시신공의 고수로 등장하는 허황의 학창시절을 다룬 프리퀄이다. 따라서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며, 21화부터 최무홍, 육유두, 추자풍이 차례로 등장하며 단순 개그물인 <낚시신공>의 장르가 배틀물로 바뀔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웹툰 리뷰]낚시신공 - 귀귀

이 장면은 등장인물의 신체 뿐만 아니라 귀귀의 네이버 연재까지도 날려버렸다.

 

그런 암시가 존재했음에도 40, 41화에서 등장한 신체훼손 장면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었다.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는 캡쳐본들은 논란 이후 그나마 모자이크가 강화된 버전들이다. 연재 당시 원본을 보았는데, 이 장면은 모자이크가 없었던가 없다시피했던가 했다.

 

물론 귀귀가 평소 폭력적인 연출이 많이 가미된 작품을 많이 해왔지만, 이전 작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폭력의 강도가 높았고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고 상세했기에 그 영향력이 더 컸을 것이다. 결국 문제가 된 40화의 뒷부분과 41화는 통째로 삭제되고, <낚시신공>은 강제로 연재가 중단되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맥락 없이 등장한 잔혹한 묘사에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정도 폭력성이라면 19금 제한을 걸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일단 독자들의 집단 쇼크를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은 <낚시신공>이 개그에서 고어로 급작스럽게 장르를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성인이라고 고어물에 대해 모두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나이가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하는 성향의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독자의 자유를 작가가 빼앗은 것이다. 거의 이 만화 자체가 낚시인 셈이다.

 

 

2. ‘병맛이니까 괜찮아?

 

몇몇은 <낚시신공>을 통해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말한다. 사실 나는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귀귀 작가의 특성상 연재중단 이후의 분량에서 엄청난 것을 다루고 있으리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이렇게 급격한 방향전환 이후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졌을지 궁금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도 생각해보자. 귀귀는 에이코믹스와의 인터뷰에서 작품을 통해 지향하는 가치는 오직 재미라고 밝힌 바 있으므로, 그가 이런 전개가 재미가 된다고 느꼈으리라 유추할 수 있다. 그 재미는 아마 적나라한 폭력묘사에서 오는 쾌감이었으리라. 이 쾌감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잠시 병맛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웹툰 리뷰]낚시신공 - 귀귀

잘 안되겠으면 차라리 아시발꿈으로 와장창해버려도 좋다.

 

이제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병맛이지만, 새삼스럽게 병맛코드의 가치를 논해보자면 전통적인 서사구조인 기승전결의 법칙을 해학적으로 비튼데서 찾을 수 있다. ‘기승전병’, ‘기병병병’, ‘병병병병등 가능한 모든 조합의 뒤틀림을 보이는데, 이 때 유일하게 서사의 뼈대가 되어주는 것은 재미. 재미가 보장되지 않으면 병맛의 서사는 설득력을 잃고 단순히 병신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때 재미를 추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잉위, 엉덩국, 이말년, 가스파드 등등 약으로 병맛 좀 내봤다하는 이들의 작품을 보면 일정한 경향성은 존재하지만 정형화된 패턴을 찾기는 힘들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결과론으로 보면 그가 가는 곳에 재미가 있다면 그곳이 왕도가 되는 셈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그 재미라는 것이, 시대상과 변화의 흐름에 조응하기 때문에 단순히 정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그러나 우수한 병맛을 내는 이들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치밀함쓸데 없이 고퀄이라는 감상이 떠오른다. 치밀함은 일견 병맛과 대치되는 개념처럼 느껴지지만, 한 병맛에서 다른 병맛으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정교한 계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온탕에서 냉탕으로 곧바로 건너가는듯한 병맛 특유의 충격을 주기 힘들다. , 무질서한 전개처럼 보이지만 사실 병맛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빌드업이 필요하며 나름의 논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전영화에서 아무런 단서도 주어지지 않고 마지막에 난데없이 등장한 요소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버리면 그 반전의 폭이 아무리 크더라도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것과도 유사하다. 다만 반전이 밝혀지고 나서도 상식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선에서 벗어나 있어야 우수한 병맛의 요소를 갖출 수 있게 된다.

 

[웹툰 리뷰]낚시신공 - 귀귀

차라리 섬광탄이 낫다

 

그러나 귀귀의 <낚시신공>의 주요 독자는 <정열맨>의 후반부를 장식한 허황의 낚시신공의 센스를 인상깊게 본 사람들이었지, 극화체로 표현된 고어물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리고 귀귀가 평소에 폭력적인 연출을 빈번하게 가미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40화 이전 폭력적으로 연출한 장면들은 이후의 잔인한 장면들에 대한 어떠한 개연성도 부여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각적 테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귀귀의 작화 능력과 센스가 탁월하다는 점을 인정하기 때문에 그를 병맛이라는 장르에 가둘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앞에서 불필요한 설명을 길게 늘여놓은 이유는 오늘날 설명불가능한 지점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병맛이라는 긴급탈출장치가 오남용되고 있고, 그 지점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3. 마치며

 

일반적으로 선정성이나 폭력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 연령 제한이나 검열 및 규제 등으로 논점이 모아져 왔다. 그러나 <낚시신공>의 폭력성의 경우는 다르다. 컨셉의 갑작스러운 변경이 독자에 대한 테러가 된 경우다. 따라서 교육적 측면에서 몇 가지 규제를 하자거나 싫으면 안보면 된다는 식의 방향과는 조금 다르다.

 

이를테면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 그리고 창작자와 독자와의 관계의 문제인 것이다. 만약 네이버가 <낚시신공>의 연재를 빠르게 중단하지 않았더라면 블랙넛 사태처럼 있어야 할 자리를 이탈하여 공론화 된 B급장르꼴이 났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조리돌림에 지나지 않으니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러한 지적 역시 누구나 할 수 있는 원론적인 지적에 지나지 않는다.

 

귀귀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투믹스에서 연재하지 못한 낚시신공의 2부를 연재하겠다고 밝혔다. 독기를 품고 돌아온 귀귀가 투믹스의 기둥이 될 것인지, 아니면 웹툰계의 카우치가 될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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