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큐브] 귀신잡는 공무원 (2015)
* 귀신잡는 공무원 (2015) *
http://www.bookcube.com/webtoon/detail.asp?webtoon_num=150001
2015년에 코믹 큐브에서 곤약비빔밥 작가가 연재를 시작해 전 17화로 완결된 코믹 액션 BL 만화.
내용은 먼 옛날부터 세상에 존재한 사악한 기운이 현대에 이르러 점점 강해지다가 마침내 절대악이 되고 인간 세상이 황폐해지자 하늘에서 두 마리의 용을 보내 악과 싸우게 했는데, 백룡이 스스로를 희생해 절대악을 봉인하고 흑룡이 홀로 남아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흑해’란 이름을 갖고 인간 사회에 녹아들어 살아가며 인간 세상을 지킬 조직 ‘환웅대’를 만들어 공무원이 퇴마 업무를 보는 게 일상화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환웅대 소속 퇴마사들이 마왕 부활을 꿈꾸는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우는 게 주된 내용이다.
현재 배경에 판타지 요소가 강해 현대 판타지물이라고 무방하다. 작중에 나오는 조직 환웅대는 국가 소속 퇴마 기관으로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퇴마 활동을 하기 때문에 공무원 퇴마사가 존재한다.
즉, 공공 기관과 공무원이 하는 일에 퇴마를 추가해 공직 업무를 퇴마로 어레인지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조직 보스인 흑룡의 인간 이름은 흑해지만 통칭 왕검이라고 불리고, 백룡의 이름은 단군. 조직 이름 자체가 환웅대에 주요 간부들이 청룡/백호/주작/현무의 사신단과 풍백, 운사, 천부인의 명칭이 나오는 걸 생각해 보면 단군 신화를 베이스로 한 것 같다.
한국 단국 신화를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사실 인물 명칭을 따온 것 정도라서 신화를 재구성한 것은 아니다. 주된 내용이 퇴마행이라서 단군 신화 이름 딴 인물들이 나와 악귀 소탕하는 거다.
보통, 판타지 요소가 들어간 작품은 배경 설정을 공들여 만드는 일이 많은데 그런 경우 작가가 설정에 너무 집착해 설정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본작은 그 반대다. 배경 설정은 간단히 만들어 놓고 자세히 정리를 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서 세계관 자체는 특색이 없는 편이고, 퇴마물로서의 오컬트 밀도가 낮은 편이다.
귀신이 나오긴 하지만 귀신에 얽힌 이야기가 메인이 아니라 귀신의 존재가 RPG 게임의 필드 몹 수준이다. 요괴는 인간 모습을 하고서 특수 능력을 발동해 싸우는 초능력자에 가까워서 무늬만 요괴다.
전투의 기본이 법력, 도술, 요력이 충돌하는 퇴마 액션이 아니라 슈퍼 히어로 VS 빌런이 싸우는 초인물이다. 근데 이게 또 슈퍼 파워의 대격돌은 아니고 에너지 블라스터를 쏘면서 싸우는 거라 스케일이 매우 작다.
애초에 액션물의 요소가 들어가 있긴 하나, 액션의 비중과 분량이 적은 편이라 주인공과 악당의 대결이 벌어지기 무섭게 몇 컷 안 지나서 후다닥 끝나 버리기 때문에 액션 쪽으로는 전혀 어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코믹 요소는 작중 인물의 리액션에 주로 들어가 있다. 웃기는 상황을 만들기 보다는, 그냥 작중 인물이 오바 액션을 하면서 과장된 상황을 연출해 리액션을 선보이는 것이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귀엽게 보일 수 있지만 개그로서 웃음을 주지는 못한다.
진 히로인(?) 포지션인 은이 머리 스타일 때문에 그런 건지, 종종 문어처럼 묘사되는 게 기억에 남는다.
스토리는 좀 산만한 편이다.
타이틀은 귀신 잡는 공무원인데 귀신 잡는 게 주가 아니고, 마왕 부활 떡밥을 던지며 특정 인물의 신변 보호와 거기에 얽힌 사연이 나오는가 싶더니, 뜬금없이 중요 인물이 흑화되고 작중 최중요 기관인 환웅대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면서 파극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파극의 중심에는 BL이 있다.
주인공 커플링은 하선과 은으로 두 사람은 같은 조직에 소속된 공무원 파트너 관계다. 여기에 단군의 아들인 백이한이 참전해 하선과 가까워지자 삼각관계를 이룬다.
은의 하선을 향한 마음은 명백한 애정으로 독점욕에 의한 얀데레 기질이 강해서 자기들 사랑을 방해하는 모든 걸 뒤엎는 질투의 화신으로 변모해 사단을 일으키는데.. 그 반면 이환은 은에 대한 감정이 어디까지나 친구이자 파트너 정도이며, 그 감정이 애정으로 발전하는 것도, 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서로 감정이 어긋나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것도 아니라서 커플링의 밀도가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손뼉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지 한 손으로는 바람 소리 밖에 안 들리니까 말이다.
스토리가 전체 시나리오를 미리 짜두고 차근차근 쓴 게 아니라,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만을 가지고 즉홍적으로 전개해 나간 느낌이 강하게 들어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 같다.
작화 밀도는 좀 낮은 편이다. 앞서 언급했듯 전투도 후다닥 끝나서 액션 연출도 좋지 않고, 퇴마물인데 귀신은 처음에 나오다 말고 요괴는 말이 좋아 요괴지 그냥 인간 모습 그대로 나와서 딱히 눈에 띌 만한 디자인이 없다.
환웅대 애들은 공무원이라 그런지 주로 정장 입고 나오고 요괴들은 그 반대로 나시티에 긴 바지, 부츠 차림으로 나와서 대립하는 것 정도만 기억에 남는다. (사실 그래봐야 작중 요괴는 두 명 밖에 안 나와서..)
결론은 비추천. 현대 시대를 배경으로 한 국가 소속 퇴마 기관의 퇴마사 공무원 이야기란 발상은 현대 판타지물로선 무난한 출발이었지만.. 작화 밀도가 낮고 스토리가 산만해서 제목은 귀신 잡는 퇴마사인데 귀신을 퇴치하는 게 주된 내용도 아니고, 요괴와 싸우는 것도 마왕 부활이란 떡밥만 던지고 회수를 하지 않았으며, 주인공 BL 커플이 관계 진전이 없어서 커플링의 밀도가 낮은 반면 그 비중은 너무 커져서 그게 스토리의 중심이 된 이후로 주변의 모든 걸 집어 삼키는 블랙홀화되어 스토리가 완전 붕괴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