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카] 영혼의 노래 (2016)
* 영혼의 노래(2016) *
http://www.comica.com/webtoon/episode/100324/
2016년에 코미카에서 JK1993 작가가 연재를 시작해 2016년 8월을 기준으로 12화까지 올라온 초한지 만화.
내용은 초한지의 두 주인공 중 한 명인 유방의 일대기를 그린 것이다.
보통, 중국 역사극하면 삼국지가 가장 인기가 높고 한국에서도 삼국지 소재의 웹툰이 여러 개 나왔는데 초한지를 다룬 작품은 정말 보기 드물다.
본작은 초한지를 메인 소재로 삼아서 그것 자체로 유니크한 구석이 있다.
초한지하면 흔히 항우와 유방, 두 주인공에 포커스를 맞추는데 본작은 일단 유방이 원 탑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패현에 살던 유방의 한량 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중 유방은 싸움을 잘하지만 술 좋아하고 여색을 밝히며 평소 때는 좀 허당끼가 있어도 할 때는 하는, 영웅호색형 주인공으로 묘사된다.
사실 초한지의 유방보다는 오리지날 무협 만화의 주인공 같은 느낌을 준다. 유방의 복색은 묘하게 일본풍으로 낭인(떠돌이) 무사 느낌이 난다.
유방의 주무기가 장검이고 조삼(조참)이 쌍검을 휘두르는 것 등등 중국 사극보다는 일본 챤바라(검극) 같다.
지금 연재된 분량이 스토리 초반부라고 해도 아직까지는 초한지 느낌이 안 난다. 만약 이 작품을 초한지 소재의 만화라는 사전 정보 없이 본다면 초한지 작품인지도 몰랐을 거다.
가뜩이나 주인공이 유방이라서 항우가 초반에 등판하지 않아 기존의 초한지물처럼 유방과 항우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나오는 것이 아니라서 더욱 초한지스러움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초한지물이 항우나 한신에 포커스를 맞추는 반면 유방에게 포커스를 맞춘 게 삼국지 만화 ‘천지를 먹다’로 잘 알려진 모토야마 히로시의 ‘적룡왕’인데. 그 작품을 예로 들자면 유방의 패현 한량 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적제의 후손이란 밑밥을 깔아 놓고 항우의 초창기 시절도 같이 다루면서 초한지물로서의 밀도를 높였다.
본작도 초한지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서 초한지라는 걸 어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게 본작의 스토리적인 부분에서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작화는 준수하다. 인물, 구도, 배경, 연출 등등 전반적으로 퀼리티가 높다.
특히 액션 연출적인 부분에서는 검극 묘사씬이 일품이다. (이 작품이 챤바라물 느낌 나는 게 괜히 그런 것이 아니다!)
1화만 컬러고 본편 자체는 모노컬러인데 출판 만화 수준으로 잘 그려서 그림 내공이 상당하다. 작가가 기성 작가 출신이거나, 만화를 오래 그린 사람 같다.
작화 자체는 나무랄 곳이 없는데 조금 걸리는 게 있다면 컷과 컷 사이의 여백이다.
여백이 지나치게 넓고, 자주 들어가 있어서 컷과 컷이 온전히 연결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어 가독성을 뚝뚝 떨어트린다.
분명 본편 내용은 멀쩡한데 여백 때문에 컷이 세로 방향으로 조각조각 난 느낌마저 줘서 보는데 지장을 주는 것이다.
액션 연출이 좋은데 이 컷과 컷 사이의 여백 때문에 파워풀함이 분산돼서 독으로 작용했다.
이것은 작가가 출판 만화의 페이퍼 뷰 방식에는 익숙한데 웹툰의 스크롤 뷰 방식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페이퍼 뷰와 스크롤 뷰 겸용의 크로스 뷰를 지원하는 작품들이 자주 겪는 문제이기도 하는데.. 페이퍼 뷰를 기본으로 만화를 그린 뒤, 스크롤 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다.
결론은 미묘. 무협 만화를 표방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중국 사극보다는 일본 챤바라(검극)물 느낌이 강하고 작품의 사전 정보 없이 보면 초한지 소재 만화인지 모를 정도로 초한지물로서의 어필이 부족하지만.. 한국에서 보기 드문 초한지 소재의 유니크함이 있고 여백의 문제가 있다고는 해도 전반적인 작화가 준수하고 액션 연출의 밀도가 높아서 높은 잠재력을 갖춘 작품이다.
일단 작화가 워낙 좋으니 스토리를 조금 보완하고 유니크한 소재인 초한지를 어필하면 좋은 사극 만화가 될 것 같다.
여담이지만 번외편에서 장량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기서 장량의 수하인 창해역사 디자인이 꽤 스마트하다.
창해역사가 120근짜리 철추를 사용하고 또 창해역사란 별칭 자체에 력사(力士)가 들어간 만큼 대부분 거구의 천하장사로 묘사되는데 본작에선 스마트하게 그려져서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더 킹 오브 파이터즈’의 장거한과 스마트 장거한의 차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