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단지 -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위성 | 2016-07-26 19:36

 

 

 

 레진을 검색하면 연달아 뜨는 연관 검색어 단지. 그만큼 단지의 웹툰 ‘단지’는 두터운 매니아 층을 갖고 있다. 나 역시 대부분의 웹툰을 거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다음 등에서 찾아볼 때 친구들이 몇 번이나 레진 코믹스에서 연재하는 단지 좀 빨리 보라고 했을 정도였으니까. 참고로 대부분의 여자 친구들이 모여서 하는 이야기가 남 걱정인 반면, 특이하게도 내 친구들은 컨텐츠 소비에 열성적인 아이들이다. 때문에 모이면 늘상 하는 이야기가 웹툰, 영화, 드라마, 소설, 애니메이션 등이다. 그런데 친구들이 한참 꽂힌 웹툰인 단지를 내가 요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자 원성을 샀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미루지 말고 어서 빨리 봐야겠다고 결심해 실행에 옮겨 보았다. 물론 다음 모임이 당장 이번 주 금요일인 이유가 가장 크지만 말이다. 그런데 젠장. 이 웹툰, 몇 화 보자마자 여자 친구들이 그 난리였던 이유를 알았다. 요즘은 좀 덜한지, 더한지, 어쩐지 모르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이유 불문 아들이 최고였다. 그나마 부모님 세대에 비해서는 그때도 많이 좋아진 거라고 했었는데, 그 이유가 ‘요새는 여자도 공부를 시키니까.’였으니까 할 말 다 한 거지.

 

 단지는 그 귀여운 그림체나 제목과 달리, 굉장한 발암드라마다. 이 웹툰을 보려면 항암제가 필요할 정도라는 우스갯소리가 넷 상에서 떠돌 정도니까 말이다. 그리고 직접 보고 나니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 뭐랄까.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의 온상이랄까. 부모님들 중 그 누구도 자신이 가해자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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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인 즉,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가정 내에서 겪는 차별을 담담히 그려낸 개인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인데 심지어는 작중에서 오빠에게 맞기까지 한다. 그나마 우리 부모님은 깨인 분이셨던 걸까. 난 오빠한테 지는 게 싫어서 공부도, 집안일도, 효도도 더 잘 하려고 악착같이 애쓰다 보니 나중엔 역비교를 당하게 만들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래서 내가 살기가 너무나, 너무나 힘들었었다. (현재도 진행 중이지만) 가족이 심어준 열등감 때문에 말이다. 친구들 모두가, 친척 어른들까지 효녀라고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내가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서인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였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그래서일까. 단지만큼 심하지는 않았지만 단지의 입장이 어쩐지 속상해서 그 집에 가서 대신 화를 내고 싶었다. 아니, 부모님이 단지 웹툰을 보고 좀 반성하실 수는 없을까. 하아.

 

문제는 이런 여자들이 내 주변에 너무나 많다는 거다. 그래서 정작 자신의 인생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일도 비일비재하다. 물론 가족들은 그게 다 니가 잘못 살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책임은 1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애초에 그렇게까지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 자식이었는데 그들에게 뭘 기대할까. 그래서 단지에게 이 일은 너만의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너무나 익숙한 이 사회의 풍경이라고 말이다. 아마 단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미즈넷의 댓글들을 보며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았다고 하는 말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많은 여자들이 위로 받고 있을 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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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부모가 되는 우리 세대의 친구들은 더 이상 자녀들을 과녁삼아, 자신의 괴로움을 투사한다거나 화를 풀기 위해 상처를 준다거나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은 아무리 작은 사회에서도 자신보다 약한 이를 괴롭히는 것을 즐긴다고는 하지만, 그게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정이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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