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대표 순정파 빌런 이야기 <인피니티 건틀렛>
인피니티 건틀렛
짐 스탈린 글/조지 페레즈,론 림 그림
어벤져스의 3번째 영화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로 정해져 있다. 원래는 2부작이었지만 감독인 루소 형제가 두 편은 대단히 다른 분위기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한 후 4편의 제목에서는 ‘인피니티 워’가 빠지고 아직 미정이 되었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마지막 쿠키 영상에서 타노스가 직접 나서겠다며 인피니티 건틀렛을 끼는 것에서 이어지는 영화는 한 편으로 끝나는 것이다. 어벤져스의 4편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인피니티 건틀렛>을 원안으로 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주 전체를 파괴할 힘을 가지게 된 타노스를 물리치기 위해 슈퍼히어로가 총출동하고 그것으로 모자라 마블 유니버스의 우주적 존재들까지도 모두 나서게 된다. 타노스가 우주를 파괴하려는 이유는 너무나 단순하다. 사랑하는 여인 데스를 얻기 위해서. 순정파라고도 할 수 있는 타노스는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장착한 인피니티 건틀렛을 얻으면서 최강의 존재가 된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서도 타노스 대 모든 슈퍼히어로의 대결로 구성된다고 한다.
하지만 원작 그대로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인피니티 건틀렛>은 그야말로 거대한 이야기다. 슈퍼히어로가 떼로 등장하는 것은 물론 이터니티, 주시자, 로드 카오스, 마스터 오더, 리빙 트리뷰널, 갤럭투스, 셀레스티얼 등등 우주 전체를 관장하는 초월적 능력을 가진 존재들까지 나온다. 타노스는 그들도 물리치며 우주 전체를 붕괴의 위기에 몰아넣는다. 과연 이런 이야기를 영화에서 전개할 수 있을까?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도 원작이라 할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비하면 작은 이야기로 줄어들었다. 코믹스에서는 행크 핌이 만들었던 울트론이 다시 돌아오고, 울트론의 로봇에 의해 지구 전체가 파괴되고 지배당하게 된다. 결국 그들은 시간여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엑스맨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도 비슷한 설정이다. 현재를 바꾸기 위해 과거 심지어 미래로 간다. 영화는 울트론의 능력도 축소되었고, 시빌 워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단계 정도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코믹스를 각색하는 것이 아니라 원천 소스를 이용하여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도 마찬가지다. 초월적 존재들이 등장하며 우주 전체의 존망을 둘러싼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약간 황당하게 보일 것이다. 코믹스에서는 가능하다. 우주적 존재들이 등장하며 각자의 역할들을 하고, 그들이 패퇴하면서 우주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보는 것은 흥미롭다. <판타스틱 4:실버 서퍼의 위협>을 생각해보자. 실버 서퍼라는 매력적인 슈퍼히어로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지루하고 결말은 최악이다. 갤럭투스는 마블 유니버스에서 꽤 중요한 캐릭터다. 행성을 통째로 먹어 삼키는 능력을 가진 우주적 존재인데 영화에서는 커다란 암흑 정도로 나오고 지구를 집어삼키는 것 같다가 별 힘도 쓰지 못하고 패퇴한다. 갤럭투스는 너무나 스케일이 큰 존재라 오히려 영화에서는 썰렁하게 그려진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서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슈퍼히어로물과 스페이스 오페라의 능숙한 결합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성공적이었지만 전형적인 스페이스 오페라였다. 그들이 지구로 와서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과 함께 등장한다면 어떤 장면이 만들어질까. 그루트와 로켓이 캡틴 아메리카와 함께 싸우는 것을 실사로 보면 약간 어색할 듯도 하다. 하지만 마블 유니버스는 애초에 초인과 외계인과 악마가 함께 존재하는 시공간이다.
한국 관객에게는 여전히 낯선 스페이스 오페라를 슈퍼히어로물의 틀안에서 세련되게 결합시키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국내에서 흥행한다면 한국에서 스페이스 오페라의 대중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별 기대는 안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