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림이 아쉬운 작가 - [숲 속의 미마] [스포有]
'마법'에 대해 다루는 작가 중에선 어슐러 K 르귄을 가장 좋아한다. 작가의 작품 중 하나인 [서부해안 연대기] 시리즈에선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는 '되돌림'의 능력을 가진 소년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 지를 그리는 부분이 있다. 여기서 '되돌림'은 강력한 힘이 누군가에겐 재앙이자 성장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설정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강력한 힘은 주인공의 행운이나 장점이 아닌, 장애물로도 표현될 수 있다.
[별의 유언]으로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작가 후은의 작품 [숲 속의 미마]는 이 세상 모든 걸 초월할 만큼 강력하여 정신적으로 성숙할 여지가 없었던 마법사 '미마'에 대해 다룬다. 미마는 죽지도 않고 어떤 상대와의 마법 대결에서도 이길 수 있지만 그 심성이 어린아이 같아 통제할 수 없는 인물이다. 대대로 대마법사 집안인 어느 왕국의 공주는 불가능은 없다고 알려진 미마에게 자신이 마법사가 될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거래한다.
거래 내용은 선왕의 유언의 진짜 의미를 알아맞추는 것. 공주가 마법사가 되기 위해 자기 왕국의 선왕 아이우드에 대해 알아보면서 작품 속 세계관과 등장인물들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단면만을 보여주던 캐릭터성들이 점점 더 입체적으로 드러나고, 이 입체적인 면모에 따라 독자는 미마의 정체와 목적에 대해 자연스레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미마는 원래 어떤 인물이었을까? 등장인물들이 맺어왔던 관계는 어떤 것이었을까?
1부와 2부를 엮어내는 것은 이 호기심이다. 작품의 전개는 유발된 의문에 대해 최선의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풀어나간다. 작품의 매력적인 캐릭터성은 이 특유의 전개와 호흡에서 나온다. 작가는 자신이 가진 약점을 이해하기에 행동보단 대화를 중심으로 작품을 풀어나간다. 덕분에 작품의 대화는 잘 다듬어져 있고, 이 때문에 캐릭터는 확실하게 각인된다. 캐릭터 표현면에 있어 대단히 뛰어난 작품이었다.
하지만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자니 다시금 작화의 아쉬움이 눈에 들어온다. 작품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작화의 한계가 그 매력을 깎아먹는다. 인물의 동작이나 마법의 강력함을 제대로 표현했다기엔 작품의 작화는 너무 어설프다. 포토샵 효과라는 게 눈에 확 띄기 때문에 마법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작가는 작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역동성도 박진감도 위기감도 작화에 녹아들지 않기에 캐릭터에 비해 상황에 대한 몰입이 크게 떨어진다.
그리고 절대자보다 더 쌘 절대자가 나타나서 그냥 끝내버리는 결말은 날림 결말에 가깝지 않을까. 가장 강력한 두 캐릭터의 결말론 참 잘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두 인물의 겪어온 고뇌의 해결책치곤 너무 허무한 감이 있다. 좋은 작품이었다. 아쉬운 여지가 남아있지만 그 덕에 더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