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가 모르는 당신 - [치즈인더트랩]

므르므즈 | 2017-04-07 11:04

       


내가 모르는 당신 - [치즈인더트랩]


  두근대는 심정으로 첫발을 내딛은 대학 새내기의 가슴엔 캠퍼스 러브 스토리가 가득합니다. 선후배부터 동기까지 이어지는 청춘 로맨스의 시작이 눈 앞에 펼쳐질 거라 기대하는 것이지요. 물론 우리를 맞이하는 건 내게 악의를 품은 게 아닌가 싶은 조별과제 조원들과 진로에 대한 고민 뿐입니다.


  순정 만화 장르는 사랑 외에 모든 것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험기간이 있다면 주인공들이 공부를 잘하니 어떻게든 됐다며 얼럴뚱땅 넘어가거나 방에서 단 둘이 공부하는 찬스를 만들어줄 핑계로 써먹습니다. 평상시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도 만화적으로 적당히 넘어가거나, 묘사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생략은 작품이 헐거워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순정만화를 보는 사람들은 주인공의 연애가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있지, 주인공의 성적 문제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 성적 문제에게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길 수도 있습니다. 같은 대학교로 가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는 여자 주인공을 그려넣을 수도 있고, 고등학교 졸업 한 뒤 상대방은 정해진 진로가 있는데 자신은 없다면, 여기서 촉발된 열등감으로 갈등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인공의 성적과 인생 문제에 독자들도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나도 주인공처럼 진로가 애매한데 난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모르는 당신 - [치즈인더트랩]


  [치즈 인 더 트랩]은 언뜻 보면 다른 순정만화 장르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집안 사정이 어렵지만 장학금을 노리며 열심히 공부하는 뚝심있는 여주인공 홍설. 그리고 재벌 2세면서 뜻하지 않는 만남으로 우연히 홍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남자 주인공 유정. 이 둘이 서로 얽히고 섥히며 사랑에 빠지니 마니 하는 이야기입니다.


  삼각관계가 주가 될 것 같고 하하호호하는 캠퍼스 라이프가 주가 될 것 같은 소재지요. 하지만 첫머리부터 [치즈인더트랩]은 이런 예상을 뒤엎으며 시작합니다. 작품의 첫 시작 홍설은 다른 이들에게 선망과 호의를 받는 유정에 대해 어딘지 모르게 찝찝하다는 인상을 가지게 됩니다. 계기는 단순합니다. 남들이 충분히 불쾌해할만한 상황에서도 이해할 수 없을만큼 넓은 도량으로 신입생들을 용서해주고,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거리를 두는 면모를 보이는 그의 모습 탓이었지요.


내가 모르는 당신 - [치즈인더트랩]


  [치즈 인 더 트랩]은 이런 첫 시작을 통해 작품 속 인간 관계에 집중해 줄것을 독자에게 요청합니다. 홍설이 유정의 인간성과 그 주변의 관계에 대해 신경쓰면서 독자들 역시 유정이란 인물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됩니다. 과연 유정은 정말 좋은 사람인지, 아니면 어딘가 뒤틀려있는 이상한 사람일지 궁금해하면서 말입니다.


  [치즈인더트랩]은 이런 인간관계의 확장을 통해 연애로 진전해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인간관계의 확장은 대학 생활의 일환이니만큼 자연스럽게 학점이야기나 과도한 공부 같은 이야기가 따라붙습니다. 학점으로 인해 얽히는 대학 생활에서 만날법한 인물들이 그 뒤를 따르고, 이 인물들에 대한 조명이 다시 그 꼬리를 뭅니다. 홍설과 유정으로 한정되었던 작품 속 세계가 대학 내 전체로 자연스럽게 넓어지는 것이지요. 어디까지나 이야기는 홍설을 중심으로 돌아가기에 작품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주변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어필해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치즈 인 더 트랩] 속 대학은 우리가 알고 있을지도 모를 또 다른 대학교가 됩니다.


  영리한 설정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치즈 인 더 트랩]은 어디까지나 홍설과 유정의 만남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큰 그림은 다시 봐도 순정만화의 연장선입니다. 왈가닥 여자 주인공이 냉혈한 재벌 2세의 마음을 움직인다니, 얼마나 뻔한 이야기 입니까. 하지만 초점을 복잡한 인간관계를 숨죽여 살아가는 눈치에 맞추니, 이야기에 생명력이 깃들었습니다. 분명 둘이 이어질 것 같으면서도 유정이란 인물을 예측할 수 없기에 내용이 뻔하지 않습니다. 재벌 2세란 설정이 붙어있음에도 허황된 이야기를 뿌리지 않습니다. 작품은 기존의 그림을 답습하면서도 현실적인 요소를 적절히 융화해냈습니다.


  이 작품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의 순정 만화의 그림을 가져오면서 초점을 다르게 맞춘 것이지요.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면 그림도 다르게 보이는 법입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조금 더 아슬아슬한 연애 기록을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작품은 항상 줄타기를 훌륭하게 해내며 홍설과 유정이란 캐릭터를 우리에게 각인시켰습니다. 인간 관계와 성적에 파묻혀 살던 두 캐릭터의 앞날은 분명 밝겠지요. 작가의 차기작도 밝은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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