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원미동 백수 - 사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력

경리단 | 2016-07-09 18:24

 

 

 

사랑은 아름다운 감정이다. 낯간지러운 표현이지만 부정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생물학적 본성에 따른 종족번식의 욕구가 그 기저에 깔려있다고 한들 다르지 않다. 과학적 통찰은 인간의 감성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니까.

 

그러나 사랑의 근원인 생물학적 본능은 사랑의 형태를 정의하기도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상대를 결정하는 방식은, 물론 불과 몇 세기 사이에 벌어진 놀라운 문명의 발달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아직도 다분히 본능적이다. 연애는 말할 것도 없고 결혼까지 가면 이제 사랑은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에 가깝다는 평을 듣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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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어떤 초월적인 힘으로 ‘본능을 거스르는’ 사랑이 맺어진다면 어떨까. 그러나 그 힘은 관계를 지속시켜 주지는 않는다. 즉, 사랑을 지키는 것은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다.

웹툰 ‘원미동 백수’ 의 제목은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원미동은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고, 주인공이 사는 동네의 이름이기도 하다. 원미동 백수는 원미동에 사는 백수를 의미하기도 하고 말 그대로 원미동이라는 이름의 백수를 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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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은 어렸을 때만 해도, 그의 아버지가 지방에서 올라와 레스토랑을 열어 자수성가한, 소위 말하는 ‘있는 집 자제’였고 학교도 강남 8학군에 다닐 정도였지만 국제통화기금이 한국에 들이닥치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원미동의 부모는 그를 원미동(지역이름)에 있는 고모댁에 던져놓고 쫓기듯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의 나이 열 여섯의 일이다.

 

다소 비약이 아닌가 싶지만, 하여튼 그 이후 원미동의 삶은 완전히 꼬여버렸고 결국 나이가 30이 다 되도록 취업도 못하고 원미동에서 살아가고 있는 신세인 것이다. 만화 시나리오 작가를 꿈꾼다고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그는 명백한 이 시대의 청년(?)백수 중 한 명이다.

그런 원미동이 공원에서 원미동 구청에서 일하는(아마도 정규직?) ‘정연우’ 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정확히는, 둘이 거짓말처럼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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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둘의 사랑은 평범하게 시작된 것이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른 이의 ‘마법’ 에 의해서였는데, 전직 만화가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남자는 마법을 부려 공원에서 미동과 연우를 이어준다.

 

미동의 입장에서는 다소 아쉽게도, 前 만화가의 마법은 단지 시작만을 보장할 뿐 연애를 이어가는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다. 미동은 어디까지나 무능력한 백수였고, 작중에서 묘사되는 것을 보면 사회적 배경을 커버할 정도로 외모가 뛰어난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만화 시나리오 작가의 꿈을 꾸며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공모전에 몇 번이고 도전하지만 물을 먹기 일쑤다.

 

이 어려운 시대에 남자들이 ‘여자 공무원’이라는 1등 신붓감을 그대로 둘 리 없다. 연우와 미동은 알콩달콩한 연애를 하지만 현실의 벽은 언제나 높다. 어쩌면 진짜 문제는 물질이 아니라 정신에 있을지도 모른다. 30살이 되도록 백수인 미동과 건실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연우 사이에는 결코 좁지 않은 간극이 놓여 있다. 물질적인 부분부터, 생활의 패턴, 사고방식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연우는 직장상사의 구애를 받게 된다. 미동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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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질환처럼 당연해진 실패와 무능력이 미동의 발을 묶어버린 것이다. 사랑과 연애, 인간 남녀의 본능 앞에서 그의 실패는 당연한지도 모른다. 시작은 선물처럼 주어졌지만 한계는 명백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랑의 메커니즘이 어떻든 그것은 정말로 아름다운 감정이고, 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두 남녀의 인생이 걸린 문제에서 노력조차 하지 않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객관적인 조건이 어떻든, 환경이 어떻든 마찬가지다. 미동은 뒤늦게나마 그 사실을 깨닫는다. 작품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사랑을 느끼는 데’ 머물렀던 미동은 더 이상 위축되지 않고 자신이 느꼈던 사랑을 ‘전하는 데’ 성공한다. 그 결말은 직접 확인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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