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담 센트럴

김봉석 | 2017-05-29 11:26

고담 센트럴

에드 브루베이커, 그렉 러카 글 마이클 라크 그림

드라마 <고담>은 배트맨 이전의 고담 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고든이 형사로 갓 부임하고, 기존의 마피아 조직들이 프릭스와 몬스터에게 악의 권력을 넘겨주는 과정이다. 어떻게 단순한 폭력배와 악당들에서 미치광이와 괴물들이 나오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아캄 정신병원과 올빼미 법정의 역사도 알려준다. 브루스 웨인이 단지 부모에 대한 복수를 위해 배트맨이 된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얽힌 이유들이 있었다는 것도.

고담 센트럴

보통 슈퍼히어로물에서 경찰의 역할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초월적인 힘을 지닌 존재들이 싸우는 상황에서 보통의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간혹 특별한 능력을 갖춘 일부는 슈퍼히어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한다. 엄청난 돈과 두뇌가 있어 슈퍼히어로의 길을 걷거나 고도의 정신적, 육체적 훈련을 쌓으면 가능할 수 있으니까. 마블의 호크아이와 블랙 위도우, 아이언맨과 DC의 배트맨과 그린 애로우 등등이 그런 경우다.

경찰에 속한 개인이 혼자 노력하여 초인적인 능력을 갖추기는 힘들다. 경찰의 경우는 보통 사람들보다 직업적인 훈련을 조금 더 받는 정도다. 범죄조직과의 전쟁을 치루는 것은 가능하지만 슈퍼 빌런들과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담>에서도 미치광이들이 경찰을 가지고 노는 경우는 허다하다. 고담시가 점점 미치광이와 괴물들의 소굴이 되어가면서 경찰은 더욱 무력해진다. 슈퍼히어로물에서 보는 경찰은 분명히 무기력하다.


고담 센트럴

하지만 경찰은 필요하다. 슈퍼히어로와 빌런들이 싸우는 세계라고 해도 범죄는 일어난다. 세계의 존망을 건 거대한 범죄만이 아니라 개인의 욕망을 앞세운 갖가지 범죄들이 존재한다. 그것을 슈퍼히어로들이 모두 해결해줄 수는 없다. 우리들의 친구인 스파이더맨은 늘 강도와 성폭행범 등을 붙잡아주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경찰은 존재해야만 하고,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에드 브루베이커와 그렉 러카가 쓰고 마이클 라크가 그린 <고담 센트럴>은 고담시에서 일하는 경찰들의 이야기다. 고담 시 경찰청 강력반 형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슈퍼히어로와 빌런이 판치는 고담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배트맨은 일종의 자경단이다. 국가의 법과 질서가 개인을 보호해준다는 것을 신뢰할 수 없기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나선 사람. 국가와 경찰은 자경단을 인정할 수 없다. 하지만 미치광이와 몬스터들이 준동하는 고담에서는 결국 배트맨의 존재를 비공식적으로 인정한다. 하늘로 쏘아 올리는 배트맨 시그널이 그것이다. 경찰이 도저히 역부족이라고 판단이 될 때 시그널을 쏘아 올리고 배트맨이 나타난다.

고담 센트럴

<고담 센트럴>2003년 아이즈너상 4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2004년 아이즈너상 '최우수 중편 스토리상'을 받았다. 20004년 하비상 '최우수 단편 이슈 또는 스토리상'도 받았다. 슈퍼히어로와 빌런의 틈바구니에서 경찰이란 도대체 누구이고 어떤 일들을 하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너무나도 잘 보여준 작품이다. 슈퍼히어로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평소 범죄 수사물에 흥미가 있었다면 <고담 센트럴>은 그들 모두를 만족시켜줄 수 있다. 배트맨에게 알리지 않고 미스터 프리즈의 수사를 하다가, 그들의 역량을 넘어가는 순간 배트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건 과연 굴욕일까, 구원일까. 슈퍼히어로 없는 현실에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겠지만, 현실적인 슈퍼히어로물이라면 지극히 매력적인 아이디어다.

웹툰가이드 인기글

추천

«언밸런스x3» 사랑과 증오, 그 양면성에 대하여
MrCrazyani | 2017-08-28
감정에 냄새가 있다면? <최강의 냄새>
망구몽구 | 2017-08-24
그들은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 <언원티드>
툰가 77호 | 2017-08-23
오빠는 무슨맛이야?'오빠한테서 오빠맛이나는데?'
후추씨 | 2017-08-22
마술사 "네버엔딩판타지웹툰"
양념 | 2017-08-22
마물과 인간, 어느 쪽이 더 잔인한가? <괴기목욕탕>
툰가 77호 | 2017-08-22
너는 물건을 위해 죽을 수 있는가?! : 『효게모노』 1-6
관리자 | 2017-08-21
서북의 저승사자 "넌 내가 데려간다."
양념 | 2017-08-21
드디어 완전체가 된 작가 - 시크릿 직박구리
므르므즈 | 2017-08-21
조선왕조실톡(Talk) - 버릴 것 없는 참치같은 웹툰
앵두 | 2017-08-21
[1억2천 BL도감] #1 『피와 불의 노래』
관리자 | 2017-08-18
얽히고 얽힌 <창백한 말>
망구몽구 | 2017-08-16
마물, 너무나 맛있는 것♥ : 『던전밥』
관리자 | 2017-08-16
2017 네이버 최강자전 예선 만화 149선 총평
므르므즈 | 2017-08-08
아름답고 치명적인 그녀의 <세레나데>
망구몽구 | 2017-08-01
«카페 보문» -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노스탤지어
MrCrazyani | 2017-07-07
작가는 미래를 너무나도 아꼈다. - 여중생 A [스포]
므르므즈 | 2017-06-30
대형견과의 전쟁같은 일상! <극한 견주>
망구몽구 | 2017-06-29
공포 밖으로의 구보 - 도나스 학교괴담
므르므즈 | 2017-06-19
바다를 지배하는 슈퍼히어로 <아쿠아맨>
김봉석 | 2017-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