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윈터우즈 - 맛깔스러운 감성스릴러 퓨전

경리단 | 2016-06-17 02:46

 

 

 

창작물의 제목이나 표지는 정말로 중요하다. 사람의 얼굴과 똑같다. 사람이 다른 이를 볼 때나 어떤 작품을 감상할지 안 할지 판단할 때 가장 먼저 살피게 되는 것은 얼굴과 표지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 원하는 결론을 이끌어 내려면 정보가 집약된 부분을 살펴야 한다. 사람에게는 이 부위가 얼굴이고, 창작물한테는 표지나 제목이다.

웹툰에는 물론 제목이 있고, 표지 대신에 흔히 ‘썸네일’ 이라고 불리는, 각 연재처의 웹툰 목록에서 독자들이 접할 수 있는 이미지가 있다. 인터넷 연재라는 특성상 표지 대신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갑자기 웬 썸네일 얘기를 늘어놓는가 하니, 웹툰 ‘윈터우즈’ 의 순위가 너무 아까워서 그렇다. 제목은 괜찮은 편인데, 네이버 월요일 웹툰에서 순위가 많이 낮은 게 썸네일 탓이 아닌가 싶어서다. 시즌2 프롤로그에 있는, 하얀 배경에 남자주인공의 무표정한 얼굴만 그려져 있는 담백한 썸네일인데, 솔직히 말해서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 만화의 작화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작화력이여먈로 ‘윈터우즈’ 의 큰 장점 중 하나인데 참으로 아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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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윈터우즈’ 는 비유하자면 훌륭한 퓨전 요리다.

 

본연의 맛을 잘 살리면서도 다른 종류의 요리를 잘 조화시켜 더 맛있어진 성공한 퓨전 요리다. 요리를 만드는 데 쓰인 재료는 각각 ‘감성 로맨스’ 와 ‘미스터리 스릴러’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웹툰은 남자, 코드명 ‘EL-01' 이 정체 모를 집단의 안배로 소재 고갈로 괴로워하던 작가 지망생 ’제인‘ 을 만나고 ’윈터‘ 라는 이름을 얻으면서 시작된다.(이름은 이름을 지어줄 당시 둘이 있었던 겨울의 숲에서 비롯됐다) EL-01, 아니 윈터는 시대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 전부터 살아온 인외의 존재로, 아들을 그리워하던 ’연금술사‘ 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 감정과 고통을 느끼지 못하며, 연금술사가 죽은 이후 오랫동안 은밀한 곳에 방치되어 있다가 (정황상)2차 세계대전 전후해서 인간들에 의해 발견된 것 같다.

 

이후 인간들은 윈터를 대상으로 온갖 (실험윤리 따위는 개나 줘버린)실험을 시도했지만 모두 허탕이었던 것 같다. 제인이 ‘투입’ 된 데서 짐작하면 말이다. ‘집단’ 은 제인과 윈터를 이어주고 감시역을 붙여 지켜보면서 윈터의 반응을 기다린다. 그리고 이 왈가닥 처녀는 집단의 의도대로 윈터를 천천히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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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구조 자체는 매우 익숙하다.

 

인공적으로 창조된, 감정이 결여된 인간과 그가 진정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이야기 말이다. 그러나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제대로 묘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야기를 지어낼 정도로 성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정을 가지고 있을 테고, 감정을 알아가던 과거를 기억할 리도 없다.

 

간접적 경험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갓 태어난 아기조차 ‘애초부터 감정이 없는 존재’ 와는 차원이 다를뿐더러, 비슷한 경우라고 해도 만화 하나 그리자고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지켜볼 수야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사람의 거죽을 뒤집어썼지만 사람이 아니었던 이가 진정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순수하게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를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닌데, ‘윈터우즈’ 에서는 아주 설득력 있으면서도 과정 자체를 독자들이 즐길 수 있는 놀라운 역량을 발휘한다.

 

‘윈터’ 가 ‘제인’ 을 통해 하나하나 사람의 감정을 알아가는 모습은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단어 하나하나를 배우는 그것과 비슷하다. 자식이 말을 깨치고, 두 발로 걸을 때 부모가 느끼는 감정과 비교하면 물론 말도 안 되는 오버겠지만, 독자들이 변화하는 윈터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재미도 일면 비슷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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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감정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느끼는 경험,

 

가슴에 구멍이 뚫린 인조인간으로서 평범한 이들과 지내면서 겪는 갈등, 다른 사람의 고통을 공감하는 방법,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윈터가 마음을 되찾는 과정은 매우 섬세하고 부드럽게 묘사되며, 하나의 과정이 끝날 때마다 드러나는 확연한 변화를 실감할 때, 독자들은 부모의 그것처럼 윈터와 제인에게 몰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만화가 ‘감성’ 웹툰이자 동시에 ‘로맨스’ 웹툰인 건 윈터의 습득 속도가 어린아이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빠르고, 그가 ‘제인’ 을 통해 깨닫는 감정들 중 ‘사랑’ 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이 웹툰이 ‘미스터리 스릴러’ 의 요소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은 ‘예정된 파국’ 이라는 구조 때문이다. 제인과 윈터의 만남은 우연적인 것이 아니었고 심지어 1부의 핵심 줄거리였던 윈터의 변화조차 ‘집단’ 의 계획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만 보면 이 ‘집단’ 이라는 존재들은 결코 선의로 윈터를 제인에게 보낸 것이 아니고, 둘을 하루 24시간 감시까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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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느끼는 것 같은 윈터의 ‘성장’ 이야말로 집단이 가장 원하던 것이었으며,

 

비록 1부에서는 이들의 비중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 예정된 어두운 손이 윈터와 제인, 둘을 덮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둘의 알콩달콩한 일상과 감동적인 성장은 역설적이지만 관계의 파국을 앞당기고 있다. 인간들 외에도 또다른 인외의 존재들까지 윈터와 제인을 주시하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둘은 이러한 위협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에 1부가 완결되었고, 1부만으로도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재미를 제공하는 멋진 작품이지만,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할 수 있다. 과감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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