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별호도감 - 여러 가지로 아쉬운

경리단 | 2016-09-23 22:28

 

 

 

왕조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21세기 가상의 세계. 이능력을 가진 사람들 중 정부의 편에 서서 질서를 지키는 ‘별호’ 와 그 반대되는 ‘별귀’ 들이 싸우고 있다. 주인공은 우연히 별호의 능력을 눈을 뜨고 별호들로 이루어진 ‘지옥부’ 에 들어가 생기는 일이다. 일단 초반부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설정과 줄거리는 이렇다. 그런데 이 웹툰에서 줄거리나 설정은 큰 의미가 없는 듯싶다. 왜냐하면 설정이든 줄거리든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야기가 붕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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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화부터 먼저 짚고 넘어가자. 간단한 줄거리 설명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런 종류의 능력자 배틀물에서 전투묘사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투씬에서 박진감이나 긴장감은 느끼기 힘들고, 겨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는 정도다. 차라리 전투 묘사 자체를 포기했으면 나았을지 모르지만, 작가는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며 유감스럽게도 독자들에게 지루함을 더할 뿐이다. 전투 외의 일상적인 행위 묘사들, 감정 표현도 어색한 부분이 많다.

 

이야기만 괜찮았다면 작화는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야기에 있다.

 

설정의 진부함을 언급할 수준이 못 되는 것 같다. 설정이 진부하다고 말을 꺼내려면 최소한 진부한 설정으로 아귀가 들어맞는 이야기를 써냈어야 된다. 30화도 되지 않는 분량 속에서 만화가 스스로 충돌하며 무너지는데 설정의 진부함을 언급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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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별호와 별귀의 설정에서부터가 부실하다. 작중 최후의 악역이 갈등을 벌이는 이유는 ‘왕’ 이 갑자기 하야하면서(물론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별호들에게 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 명령의 내용이라는 것은 왕실에 남아 나라를 돕는 별호들은 건드리지 않되 그렇지 않은 별호들은 능력을 뺏겠다는 것이다. 마지막회에 밝혀진 비사에 따르면 왕은 별호들에게 전적인 자유를 주고 싶었으나 신하들의 반대로 타협안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무의미한 설정이며 지금까지의 인물들 간의 갈등을 조금도 설명하지 못한다. 작중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은, 설정구멍을 메울 다른 설정들을 독자들이 추리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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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별호를 놓아주려는 왕의 의중이다.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되기 이전에 이 작품은 매우 친절하게도 ‘별귀’ 라는, 행정당국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는 이능력자들이 별다른 제재도 받지 않고 날뛰며 민간인들을 해치고 기물을 파손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보여주어 ‘별호’ 의 존재 없이는 그들을 막을 방법이 없거나, 훨씬 큰 비용이 소모됨을 독자들에게 알려주었다. 차라리 신하들이 치안 유지의 필요성을 이유로 왕을 말렸다면 최소한의 개연성을 확보할 수 있겠으나 신하들은 ‘세상에 풀어주기에는 힘이 너무 위험하다’를 이유로 들었으니 그조차 아니다.

 

‘놓아준다’ 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인가? 왕의 밑에 있었을 때는 별호들에게 무슨 제약이 있었나? 별호의 일부는 공무원을 때려치우고 싶어 했던 걸까? 왕이 하야하면서 굳이 별호들을 놓아주어야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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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에서는 아무것도 설명되지 않는다. 그저 왕의 지시에 반발하는 일부가 있었고, 그렇지 않은 또 다른 일부가 있었으며, 이들이 충돌할 뿐이다. 인물들의 감정과 행동의 밑바탕이 되는 설정과 배경은 일절 존재하지 않으며, 독자들은 그저 받아들여야 할 뿐이다.

 

여러 가지로 부족함이 많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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