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What Does the Fox Say? - 전혀 특별하지 않은, 담백한 동성연애

경리단 | 2016-07-11 12:01

백합의 세부 장르를 분류하는 재밌는 기준이 있다. ‘누군가를 좋아했더니 그게 여자’ 였는지, 아니면 ‘여자라서 좋아하게 됐는지’ 의 차이다. 현실의 동성애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전자 쪽이 맞다. 남자가 여자를 여자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고, 여자가 남자를 남자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듯,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든,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든,

 

성별과는 상관없이 ‘누군가를 좋아했더니’ 공교롭게도 그 성별이 자신과 같았을 뿐이다.

 

‘(같은)성별’ 이 먼저인지 ‘사랑’ 이 먼저인지 여부는 장르화 된 백합과 동성애자가 등장하는 로맨스, 혹은 남성향과 여성향 작품의 차이로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창작물의 장르가 전부 다 그렇듯 칼로 자르듯 엄밀한 분류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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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What Does the Fox Say?’ 는 동성애자가 등장하는 로맨스, 혹은 여성향 작품으로 정의할 수 있다. 두 주인공이자 연인으로 발전하는 ‘주성지’ 와 ‘성수민’ 의 관계는 남녀의 연애와 비교해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지가 직장상사인 수민에게 반하는 과정도, 사소한 오해로 다투는 것도, 다소 어색한 데이트까지 말이다. 물론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거부에 의해 둘은 어느 정도 움츠러들지만, 이는 동성애의 본질이라기보다는 사회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가면에 가까울 것이다.

수많은 웹툰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레진코믹스’에서, 백합이라는 다소 마이너한 장르임에도 상당히 높은 순위권에서 분전하고 있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 WDFS는 잘 짜인 구성과 매력적인 인물들로 무장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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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외모와 날카로운 눈매로 다소 어려운 인상을 주는, 그러나 (싱싱한)젊음과 대단한 미모로 무장한 ‘성지’는 게임회사에 이제 막 입사한 신입이다. 반면에 '수민'은 객관적인 조건만 따져 보면 성지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수민은 성지와 나이 차이가 10살이나 나고, 회사에서의 직위는 팀장,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여자이다. 수민은 처음에 성지를 연애의 대상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았지만, 연애에 무지한 만큼 동성애에 대한 편견도 거부감도 없는 성지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 귀엽고 까칠한 이중적인 매력의 - 수민에게 관심을 보이고, 또 의외로 적극적으로 대쉬하면서 어느새 둘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말이다.

 

‘What Does The Fox Say?'는 어디까지나 성지와 수민, 두 여자가 연애하는 웹툰이니까, 그 특성에 대해 이야기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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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둘이 사귀게 되는 과정은 지극히 '평범‘하다.

 

물론 사람 사이의 모든 관계는 나름대로 특별하고, 개성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보편적으로 밟게 되는 ’경로‘가 있을 것이다. 나이 차이가 10살이나 나고, 사내 연애이며, 심지어 같은 여자끼리인데도, 둘의 인연은 평범한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성지가 수민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모태솔로인 그녀가 그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 혼란스러워 하고, 동료 이상 연인 이하의 애매한 상태, 조심스러운 고백, 약간의 갈등, 그런 단계를 거쳐 마침내 애정관계로 ’골인‘한다.

 

성지와 수민의 연애는 동시에 매우 현실적이다. 둘이 처한 주변 상황과 제약을 무시하고 이루어지는 낭만적인 연애는 없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다. 수민은 성지에게 자신과 사귀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거기서 더 나아가, 사소한 터치에서부터 어색한 데이트까지, 현실의 연애에서 흔히 나이와 경험이 많은 쪽이 보통 그렇듯 관계를 이끌어 간다.  물론 약간의 백치미가 있는 성지도 앞서 언급했듯, 전혀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불쑥불쑥 튀어나가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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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그리고 사내연애라는 민감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둘의 연애는 ‘담백’하다.

 

일단 둘 다 어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성격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르겠지만,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도, 스킨십을 할 때도, 그리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까지  담백하다.  물론 연애의 방식이 어떻든, 여자들끼리 좋아하든 간에, 연인으로서 할 일에는 충실하다. 달리 말하면, 담백한 것은 ‘건조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이고, 오그라들지 않는 성숙한 스킨십과 감정 표현에도, 로맨스는 부드럽게 흐르고 있다. 여기에 레즈비언 연애의 장점이라고 할까, 남녀관계에 비해 둘이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손길은 지극히 섬세하다.

 

인물들 역시 또렷한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입체적인데, 수민과 성지 둘 모두 외모 때문이든 성격 때문이든 주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물들은 아닌 것 같다. 본인들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었든 간에, 어쩌면 그 오해 자체가 성지의 반전인데, 차가운 인상과 범접할 수 없는 미모와는 다른, 소녀스러운 심성의 소유자이고, 수민은 진짜로 성격이 까칠하지만 (아마도 젊은?)미인과 자신의 연인에게는 꽤나 마음을 잘 열어주고 응석을 받아주는 의외의 모습이 있다. 요는 앞서 언급했듯 인물들이 개성 있고 입체적이라는 얘긴데, 미려한 작화와 더불어 생동감 있는 성격 묘사는 이 작품의 또 다른 강점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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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에서 동성애가 등장하는 것 자체에 극렬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물론 장르로서의 ‘백합’ 을 선호한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대신에, 당장 레진코믹스로 달려가 코인을 결제하는 편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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