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클리셰에 대한 집착과 몰락 - 이런 영웅은 싫어 [스포]

므르므즈 | 2017-09-29 11:55

                           [웹툰 리뷰]이런 영웅은 싫어 - 삼촌



  [이런 영웅은 싫어]는 여러모로 참신했던 작품이었다. 히어로와 악당의 대립을 그리되 작품은 언제나 클리셰를 교묘하게 피해가며 스토리를 전개했다. 악당 백모래는 지나치게 강한 주인공이 자신을 타겟으로 삼는 걸 염려해 가족을 일절 건드리지 않는다. 강력하고 신출귀몰한 줄 알았던 악당은 사실 히어로 측에서 그냥 놓아준 것이었다. 그렇게 놓아서 뭔가 해보려는 줄 알았던 히어로 집단은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고, 대부분 백모래를 무서워했다. 주인공의 아치에너미일줄만 알았던 백모래는 사실 주인공에겐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인물이었고, 악당들은 비참하게 죽는다.



[웹툰 리뷰]이런 영웅은 싫어 - 삼촌

아픈 사람들을 위해 백모래의 정화 능력을 연구해야 한다 주장한 영정의 캐릭터는 나름 설득력 있었다.        



  지나치게 참신함에 주를 두다보니 [이런 영운은 싫어]는 작품 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인물들을 죄다 바보로 만드는 우를 범했다. [이런 영웅은 싫어]에 등장하는 고위층들은 전부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우며 제대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 인물들이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된 계기도 어떠한 추가적인 캐릭터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삼촌의 세계관 속 고위층들은, 그냥 고위층이고 나이 먹은 인물들이니까 이기적이다.  이를 탈피했다고 볼 수 있는 영정은 자기 캐릭터성과 드라마가 확실한 인물이었지만, 나름대로 히어로와 악당의 대결을 그린 작품에서, 히어로 집단의 간부 중 단 1명만이  이런 드라마를 가지고 있다는 건 캐릭터 설정 면에서 아쉬운 면모다.



  여기에 더해 작품은 자신이 깔아놓은 설정과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초창기 에피소드 형식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런 영웅은 싫어]의 인기 비결은 과도한 정치극도, 능력자들의 화려한 배틀도 아니었다. 캐릭터 만화이자 에피소드 형식의 진행으로서의 완결성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삼촌 작가의 장점은 서사시가 아닌 단편에 있다. 작가가 장편 스토리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작품은 힘을 잃었다.



  특히나 후반부 백모래가 대중을 상대로 하는 정치극은 작품의 한계를 보여준다. 백모래가 "저는 살인범이지만 그래도 반성했다구요!" 라고 외치자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를 이해하고 숭배하기 시작하고 스푼의 대처는 미비할 뿐이다. 어떤 대비책도 없이 그저 말만으로 대중을 선동하기로 생각한 백모래를 작품은 지능적인것처럼 표현한다.  대중을 무시하면서 작품을 이끌고 나가려면 캐릭터의 지적 수준은 대중을 한참 뛰어넘어야 한다. 하지만 삼촌 작가는 그보단 대중을 바보로 만들기를 선택했다. 



[웹툰 리뷰]이런 영웅은 싫어 - 삼촌

어린 마녀와 애어른이라는 캐릭터가 있지만 밸런스 문제로 결국 묻혀버린 혜나



  삼촌 작가는 캐릭터 활용에서도 약점을 보인다. 레귤러 캐릭터라 할 수 있는 혜나, 사사는 자기 자신이 가진 아이덴티티와 능력을 선보인지가 한참이 지났으며, 작가도 활용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마왕을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을 활용하면 만화의 전개가 재미없어진다지만, 작품 내에서 활용할 수 없는 능력을 넣어놓는 것은 그냥 설정 낭비에 불과하다. 이런 캐릭터 활용은 능력자 배틀은 커녕 능력 활용의 '능' 자도 안나오는 만화에서 주인공이 악마의 열매 능력자인것 만큼이나 불필요하고 단발적인 개그에 불과하다. 



  삼촌 작가의 장점은 단편 에피소드에서 나온다. 이는 네이버 특집이나, 이영싫 초기의 호응을 생각하자면 당연한 이야기다. 작품은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전개를 이해하지 못해 스토리를 질질 늘이기만 했고, 그 사이사이 혜나 등의 캐릭터를 통해 "나가는 나쁘지 않아! "를 외치며 사이다를 외치기만 급급했다. 거시적인 스토리로 나가면서도 작품은 눈 앞의 사이다에 총력을 쏟아부어 진행했다. 이런 특색은 단편 만화에는 어울리다 못해 덕후들을 열광하게 하겠지만, 장편으로 가면 갈수록 독자의 반발을 살 뿐이다. 참으로 길게 연재된 작품이었다. 처음 이 작품에 대해 글을 쓸 적에 필자는 고등학생이었다. 그때 쯤 글을 쓸적엔  많은 걸 할 수 있는 작가인데 하지 않는 작가라고 말했었다. 결국 작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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