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색전청 - 푸른색이 주는 이미지들

namu | 2016-07-14 18:59

 

 

 

사색전청 (四色傳靑) 차가움, 슬픔, 성공, 냉정함, 충성심 앞서 리뷰한 사색전홍과 한 세트의 개념으로 그 두 번째 이야기이다. 사색전홍편에서 분노를 느낄 때 붉은색으로 등장인물들의 눈이 그려졌던 것과 달리 사색전청에서는 푸른색 눈으로 등장인물들의 슬픔, 냉소, 차가운 이성, 경멸 등을 표현한다.

 

비교적 단편의 느낌이 강했던 사색전홍에 비해 이 사색전청은 긴 호흡의 작품이다. 필자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사색전홍 보다 차분한 분위기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사색전청이 훨씬 더 인상적이다. 사색전홍은 사건을 풀어나간다기보다는 인간 내면의 순수한 분노와 광기를 다루고 있고, 사색전청은 사색전홍보다는 훨씬 더 서늘한 느낌으로 사건을 풀어 나가는 것과 인간 그 자체의 심리묘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사색전청은 사색전홍 그 후의 이야기로 사색전홍 에서 등장하던 등장인물들이 총출동하며, 아미의 수호천사를 자처했던 문윤호가 영화과 졸업 이후 형사가 되어 홍미주와 함께 파트너십을 보여준다. 초반 형사 추리물에 가까워 보이던 작품은 12화 이내에 범인의 존재가 드러나며, 작품 자체가 단순한 추리물이 아닌 ‘청’이라는 주제에 맞게끔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에 주력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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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구의 노숙자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있는 대로 짓이겨져 신원을 판별하기조차 어려운 얼굴, 칼로 도려낸 지문. 서울역 노숙자 살인사건과 동일한 수법으로 보이는 사건. 이로써 경찰들은 이 사건을 연쇄살인 사건으로 연관 짓게 된다. 새로 온 신입 문윤호 형사의 등장. 그는 보고서 쓰기 싫다는 홍미주 형사의 따까리 역할을 자처해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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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이며 자신의 포지션에서 할 일이 무엇인지 아는 강단 있고 야무진 형사다. 홍미주 형사에 대한 주변 동료들의 반응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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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같은 팀 강력반 여반장이 사건이 터진 직후 범행 현장 사진 유출로 사건 조사 시작도 전에 미디어에 살인사건이 먼저 알려지는 바람에 윗선에 불려가 있는 대로 깨지고, 사건을 일주일 내로 수습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도 생글생글 웃으며 일주일 안에 끝나면 회식이나 시켜달라 하시죠!라며 자신의 파트너 윤 형사와 사건 현장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경찰의 허락 없이 사건 현장의 사진을 찍는 남자를 발견. 사색전홍에서 스너프 필름을 영화라고 믿고 찍던 범인이 했던 말 ‘인간들은 이슈를 즐긴다'는 말을 홍미주는 곱씹는다. 이번 사건의 범인도 이슈를 즐기고 있다. 홍미주는 사실 형사로서의 감도 좋아 보인다.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그녀는 이번 사진 유출 사건이 내부에 조력자가 있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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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반장은 다른 반 형사 왕지수를 경멸한다. 왕재수를 왕지수라 이름 지은 걸까? 삼류 건달들 사건 조작해서 실적이나 올리는 형사. 윗선에 아부를 잘한다. 감식반에서는 뇌물을 받고 두개골이 함몰된 시체의 사진을 김기자에게 전송했다. 여기도 사건 조작 저기도 사건 조작. 사건 조작해서 승진하는 너 같은 양아치랑 나는 급이 틀리다 했던 여반장도 결국에는 그 양아치 왕지수 형사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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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전홍에서 아미의 가정 도우미로 등장했던 아줌마의 아들 준수의 이야기가 나온다. 준수는 복서. 빠듯하게 돈을 모아 어머니를 효도관광 보내드리기 바로 전날 밤 어머니는 뺑소니를 당하셨고 주인공은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렸다. 사실 이 뺑소니 사건의 범인은 여반장과 정년퇴직을 앞둔 고형사. 둘은 술도 마신 상황에 여형사의 승진심사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뺑소니 피해자를 병원으로 옮길 수 없다며 사건을 조작하자는 의견을 내세우며 여형사를 설득했다. 모든 인물들이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있는 스토리는 사색전홍과도 비슷하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까지도 결국에는 한 다리 건너 아는 사이이거나 범인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8화 만에 뺑소니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진 상황에서도 작품은 서늘하면서도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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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후배들의 신임을 받는 반듯한 고형사. 사실 이 노숙자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은 그였다. 과거 사회에서 살인범들은 살인범같이 흉악한 외모를 하고,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의식이 있었던 반면, 현재 강호순같이 완벽한 사회성을 연기하는 호남형의 살인마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보도된 이후, 더 이상 외모로 범죄자를 판단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충격적인 일은 아니다. 실제로 필자 주변에는,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사람들, 자신의 지위나 위치가 중요한 사람들 중에 이중생활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보통 고학력자 이거나, 남들이 말하는 괜찮은 사람 소리를 듣는 사람들 중에 이런 부류가 많은 것 같다. 문제는 본인들도 남들이 기대하는 이미지대로 살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그 기대에 부응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남의 이목이 없는 자리 - 가정이라든가 익명이 보장되는 자리에서는 그간 쌓여온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표출하곤 한다..

 

의심의 여지가 없기에 완전 범죄를 꿈꾸었던 고형사. 어쩐지 그들과도 조금 비슷해 보인다. 처음부터 사회나 주변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너무 큰 기대와 관심도 문제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범인이 누군지 초반에 드러나 있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다소 독특한 방식. 알면서도 작품에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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