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무 - 탐욕으로 희생된 도시의 생명체들

namu | 2016-07-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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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을 보며 영화 같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면, 현실보다 더 영화 같은 상황은 어떨까. 차라리 이 현실이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웹툰 ‘연무' 작품 속 사건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로 작품을 읽은 독자들은 이런 일이 가능할리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한 일들이 현실 속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또, 이 작품 속의 초기 늦장 대응 때문에 세월호를 떠올리는 독자들도 있지만, 많은 독자들의 예측처럼 이 작품은 사실 구미 불산 가스 누출 사고와 섬뜩하리만치 비슷하다. 또 작품의 회가 거듭할수록 디테일적인 면들이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다.

 

2012년 구미 휴브 글로벌의 불산 저장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이 대피, 다시 하루 만에 귀가 조치하는 판단 미스로 인해 더 많은 피해자가 속출되었으며, 가축과 농작물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현지인이 SNS를 통해 이 사건을 알렸지만 네티즌들은 낚시로 치부하고 믿지 않았으며 대통령 선거와 추석이 겹치면서 관심을 전혀 받지 못 했다. 사건 발생 일주일 후 조사단을 급파한 정부의 늦은 대처 또한 한몫했다.

 

이미 사건 발생 지역은 재앙 수준. 공권력과 언론통제의 파워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불산은 강산은 아니기 때문에 고농도가 아니면 피부에 노출이 되도 하루 이틀 정도는 별 이상을 못 느끼지만, 피부 속으로 침투한 뒤 조직 파괴 증상이 일어난다. 들이마시게 되면 기침과 염증을 동반한 호흡곤란으로 인한 폐부종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물질이다. 이 작품 연무 또한 화학공장의 사고로 인해 독가스가 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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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시작은 사건과 같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는 시점 주인공 기하는 명절을 맞아 고향집을 찾아온다. 연무가 짙게 낀 시골 동네. 태평 화학 공장 안에는 실험을 위한 동물 우리가 보인다. 기하는 걸핏하면 한 남자가 불에 타고 있는 환시를 본다. 전직 소방관 출신인 그는 신참 소방관이 눈앞에서 죽는 사건을 경험한 그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태평 화학에서 새어 나오는 연기 때문에 벌레들의 시체가 떠오르고, 닭은 죽고, 닭이 낳아놓은 알은 물렁하다. 집 앞에는 쥐들이 잔뜩 죽어있다. 고양이들의 소행이라 생각하는 형수님은 애꿎은 고양이를 잡겠답시고 빗자루를 들고 난리다.

 

덕분에 어수선한 아침을 맞이한 기하네 가족. 그때 기하의 형 - 성호의 아들 힘찬이를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오는 새떼들. 자살이라도 하려는 듯이 온몸을 던져 집안을 피 칠갑 해놓는 새들의 공포스러운 모습은 흡사 히치콕의 새를 보는 기분마저 든다. 작은 동물들은 계속해서 죽어가고, 사람들은 눈이 빨갛게 변해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자연재해가 일어나기 전에는 꼭 동물, 곤충들이 떼를 지어 먼저 대피하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예기치 못한 이 사건의 첫 번째 희생양은 언제나 그렇듯이 동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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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시의 시장도 소름 돋을 만치 당시 상황과 흡사하게 그려진다. 선거 직전 당시의 모습을 그려내는 듯한 작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독극물을 실은 트럭을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이는 추돌사고로 이어지며 자잘하게 도원시에 일어나던 일들이 사실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졌음을 알려주게 되는 사인처럼 보인다. 급하게 지나가야 할 상황. 길을 터 주지 않는 운전자의 모습은 이 연무가 짙게 껴있는 작품에 더 무거운 공기를 깔며 독자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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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절감을 위해 예산을 줄이면 안 되는 곳에서 엉뚱하게 예산을 아끼는 모습은 90년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사건마저 떠올린다. 공사를 마친 벽이 얇아 울림이 너무 심하다고 인부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에서는 500원을 주며 빵 3개를 사 오고 거스름돈 남겨오라는 깡패를 보는듯한 느낌마저 든다.

 

소방차로 물을 뿌려 중화작업이 아닌 희석 작업을 하며 오염지역을 넓힌 웹툰의 설정 또한 실제 사건과 비슷해 보인다. 중화작업을 위해 석회를 보내 달라 하니, 이제는 결제를 받지 않으면 지원을 해줄 수 없고, 결제를 받는다 해도 물량 확보가 안되어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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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이 걸려있는 문제로 사건 기록을 은폐하려는 사람과 어떻게든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는 언론에 새어 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 먼저인 사람들. 몇천 명이 피해를 보고 죽더라도, 자신들의 이익보다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연무는 독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이 작품으로 인해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안타깝게만 여겨질 일들 안에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 작품에 대해, 또 이와 비슷한 사건들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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