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리우리 - 사람으로 변해버린 오리 한마리

namu | 2016-09-13 00:40

 

 

 

<다이어터>, <여행해도 똑같네> 등의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유명한 캐러멜 작가. 그의 비교적 초기 작품으로 평범한 오피스 걸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캐러멜 작가 특유의 넘치는 개그 센스는 9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단행본이 나오지 않아 독자들의 원성을 듣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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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물아홉인 조아라. 직장에서 성차별, 성희롱 당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 사귀던 남자친구한테 차이기까지 했다. 처음에 상당히 구렸던(?) 구 남자 친구를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다던 아라. 그에게 돈은 물론이고 옷까지 사 입히며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의 동료는 가만히 그녀의 이야기를 듣더니 프린스 메이커 놀이 좀 그만하라고 다그친다. 남자친구에게 투자한 시간과 돈을 오래된 고전 게임에 투영시키는 작가의 센스가 엄청나다. 2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에 하나는 자신의 사랑이 남자를 바꿀 수 있다 생각하고 그대로 실천하는 것일 것이다. 투자한 만큼 돌아오는 것이 있다면 고마운 일이겠지만, 애석하게도 상대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적다. 차라리 사랑을 위해 투자하는 것보다는 적금을 드는 것이 현명하다는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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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 많이 힘드냐는 진오 선배. 그래도 힘든 회사생활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이 샤방샤방한 진오 선배 덕분일 것이다.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모든 캐릭터를 자신화(?) 시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특히 석고 소묘가 그렇다. 이 진오 선배의 모습이 묘하게 업그레이드된 캐러멜 작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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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와 전화통화를 방금 막 끝낸 할머니. 한숨 푹푹 쉬는 손주 딸내미를 위해 할머니는 몸보신하라고 시골에서 오리 두 마리를 기절시켜 그대로 박스에 담아 보낸다. 문제는 이 오리 중 한 마리가 성인 남자로 변신하게 된 것. 할머니의 몸보신하라는 쪽지를 발견한 주인공은 ‘내가 그렇게 남자에 환장한 X로 보이는 건가..’라며 중얼거린다.

 

이런 이중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개그 센스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아직 안 잡아먹었냐는(?) 할머니의 말에 아라는 잡아먹긴 뭘 잡아먹냐며(?) 서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며 대화를 이어가고 할머니는 생것을 요리할 줄 모르는 손주 딸을 위해 직접 서울로 찾아가 요리를 하기로 결심한다.

 

가는 김에 소를 택배로 부치려고 큰 소 한 마리를 (..) 소머리만 박스에 포장해서 보내달라며 우체국에서 옥신각신하는 할머니의 모습도 너무 사랑스럽다. 캐러멜 작가의 이런 센스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결국 할머니는 소를 타고 한양(..)으로 상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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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 인사이드 대학이라는 표현, 뻑하면 물속의 물고기를 생으로 주워 먹고, 수영시합에서 오리 폼으로 수영하는 삼용이..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작가의 허를 찌르는 개그본능이 독자들을 숨넘어가게 만든다.

오리에서 사람으로 변신했지만, 우려와 달리 누구보다 인간세계에 적응을 잘하는 오리 삼용이. 장도 봐오고 척척 요리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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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중간 주인공인 조아라가 꿈을 꾸는데, 꿈속에서 정부가 인구 감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싱글세를 본격 도입하는 스토리는 미래를 예측한 작가의 선견지명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이 2006년도 작품인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에서 콘셉트를 따왔다는 스토리 작가 JJO는 원작처럼 꿈이 가득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한다. 캐러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독자의 몫이라 했다.

 

누군가는 이 작품에서 위로를 얻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울었고, 웃었을 것이다. 부부는 닮는다는 말이 있다. 네온비 작가의 작품을 보면 캐러멜 작가의 작품이 생각이 나고, 캐러멜 작가의 작품을 보면 네온비 작가의 작품이 떠오른다.

 

이 오리 우리의 어시스트를 하며 캐러멜 작가와의 연을 맺은 작품이니 만큼, 후에 캐러멜 작가 작품 속 여성의 심리 표현을 좀 더 섬세하게 해나가는 부분은 네온비 작가의 공이 컸다 생각한다. 혼자일 때 보다 둘이어야 완전체가 되는 그들. 캐러멜 작가의 단독 작품이지만 네온비 작가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있는 이 작품 또한 부부 공동 작업의 연장선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동글동글한 그림체와 어우러져 포근한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삶에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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