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외발로 살다 - 고영훈 작가의 아름다운 무협 액션

namu | 2016-06-30 09:59

 

 

 

2012년 8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고영훈의 비교적 최신작이다. 영화화를 바라는 독자가 많지만 아직 확실하게 윤곽을 드러내고 추진 중에 있지는 않은듯하다. 외발 무사 길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무협 액션물로, 고영훈 작가 특유의 인간 내면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기도 하다. 크게 호랑이꾼과 늑대꾼, 나라님들 혹은 귀족들의 삼각 구도를 가지고 있으며 기존 그의 호흡이 긴 작품들과 비교해 비교적 단편에 속하며, 트레이스로 심적 부담감이 심했을 고영훈 작가가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처음 도전하는 장르 자체에 대한 의심이 의미 없을 정도로 강렬한 스토리와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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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종가의 호위무사 육검을 상대로 판돈을 걸게 만드는 놀이 판인 호무장. 판을 접고 판돈을 다 거둬들이려던 찰나, 이 작품의 주인공 외발 무사 길도가 육검에게 도전을 한다. 남루한 행색에 반이 잘려나간 녹슨 칼과 목발. 구경꾼들은 비웃느라 정신이 없는데 육검은 본능적으로 긴장을 한다. 이 작품 속 미모의 귀하신 장가네 여식 장혜손이 생각이 많은 무사는 별로라는 이야기를 해서 일까. 그는 여섯 개의 검중 어떤 검을 쓸 것인지 쓸데없이 생각을 너무 많이 했고, 그 결과 엄청난 무림고수의 포스와는 달리 1화 만에 사망하게 된다. (...) 이 외발 무사에게 반한 혜손은 할아버지에게 이 외발의 사나이를 호위무사로 사 달라 간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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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는 자신을 외발로 만들어놓은 놈을 찾고 있다. 그놈은 호랑이꾼인 호국. 현재는 황태자의 호위무사를 맡고 있지만 사실 길도와 호국은 어릴부터 알던 사이. 호랑이꾼의 영역을 침범한 길도는 호국의 칼에 죽을 운명에 처했지만, 검술도 뛰어난데다 자비까지 있는 매력만점인 호국은 길도를 여러 번 살려주며 우정을 몰래 쌓아왔다. 호랑이꾼과 늑대꾼이 천적관계이지만 암묵적으로 평화를 동의하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을 보면, 둘은 사실 처음부터 친해져서는 안되는 사이.

 

앙숙끼리 친해진 것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는 것 마냥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토끼라 불리던 혜손의 등장으로 둘은 운명적으로 동시에 같은 여자를 사랑하게 되며 둘의 관계는 더욱더 비극으로 치닫는다. 나이가 어려서 사랑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지만, 평균 연령이 낮은 시대적 상황을 생각해보면 장가 시집을 일찍 가기도 했고, 실제로 로미오와 줄리엣은 첫 만남 당시 13~15살 정도였다 한다.(..) 늑대꾼이 되려 부던 애를 쓰던 길도의 마음과는 달리 늑대꾼의 우두머리인 해진도는 늑대꾼들이 모두 죽임을 당하는 날에야 비로소 길도를 늑대꾼으로 인정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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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소는 상장가의 검객으로 단도 두 자루로 엄청난 검술을 뽐낸다. 길도와의 첫 만남에서 술에 취해 눈 깜짝할새에 그의 목발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대범함까지 보인다. 늘 술에 취해 있고, 여색을 밝히며 그의 그런 검술을 여자 옷 벗기는데 낭비하는 것으로 보아 흡사 허술한데 엄청난 내공을 자랑하는 킹 오브 파이터의 친을 연상케 한다. 군데군데 심어져 있는 남성 위주의 시선 -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길도에게 아껴온 순결을 바치려는 주모, 강간과 성희롱을 일삼으려는 호랑이파, 호시탐탐 혜손을 노리는 황태자 등의 등장은 여성 독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도 있지만, 작가의 작품들이 늘 그러하듯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게끔 - 스토리가 너무 로맨스로만 흘러가지 않게, 심하게 남성 위주의 느낌이 들지 않게끔 밸런스를 잘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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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는 무협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애틋함이 묻어 나온다. 이 애틋함은 천적관계에 있는 서로 다른 종파의 갈등에서 오기도 하고, 알면서도 죽이거나 죽임을 당하는 것, 혹은 평생 연정을 품고 살아왔지만 신분의 차이로 이룰 수 없는 사랑 등이 있다. 진지함과 코믹함 사이를 오고 가는 작가의 연출 덕에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이 생기를 띈다. 그의 작품들이 모두 그렇듯이 고영훈 작가만의 특이한 만화적 재미는 그의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는데도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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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웹툰으로 국위선양을 해야 한다. 이런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닌자 자체에 열광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또한 최근 마블 코믹스와 손잡은 그의 행보가 한국 웹툰 시장에 어떤 긍정적인 반응을 가져올지 사뭇 기대된다. 고영훈 작가의 이 ‘외발로 살다'를 보고 있으면, 그의 대표적인 작품 <트레이스>가 타파스틱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처럼 한국적인 무사의 스토리를 담은 이 작품도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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