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밤의 베란다 - 네가 불행했으면 좋겠어 날 이해할수 있게..

namu | 2015-08-20 12:04

 

 

 

‘너도 나처럼 끊임없이 절망하고 괴로워했으면 좋겠어 날 이해할 수 있게..’

 

인간은 참 재밌는 습성을 가진 동물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은 남이 처한 상황과 손쉽게 비교하며 남이 느끼는 삶의 무게는 나보다는 가볍다 여긴다.

 

온이는 비정상적인 가정에서 아동학대를 받으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

민주는 아픈 동생 때문에 부모님을 걱정시키기 싫어 필요 이상으로 어른스러워진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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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을 앓고 있는 온이와 그런 온이를 곁에서 보살피는 민주)

 
 

둘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관계다. 관심과 사랑이 받고 싶은 온이는 사실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하는지도, 받는지도 모른다.

다만 인슐린 주사 자국을 숨기기 위해 여름에도 하복 위에 카디건을 입는 방식처럼 외부로부터 자신을 꽁꽁 감싸버린다.

당뇨 때문에 탄산음료를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을 온이는 알면서도 마신다. 죽어야 할지 살아야 할지 그녀는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은 자신을 자학하는 행위로 여겨진다.

 

친엄마와 결혼한 새아버지.. 둘은 온이를 학대하고 폭언을 쏟아붓기 위해 태어난 존재처럼 보인다. 민주를 만나고 민주에게 보살핌을 받음으로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여겨서 였을까? 그녀는 버릇처럼 먹던 콜라를 침대 밑에 쌓아둔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온이를 불러 앉혀놓고 산처럼 쌓인 콜라를 다 마시고 마실 때마다 혈당을 재라는 새아빠의 모습은 섬뜩하다. 반면 아픈 동생 병간호를 하시는 어머니를 위해서 아파도 아픈 소리 한번 못하고 관심 가져 달라 말 한번 못하는 민주. 민주는 곤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며 그럼으로써 대리만족을 한다.

 

결국 온이도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니고, 민주도 일방적으로 도움을 준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어른의 보살핌이 제일 필요한 시기, 정상적으로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두 사람이 서로를 보듬고 배워나가는 과정은 위태롭다. 작가는 벌어진 상처 틈을 계속 헤집는다. 상처가 아물새도 없이. 웹툰의 형태를 띠고 있는 소설을 읽고 있는 기분이다.

  

인간 내면의 곪고 곪은 상처가 어떤 식으로 변형될 수 있는지, 다 각도에서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들 또한 처절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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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지치고 힘들 때 도와달라고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을까)

 
 

이 웹툰에 나오는 기성세대들은 모두 민주와 온이에게 아무 도움을 주지 않는다. 괴롭히고, 이해하지 않으려 하고, 자기중심적이며 모든 책임을 어린 민주와 온이에게 돌린다. 사회적으로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너희들이 덜 힘들어서 그렇다' 혹은 ‘힘든 일' 은 기피한다며 모든 화살을 청년들에게 돌리는 현상과 비슷해 보인다. 많이 알려져 있다 싶이 우리나라의 대학 졸업률은 OECD 회원국 중 1위이다.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세뇌교육을 시키고 대학을 졸업하고 스펙을 쌓으면 이제 너희들이 알아서 해야지라고 한다.

 

민주도, 온이도 자신이 나약하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 안 밖에 모른다고 한다. 알아서 하라는 말이 그 깊은 우물 안을 혼자 어떻게든 기어 나오라는 듯이 들리는 건 왜일까. 때로는 열심히 노력한 청년들을 탓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이지 않은 제도 자체를 탓하는 게 오히려 더 현실적 이지 않을까.

 

도와달라고 끊임없이 외치지만 도와줄 이 없는, 서로에게 서로가 전부라 믿는 민주와 온이.

독자의 입장으로 그들이 행복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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