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방벽동 - 거대 로봇, 식물성 괴물, 세계의 비밀까지

지나가던사람 | 2016-09-23 15:43

 

 

 

거대 로봇은 대표적인 ‘남자의 로망’ 중 하나라고 했던가? 사실 현대 군사체계에서 이족보행 로봇만큼 그 당위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존재가 없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현실에서 그만큼 쓸데없는 무기도 없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많은 작품에서, 그것이 메인이든 아니면 부가적인 요소이든 간에, 끝없이 변주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과연 로망이 맞긴 맞나 보다.

 

‘방벽동’도 그런 로망을 위해 몸을 날린 웹툰 중 하나이다. 물론 작품의 정체성은 ‘메카물’보다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쪽에 더 가깝겠지만, 사실 본질적으로 메카라는 것은 싸움을 위한 도구일 뿐이니, 도구가 주제로서 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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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시작되기 불과 40년 전에, 갑작스럽게 외계에서 날아온 ‘스페르마’라는 존재는 순식간에 인류를 절멸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거대한 식물의 형태인 이 괴물들은, (물론 인간을 포함해서)살아있는 생물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먹는 것도 충분히 위협적이지만, 무엇보다 지구의 토양을 자신들의 취향에 알맞게 마개조시키는 치명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스페르마가 오염시킨 땅에서는 더 이상 식량을 생산할 수 없었고, 자연히 인류는 극심한 식량 위기에 처한다. 스페르마의 침공 자체는 핵무기를 총동원한 결과 어떻게든 한 지역에 몰아넣고 ‘거대한 벽’을 세워 그럭저럭 수습한 모양이지만, 적은 경작지와 먹을거리를 두고 인류 간의 참혹한 전쟁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고 한다. 인류 역사상 초유의 위기는 한 식량회사가 우주에서 경작을 성공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고, 은하계 혹은 그중 상당 부문을 아우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정부에서는 지구와 외계를 차단한다. 지구는 이미 대부분의 땅이 불모의 황무지로 오염되어 버렸고, 곳곳에 스페르마들이 득시글거리는 죽음의 행성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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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진노을’이 밀항선을 타고 지구로 잠입하면서 시작된다. 지구 궤도를 감시하는 경찰들에 의해 발각된 밀항선은 노을을 일종의 구명선 비슷한 소형 함정에 태워 지구로 날려 보내고, 함정은 허허벌판 한복판에 불시착한다. 그 직후 땅 속에서 솟아난 화분대가리 괴물, ‘스페르마’가 노을을 잡아먹으려고 하고, 때마침 등장한 거대 메카와 그 메카에 타고 있는 ‘달’이 괴물을 시원하게 박살내며 그녀를 구한다. 벽 인근의 마을로 안내된 ‘벽’ 안으로 들어가 스페르마의 생태를 조사하겠다며 억지를 부린다. 그녀는 아무래도 세계의 비밀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같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기본적으로 ‘멸망 그 이후’를 다루고 있는 장르이지만, 멸망 직후의 극도로 혼란스러운 무정부 상태를 배경으로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최소한의 수습과 재건에 성공하고 문명이 쇠퇴한 상태를 배경으로 삼을 수도 있다. 방벽동은 후자의 경우인데, 상당히 암울한 배경 설정에도 불구하고 영리한 수법으로 진입장벽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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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시원시원한 메카 액션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끌면서도, 곧장 멸망 직후 ‘달’의 끔찍했던 과거를 보여주며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과거 자체도 빠른 전개와 담백한 내용으로 전혀 지루하지 않고, 겉으로는 평화로운 것 같은 지구는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지옥과 같았으며, 평화는 불안정한 기반 위에서 간신히 유지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뒤이어 정체를 알 수 없는 각종 세력들이 ‘노을’의 존재를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고, 확보하고자 지구를 찾는다. 당연히도 노을과 달을 포함한 방벽동의 사람들은 물론 그 사실을 알 리 없고, 이야기는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모범적인 시원시원한 액션으로 무장한 전투씬, 개성 있는 인물들의 고뇌와 아픔, 성장, 그리고 세계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와 암투까지 잘 버무린 웰 메이드 웹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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