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레이어즈 - 다른 세계의 문이 열리다

누자비어스 | 2016-08-07 23:27

 

 

 

감상하고 있는 창작물이, 시간이 갈수록 눈에 띄게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독자로서 꽤나 즐거운 일이다. 어지간한 장기 연재가 아닌 이상 실력의 향상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기는 쉽지 않은데, 가끔 예외적인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글피 작가의 웹툰 ‘레이어즈’가 그러한데, 분량은 50회 정도로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1부에서는 다소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2부에 들어서는 완결이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은 꽤 드물 것 같다.

 

제목 레이어즈에서 ‘레이어’는 작중에서 등장하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갈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특수한 공간이다. 전혀 다른 차원일 수도 있고, 또 하나의 지구일 수도 있다. 정확히 어떤 공간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실의 지구와 정확히 똑같은 모습과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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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은 세 명으로, 각각 남매인 ‘라일락’과 ‘라미아’, 그리고 둘의 오랜 친구인 ‘이하나’이다. 부모님의 생신 축하를 준비하던 그들은 갑작스럽게 예상치 못한 이변에 휘말리게 된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 튀어나와 셋을 공격한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물론 이야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주인공들이 죽어버릴 수야 없으니, 속칭 ‘특수반’이라는 친구들이 나타나서 괴물을 처리한다. 문제는 라씨 남매는 어찌어찌 현실로 돌아오는 데 성공하지만, 잊혀 버린(?) 하나는 여전히 괴물들이 득시글거리는 레이어의 세계에 남겨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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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이어’라는 공간의 특징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앞서 언급했듯 레이어는 기본적으로 현실세계와 거의 똑같이 이루어져 있지만, 먼저 사람들이 전혀 살지 않고, 대신에 사람을 잡아먹는 기괴한 괴물들만이 살고 있다. 현실에서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레이어로 ‘이동’할 수 있고, 또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레이어에서 멀쩡히 활동하고, 더 나아가 염동력 비슷한 일종의 초능력까지 얻게 된다. 물론 이런 능력은 레이어에서만 발휘할 수 있다.

 

한편 드물게 능력이 없는 사람들도 우연히 레이어에 휘말리기도 하는데, 일부 능력자들을 제외하면 레이어에서 자유롭게 벗어날 수도 없을뿐더러 일단 그곳에 들어가는 순간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되어버려,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호시탐탐 사람을 노리는 괴물들에게 잡아먹히기 일쑤다. ‘특수반’이라고 불리는 일군의 능력자들은 이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조직되었다. 구성원은 거의 대부분이 미성년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나이가 들수록 능력이 약해지고, 어른이 되면 결국에는 모든 능력을 약해지는 특성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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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이상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단순한 스포일러가 될 테니 의미가 없겠고, ‘레이어즈’가 평범한 이능력물 이상으로 재미가 있는 수작인 것은, 뻔한 소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작가가 고심하여 나름의 개성을 부여한 덕분이 아닌가 싶다. 대개 이런 소재의 경우 별 생각 없이 이야기를 썼다가는 ‘레이어’ 같은 공간이, 단지 이능력을 쓰고 깽판치기 위한 단순한 배경설정에 그치기 쉽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레이어 라는 공간은 단지 특수한 사람들이 날아가서 귀찮은 현실의 제약을 무시하고 날뛰기 편한 그런 도구적 소재가 아니다. 먼저 전투 능력을 가진 이능력자들과는 별개로 현실와 레이어를 오갈 수 있는 ‘이동’ 능력자들은 더더욱 적다는 설정을 통해 제약을 가하고, 현실과 레이어의 물질을 상당히 자유롭게 다른 세계로 오고갈 수 있다는 떡밥을 던지며 이야기의 흥미를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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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에서 등장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레이어는 말 그대로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하나씩 스스로 알아가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독자들이나 인물들이나 레이어에 대해 아는 사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능력자들 중에서도 상당히 눈에 띄는 - 주인공이니까! - 라일락과 라미아 남매가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이야기는 급박하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레이어를 이용해서 현실에서 본격적인 권력을 얻으려는 집단, 표면적으로는 우연히 재난에 휘말린 평범한 사람들을 구한다는 특수반, 그리고 레이어 안에서 암약하는 다른 능력자들까지. 이면세계는 분명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어 전모를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아주 살짝 드러난 표면만으로도 야심가들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열쇠를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들은 당연히 기존에 눈치만 보던 각종 세력들의 표적이 되어 싸움에 휘말린다. 아주 모범적인 이능력물의 전개를 따르는 작품으로, 그만큼의 모범적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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