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삶의 막장에서 몸부림치다 '늑대처럼 울어라'

오지상 | 2016-07-18 01:37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억세게 운이 좋아서 거금을 줍거나, 은혜를 갚을 줄 아는 호탕한 부자를 돕거나, 로또에 당첨되거나, 창업을 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대박이 터지거나... 모두 꿈 같은 얘기다.

 

그래서 갑자기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커다란 돈이 필요해지면, 단순히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 그 돈이 없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때, 사람들은 미쳐버린다. 정신이 나간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도덕과 법률은 시야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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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늑대처럼 울어라’에 등장하는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돈’ 혹은 (작품의 표현을 빌리자면)‘사람을 가리는 신神’을 두고 벌이는 싸움도 그렇다.

 

은밀한 지하 격투장에서 벌어지는, 목숨과 돈이 오가는 게임. ‘배군트’는 그곳에 새로이 참가한 신입이다. 군트가 무슨 연유로 이런 막장에까지 치달았는지,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돈이 필요한 사람, 인생 밑바닥을 기어 다니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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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독자들이 주인공의 행동과 감정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설명이 필요한 법, ‘늑대처럼 울어라’에서는 본질적으로 중요하지 않지만, 동시에 기술적으로 중요한 군터의 과거를 10회 남짓한 분량으로, 담백하고, 늘어지지 않으며,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게 담아낸다. 우연과 필연이 겹치고 겹쳐 맞게 된 불행, 군트는 그 자비 없는 불행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몇 번의 실수를 저지르지만, 어린 나이가 무색하게 실수의 대가는 잔인할 정도로 처절하다. 그 시궁창 속에서 내려온 썩은 동아줄, 검투장을 총괄하는 폭력배 ‘구제희’의 표현에 따르면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기회’를 군트는 잡을 수밖에 없었다. 군트는 이름도 없이 번호표만 하나 집은 채로 격투장으로 향한다.

 

격투장에는 물론 규칙이 있다. 가장 혼란스럽고 타락한 공간에도 규칙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곳의 규칙은, 바깥에서 질서와 안정을 위해 확립된 것과는 전혀 다르다. 단지 싸움의 재미를 돋우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일 뿐. 차라리 게임 조건에 가까울 법한 규칙을 따르며, 군터는 막대한 판돈이 걸려 있는 인간 싸움에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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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사실적인 그림체와 암울한 색채, 그리고 무엇보다 적나라한 폭력 묘사가 독자들을 압도한다. 무협이나 격투기 만화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대단한 액션이나 특이한 존재감을 내뿜는 고수는 없다. ‘슈트를 걸친 자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기묘한 법칙에 따라, 각자의 사정을 품에 안고 격투장에 들어온 남자들은 하나 같이 말쑥한 정장 차림에, 덩치가 크고, 주먹과 발을 이용해 원시적인 폭력을 주고받는다. 현란한 기술도 말장난도 최후의 필살기도 찾아볼 수 없다.

 

또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주인공 ‘배군트’의 성장, 혹은 타락이다. 무너지는 집안 사정에 방황하고, 우연히 주워들은 - 그마저도 조롱에 가까운 - 몇 마디 조언에 싸우는 법을 연마한 군트는, 처음에 그저 방황하고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행동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떼를 쓸 뿐이지만, 정신적 미숙함이 끼어들 자리가 없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성장’한다. 쓸데없는 헛소리도 불필요한 상념도 자취를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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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군트의 변화는 곧 작품 전체의 변화이기도 하다. 갈수록 삭막해지고 잔인함을 더하는 스토리와 인물들은, 이런 작품을 견디지 못하는 독자들을 진즉에 떨어뜨려내고, 사회의 밑바닥, 가장 어려운 처지에 가장 막다른 곳에서 돈을 위해 싸우는 은밀한 검투장의 관중석으로, 남아있는 독자들을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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