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올망동은 평화롭습니다 - 코믹 히어로와 악당, 개그 판타지의 정수

지나가던사람 | 2016-06-11 08:06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악당과 이를 막으려는 용사’ 라는 소재는 너무 거창하고 방대한지라 진지한 이야기에서 활용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뒤집어 말하면 개그 중심의 창작물에서는 큰 부담 없이 선정할 수 있는 소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심이 되는 내용 자체가 너무 황당하다 보니, 아주 작은 ‘신호’ 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창작물의 장르와 특성을 손쉽게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웹툰 ‘올망동은 평화롭습니다’ 도, 일단은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악당(?)들과 이를 지키려는 용사(?)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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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파괴하려는 무시무시한 악당들의 면모는 대충 이러하다 : 집단의 명칭은 이름하야 ‘기계제국’ 이다. 대마왕(?)은 다름 아닌 냉장고로, 원래는 두만전자의 야심작으로 탄생했는데, 냉장고 주제에 놀랍게도 슈퍼컴퓨터의 성능이 내장되어 있고 인터넷, 음악 감상, 영화 시청까지 가능한 것 같다. 그러나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인지 정작 냉장고로서의 기능이 형편없고, 전기를 너무 많이 먹는 탓에(한 달에 1,000만원이 넘는다!) 폐기처분 되어 두만전자 실패작들의 무덤이라는 제3공장으로 끌려간다.

이곳에서 우연히 번개를 맞고 자아를 얻게 된 대마왕은 공장의 다른 실패작 전자기기들을 수하로 만들어 세계정복을 노리는데, 이때 먼저 가장 약한 히어로가 있는 올망동을 공격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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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망동의 히어로 지부에는 물론 히어로들이 있는데, 본의 아니게 올망동 지부에 위장진입하게 된 전직 악의 조직 보스 ‘솔라니온’ 과 ‘일렉트릭 걸’ 이라는 호칭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정’ 과, 험한 과거가 - 세계정복을 위한 살상로봇! - 있는 가정용 로봇 ‘아그네스’ 등이다.

 

미정은 전기를 다루는 히어로지만 만날 출력 부족으로 위기를 맞기 일쑤고, 솔라니온은 극도의 빈곤(?)에 적의 기지에서 숙식을 마다하지 않으며, 깡통 로봇의 모습을 한 아그네스는 분명 가정용 로봇이지만 매우 순수한 소녀 감성의 소유자이며, 이 감성이 망가지는 경우엔 가차 없이 폭주하여 옛날 폭력적인 모습으로 돌아가 버린다.

 

올망동의 히어로 지부와 기계제국은 충돌하는데 기계제국은 마왕의 전통적인 실수에 충실하여 하나씩 수하들을 급파하고, 물론 하나씩 각개격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망가진 가전기기에서 탄생한 악당들은 아그네스의 잔인한 수술 결과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 그러나 자아가 있고 시끄럽게 떠들며 자신을 사용하기를 종용하는 가전기기로 거듭난다. 덕분에 부실했던 올망동 사무실은 나름대로 구실을 갖춰간다. 한 독자가 평하기를 “본격 가전기기를 모으는 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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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만화에는 여러 종류의 재미를 줄 수가 있는데, ‘올망동은 평화롭습니다’ 의 경우 과격한 몸개그나 사회 비판 및 풍자, 혹은 나사가 심하게 빠진 싸이코 같은 인물들보다는 나름대로 본인이 처한 상황에 - 용사와 악당! - 충실하면서도 정작 그 상황이라는 것 자체가 워낙 황당하다 보니, 그들이 노력하며 아웅다웅하는 과정에서 소소하면서도 애착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개그라고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체는 개그 만화에 잘 어울리는, 인물들의 특징은 확실히 살리면서도 감상에 부담이 없고, 인물들의 귀여움을 잘 살리고 있다.(미정은 확실히 귀엽다!) 순수하게 개그만을 추구하면서도 질질 늘어지지 않고 확실하게 처음부터 정해진 스토리에 따라 깔끔하게 완결을 낸 것도 칭찬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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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과의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지만 전작을 보지 않은 독자도 즐기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가볍게 읽을 만한 개그 만화를 원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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