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청춘이 청춘일 때 - 진정한 청춘이란 '해야할 일'에서 해방되는 것

비오는밤에 | 2016-09-28 18:21

 

 

 

시작부터 강렬한 반전이 있는 작품은 언제나 즐겁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혹은 조금 독특한 구성의 만화라면, 그 특징을 십분 살려서 초장부터 독자들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웹툰 ‘청춘이 청춘일 때’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예고편을 열어 보자. 지방의 소도시. 그중에서도 변두리, 논밭으로 둘러싸인(깨알 같은 ‘쌓인’ 오자까지. 논밭으로 성이라도 쌓았단 말인가?) 작은 빌라촌. 반경 수십 km안에 어떤 문화 현상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깡촌. 공업고등학교에 다니며 진로를 고민하는 공업고딩(?) A, B전군(작가), C는 읍네 작은 서점의 만화 잡지를 읽다가, 강한 충격을 받는다. 그들보다 단지 1살 많은 고등학생이 만화 공모전에 당선해서 만화가로 데뷔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감을 얻은 셋(혹은 B 혼자만. 다소 애매한 부분이다)은 공모전을 위해 만화를 그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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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청춘일 때’ 같은 제목을 보면, 누구나 꿈을 위해 온몸을 불사르는 청춘의 열정스러운 이야기를 떠올리기 마련. 자연스럽게 이 만화는 작가가 만화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열혈 웹툰인가 싶지만, 예고편의 말미에 첫 번째 반전이 등장한다.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사람들이 재밌어 할지 모르겠다는 만화 담당자(박PD)의 현실적인 조언 한마디에 기획은 그대로 갈아엎어진다! 앞으로의 내용은 작가 전군과 아무 상관없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 다음장을 넘겨본다. 1화의 시작 또한 매우 강렬하다. 코 찔찔이 초등학생이 자신을 가로막으며 선택을 신중히 하라는 남자의 말을, 싸가지 없게 씹으며 클럽의 문을 여는 순간, ‘1998년 초딩 6년생 손재우군 ’드럭‘의 문을 열고 (요즘 같으면 ’김치‘가 대신 들어갔을 법한)조선펑크를 만나다’라는 한마디와 함께 손군이 펑크록에 심취하여 유년기를 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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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것은 밴드를 소재로 한 청춘 만화구나! 하니 그것 또한 아니다. ‘청춘이 청춘일 때’의 진짜 내용은 손군과 같이, 현실의 벽을 뛰어넘고 청춘을 불태우는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짧게는 1편에서 길게는 3편까지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루는 것이었다.

 

실망하는 독자들이 있었을지도. 그러나 전형적이지 않은, 정석에서 빗나간 구성의 창작물에서 작가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법이다. 짧은 분량(1~3화)와 극적 재미를 위한 약간의 과장과 창작을 제외하면 정해진 내용(실화니까!), 그리고 어쩌면 뻔할지도 모르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반복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 만화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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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구질구질함과 지루함을 지워낸 만화로서의 연출과 구성이 먼저 돋보인다. 신선하기 그지없는 재료에 딱 한 가지 아쉬운 자극적인 맛을 더한 느낌이랄까. 요리사의 솜씨를 의심할 여지가 없음이다.

 

하지만 ‘청춘이 청춘일 때’의 재미는, 본질적으로 ‘실화’의 힘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고 하지 않던가. 누구나 꿈꾸지만, 누구나 그렇게 하고 싶지만, 동시에 속세의 높은 장벽에 부딪혀 절망한 대다수의 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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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있어 비록 짧은 분량이라고 해도,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모든 잡다한 것들을 과감히 떨쳐내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달려가는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찌 지루할 수 있겠는가. ‘청춘이 청춘일 때’에 등장하는 다양한 직업, 다양한 나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청춘(靑春)을 누린다는 것은 특정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가짐과 실천으로 증명된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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