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2월 - 떠나간 연인이 돌아왔을 때

비오는밤에 | 2016-09-27 19:51

 

 

 

집 나간 연인이여! 무릇 성인이라면 누구나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장받는 바,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을 속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혼이라는 제도적 규약으로 묶여있는 경우도 아니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바로 어제까지 사랑을 속삭이고 밤을 불태웠던 연인도 다음 날 침대에서 일어났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

 

‘서아’와 ‘은우’ 커플이 바로 그런 경우인 것 같다. 한바탕 싸운 뒤, ‘지겹다’는 은우의 한마디에 서아는 미련 없이 집을 나간다. 그리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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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만남은 퍽 낭만적이었던 것 같다. 대학에서 만난 사이. 사람과 인연을 맺는 것을 두려워했던 그녀였다. 환경도 안 따라주었던 것으로 생각되고, 부모로부터 사실상 버림받은 아픈 기억도 낯선 관계를 시작하는 데 망설임을 주었을 것이다. 소위 ‘썸’을 타던 둘은, 그러나 서아에게 자신이 처한 현실을 뼈저리게 일깨우는 소포가 찾아오며 서아에 의해 일방적으로 깨져버린다.

 

그러나 은우의 의지, 혹은 집착은 생각보다 강력했었다. 노골적으로 - 적어도 겉으로는 - 거절하는 서아의 벽을 무너뜨릴 정도로 말이다. 현재 시점에서 은우가 보여주는 무능과 의지박약을 보면 생각하기 힘들지만, 어떤 남자든 나름의 매력은 있는 법이니 말이다. 끈질긴 구애와 자기어필에 서아도 결국 무너지고, 둘은 주변 친구들에게 원성을 듣는 닭살커플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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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동거까지 시작하게 되어, 가구까지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들여 신혼집 비슷한 공간을 조성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사랑은 낭만이고 결혼은 - 사실혼이지만 - 현실이라고 했던가. 은우는 연애의 대상으로는 낭만적인 남자친구였을지 몰라도 미래를 약속할 인물상은 못 되었던 것 같다.

 

비록 그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그러나 세상이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대학 시절부터 짐작할 수 있었던 노란 싹수와, 그리고 무엇보다 한 직장에서 몇 달도 채 버티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서아는 어떻게든 은우를 구슬르고 재촉하고 화까지 내며 그를 고쳐보려고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람, 그중에서도 성인 남자라는 존재는 타인에 의해 쉽게 변하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그리고 물리적으로 거리가 벌어지고, 서아는 결국 떠나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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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현재. 서아는 아무 예고도 없이 불쑥 집으로 돌아와 밥을 차려준다. 물론 변한 것은 없다. 공교롭게도 은우는 직장을 무단결근하며 집에서 빈둥대고 있는 신세다. 몇 번이고 반복되었던 싸움이 다시 시작되지만, 다른 점은 있다. 둘 모두 서로의 부재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실감했다는 것.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는 것.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연인들의 이야기다. 낭만의 커튼을 지나 현실의 거울과 얼굴을 마주했을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이다. 책임 소재가 어느 쪽에 있는지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듯하다. 문제가 어느 쪽에 있었든 둘 사이의 ‘관계’는 결국 깨지거나, 이어지거나. 둘 중 하나니까. ‘서아’와 ‘은우’ 커플이 마지막에 어떤 끝을 맺는지는 직접 확인해보자. 결말은 일반적이지 않지만 - 그래서 더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 퍽 괜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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